스마트폰·태블릿PC 인기 타고 확산…감성 커뮤니케이션·비용 절감 ‘일석이조’

[비즈니스 포커스] 신세대 직장인 사로잡은 ‘모바일 사보’
외환은행은 지난해 12월 인쇄 매체로 발행해 온 사내보를 디지털 매거진으로 재창간했다. 10년 넘게 발행한 사내보를 새롭게 개편, 발간하면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기존의 인쇄 매체를 디지털에서 PDF(Portable Document Format)로 변환하는 곳은 있었지만 100% 디지털로만 사내보를 발행한 것은 처음이다. 이에 따라 직원들은 모바일과 태블릿 PC 등 스마트 기기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사내보를 볼 수 있게 됐다.


외환은행, 디지털 사내보 호평
사내보는 기업들이 직원 간 소통을 확대하고 애사심을 높이기 위해 발행하는 매거진으로 열독률이 높은 게 특징이다. 특히 은행과 같은 금융권에서는 직원들이 영업점별로 분포돼 있어 커뮤니케이션이 더욱 중요하다. 외환은행 직원들은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사내보에 반색하고 있다. 특히 해외 지점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어 창간호 발행 이후 사내에서 긍정적인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사내보를 보고 싶어도 그동안 지점에서 대고객 업무를 하며 일과 중 잡지를 보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보더라도 한 번 훑어보고 책상에 쌓아두곤 했는데, 이제 스마트폰으로 잡지를 보니 이동 중에나 시간 날 때마다 보는 편”이라고 외환은행 관계자는 말했다.

모바일 사내보가 탄생하기까지 반발도 적지 않았다. 새로운 채널 활용과 차별화된 표현 방식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지만 모두가 지면에 익숙했기 때문이다. 또 매호 직접 배달되는 지면에 비해 직접 스마트폰으로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확인해야 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홍보 방안도 고려해야 했다. 이에 따라 발간을 담당하는 외환은행 홍보팀은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몇 가지 제작 포인트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디지털의 강점을 살려 인터랙티브한 구성과 동영상을 적극 활용했다. 일례로 창간호 표지 모델은 실제 외환은행 모델인 배우 하지원 씨인데, 화면을 클릭하면 축하 메시지가 나온다. 또 ‘여의도 지점의 일등 비결을 묻다’와 같은 지점 탐방 페이지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나와 율동을 선보이기도 한다. 특정 직원이 소개하는 맛집 코너도 인기 페이지다. 은행의 고객이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아가 고객 홍보를 하면서 일명 ‘먹방’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 글에 영상을 더하면서 표현 방식이 더욱 풍부해졌다.

이와 같은 모바일 사내보가 등장하는 배경에는 ‘스마트 환경’ 트렌드가 자리하고 있다. 페이퍼리스, 종이 없는 사무실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스마트 뱅크’를 표방하며 NH농협은행·IBK기업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KB국민은행 등이 종이 없는 스마트브랜치를 운영하고 있다. 또 지갑 없는 모바일 카드, 태블릿 PC 등을 활용해 영업 사원이 직접 투자자를 찾아가는 아웃도어 세일즈(ODS) 등도 확대되는 분위기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슬로건이 ‘스마트 뱅크’인 만큼 슬로건에 어울리는 모바일 사내보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포커스] 신세대 직장인 사로잡은 ‘모바일 사보’
[비즈니스 포커스] 신세대 직장인 사로잡은 ‘모바일 사보’
[비즈니스 포커스] 신세대 직장인 사로잡은 ‘모바일 사보’
‘손 안의 잡지’로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만큼 가장 기대되는 효과는 사내 소통이다. 일례로 퍼즐은 스마트폰으로 즉석에서 답을 작성하고 클릭 한 번으로 응모할 수 있어 이벤트 참여율이 높은 편이다. 다운로드 횟수가 100회라면 이벤트 응모 횟수는 110회로 100% 이벤트에 참여하는 셈이다. 또 사원 인트라넷에 연동되는 서비스로 편리성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젊은 직원들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매거진을 제작하는 탭진의 손명희 이사는 “특히 젊은 2030세대 직원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기업에서 주로 모바일 사보 제작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영상·SNS 활용해 몰입도 높아
사내보뿐만 아니라 사외보 제작에도 디지털이 활용된다. 아모레퍼시픽이 격월간 발간하는 ‘아리따움’이 대표적이다. 고객들에게 배포하는 브랜드 매거진 ‘아리따움’은 80만 부씩 발행하다가 20만 부로 줄이면서 고민에 빠졌다. 부수가 줄어든 만큼 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했다. 해답은 앱이었다. 모바일 사외보를 만들고 영상을 활용해 몰입도를 높이는 방안이었다. 지면 콘텐츠를 기본으로 하면서 영상을 활용한 정보 전달에 좀 더 공을 들였다. 단순히 제품만 설명하는 게 아니라 실제 영상을 통한 제품 활용 팁을 제안하는 식이다. 지난 2월 말 안드로이드를 통해 첫선을 보인 ‘아리따움’은 개별브랜드 매거진으로는 처음으로 잡지 분애 앱 순위 5위권에 진입하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사외보는 제작 목적이 고객 소통 및 마케팅에 있는 만큼 새로운 마케팅 툴로서 모바일 사보를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 위스키 브랜드 발렌타인은 비교적 연령대가 높은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어 특히 젊은 고객을 타깃으로 모바일 사보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칵테일 제작 과정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고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고 있다. 연간 스케줄에 따라 화이트데이·할로윈데이 등 주요 일정의 마케팅 플랜도 세워 놓았다. 이 밖에 근로복지공단·아시아나항공·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자체 앱을 출시하고 모바일 사외보를 발행하고 있다. 아리따움 관계자는 “남성 고객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게 과제였는데, 설문 조사를 해보니 여성 못지않게 남성들도 앱을 이용하고 있었다.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트렌드를 주도하는 세대와의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창구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활용 방안도 다양하다. 모바일 사보의 특징 중 하나는 연계 및 연동이 자유롭다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콘텐츠를 친구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와 연계하기도 한다. 다운로드 횟수를 늘리고 고객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도 열 수 있다. 손명희 이사는 “알면 알수록 재밌는 게 디지털 매거진의 세계”라며 “배너에 자유롭게 활용하면서 이벤트나 통합 마케팅의 툴로 쓸 수 있고 콘텐츠 피딩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호텔 최저 가격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스컴바인은 모바일 사보를 통해 기존 웹 블로그에서 다 소화할 수 없었던 아이디어를 구현하고 있다. 기존에는 호텔 사진과 주요 특징, 가격 위주로 나열했다면 모바일 사외보에서는 디지털 콘텐츠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다. 일례로 ‘어메이징 호텔 시리즈’는 가족이 묵기 좋은 전 세계 호텔 톱 10을 선별하고 사진 및 지도를 보여주고 곧바로 예약까지 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편집이 가능하고 음악도 사용할 수 있어 ‘감성적인 마케팅’에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인쇄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네네치킨이 발행하는 해피 투데이는 한 달에 1억 원 정도의 인쇄비를 1000만 원 미만으로 줄일 수 있었다. 모바일 사보를 제작하는 데 호당 1300만~15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관건은 독자 저변 확대에 있다. 모바일 사보를 포함해 디지털 매거진 시장이 떠오르기 시작한 것은 2010년이다. 아이패드 붐을 타고 옹골차게 출발, 한때 ‘버블’을 거쳐 다시 ‘바닥’을 치는 흥망성쇠의 시기를 겪었다. 장점이 분명하지만 독자가 직접 앱을 다운로드 받아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다운로드 횟수와 가독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