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노다지 광산은 ‘남극’…지구에서 발견된 운석 대부분 밀집

[테크 트렌드] 우주에서 날아온 로또, 운석의 비밀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미국에서 금주법이 시행됐다. 물론 미국뿐만 아니라 고대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금주가 시행되곤 했고 지금도 이슬람 국가의 축구 리그에서 뛰는 외국 용병들의 불편 사항 중 하나가 술을 살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기억에 가장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은 미국의 금주령인데, 초기에는 세계대전 이후 부족해진 곡물 사정 때문에 시행됐다. 이후 기독교 근본주의 등이 더해지고 심지어 독일이 주도하던 맥주 산업에 타격을 준다는 인식까지 더해져 금주의 움직임은 미국 사회로 급격히 퍼져나갔다. 그래서 불법적으로 제조된 술이 유통돼 저질 술을 마신 서민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지만 부유한 사회 지배층은 단지 좀 비싸게 값을 치르고 술을 마시는 정도의 불편함만 겪는 현상도 나타났다.


진주에 나타난 운석 사냥꾼들
흔히 술의 제조는 국민의 보건과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면허제나 전매제를 채택해 자유로운 제조와 유통을 제한하고 있다. 한국은 허가받은 업체가 생산하는 납세 병마개를 사용해 술에 세금을 매기고 있다. 이러한 술과 마찬가지로 담배와 인삼 역시 얼마 전까지는 전매제를 통해 생산과 유통이 이뤄지는 제품이었다. 술·담배·카지노와 같은 제품, 서비스의 생산과 유통 등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징수하는 세금은 생각보다 꽤 큰 규모다. 그래서 국민의 보건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국민의 건강을 희생시켜 재정수입을 얻고 있다는 비판도 강하다. 이런 제품 중 또 다른 대표 주자는 복권이다. 한국도 복권 판매를 통해 얻은 기금으로 많은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복권이라고 하면 주택복권이 떠올랐지만 난립하던 수많은 복권이 통합된 이후 로또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로또라는 단어는 이제 복권을 뜻하는 말뿐만 아니라 대박이 터졌다는 의미의 일반명사로도 널리 쓰이고 있다. 가령 어민들의 그물에 지나가던 고래가 잡히면 ‘바다에서 로또가 터졌다’고 말하곤 한다. 공식적으로는 금지돼 있는 고래사냥이기 때문에 그물에 우연히 잡히는 것이 아니면 고래 고기를 구할 수 없다. 그런데 이 고래 고기 값이 상당하기 때문에 그물의 주인은 뜻하지 않았던 부수입을 올릴 수 있어 그물에 걸린 고래를 ‘바다의 로또’라고 부른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로또는 경남 진주 일원에 떨어진 운석이다. 특히 여러 이유로 화제가 된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운석이 들어간 금메달이 수여된 이후 벌어진 운석 소동은 운석의 높은 가치 때문에 심마니마냥 운석을 찾아나서는 ‘운석 사냥꾼’을 양산하고 있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문 운석 사냥꾼이 입국해 진주 일원을 훑고 있다고 하니 운석의 가치가 상당하긴 한가 보다. 운석이라는 것은 우주의 암석이 지구로 떨어지는 과정에서 대기권을 거치며 완전히 소멸되지 않고 지표면까지 떨어진 것을 말한다. 더 정확한 용어로 표현하면,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혜성이나 소행성이 남긴 파편인 유성체가 지구로 떨어지는데, 대부분은 지표면에 도달하기 전에 모두 타 소멸되지만 그중 일부가 지표면까지 떨어지게 되며 이것을 운석이라고 부른다.

요즘은 초등학생들도 운석이 우주에서 떨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운석이 우주로부터 온다는 게 과학적 정설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특히 19세기 이전에는 우주 공간을 텅 빈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아주 높은 대기에서 형성된 암석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운석을 뜻하는 영어 단어는 높은 대기를 뜻하는 그리스어(메테오로스)에서 파생됐다. 그러다가 1800년 즈음부터 운석의 성분이 지구의 암석과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차츰 소행성대에서 운석이 떨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게 됐다. 물론 최근에는 모든 운석이 소행성대에서 오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밝혀졌다.

운석의 가치는 그 희소성에 있다. 특히 지구에서 구하기 힘들거나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광물들이 많이 포함돼 있다. 과학기술인들은 이로부터 우주의 기원을 탐구하기도 하지만 광물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인류가 살기에 최적의 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실로 절묘한 신의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령 얼음은 물보다 가벼워 남극을 떠다니는 빙하를 볼 수 있는데, 원래 고체는 액체보다 무거워야 한다. 하지만 얼음이 물보다 무겁다면 해저에는 오랫동안 퇴적된 얼음이 두껍게 자리 잡고 있을 것이고 어쩌면 소금물로 뒤덮인 바다는 온데간데없고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지표를 덮고 있을지도 모른다.


석유보다 효율 높은 물질 찾아라
인류의 문명을 건설하는데 크게 기여한 철 또한 지구에 유달리 많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철을 생산하는 제철소는 자연에 존재하는 철광석을 가져와 철과 그 이외의 성분을 분리하는 용광로와 같은 여러 공정을 거쳐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철강 제품을 생산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소비되는 에너지도 상당한데, 포스코는 부동의 에너지 소비량 1위 기업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면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간단한 화합물 합성만으로 철을 만들 수 있다면 원가를 엄청나게 절감할 수 있지 않을까. 더 나아가 금광석을 캐지 않고 합성으로 금을 만들 수 있다면…. 성공한다면 정말 대박인 로또가 터질 것인데, 지금까지 수많은 연금술사들이 마치 영구기관의 발명을 꿈꾸듯이 시도해 왔던 일이다.

흔히 광물이라고 하면 석탄을 떠올리기 쉬운데, 우주로부터 날아온 운석과 달리 석탄은 광물이 아니다. 광물은 생물이 만들지 않은 자연에서 나온 고체 물질이다. 하지만 석탄이나 석유는 동물이나 식물이 탄화한 것이어서 광물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연의 에너지가 고밀도로 농축된 것이어서 우리가 널리 활용하는 에너지원으로 쓰이고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와 자원은 자연으로부터 나온다. 특히 지구는 태양으로부터 오는 에너지를 사용하는데, 이 에너지를 압축하고 또 압축, 효율을 최대화해 사용하는 것이다. 식물을 바로 채집한 땔감보다 식물이 땅속에 묻혀 서로 얽히고설키고 탄화돼 압축된 석탄이 좀 더 효율이 좋고 이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압축된 석유가 더 좋은 연료원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고 다시 오랜 시간의 탄화 과정을 거쳐 압축된 석탄과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도 태양의 효율에는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태양이 에너지를 만드는 원리인 핵융합을 지구상에서 일으켜 태양 수준의 압축비를 자랑하는 에너지원을 만들겠다는 게 바로 핵융합로다. 거기까지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석유보다 높은 효율을 가진 물질을 찾아낸다면 그것도 역시 대박의 로또일 것이다. 거기에 환경오염까지 덜하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어쩌면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에 존재하는 물질이 이런 대박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주로부터 날아온 로또를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바로 남극이다. 지금까지 지구에서 발견된 운석의 대부분은 남극에서 발견됐다. 운석은 지구 곳곳에 떨어지지만 대부분은 바닷속에 가라앉거나 땅속에 묻히곤 한다. 또는 지표면의 다른 암석과 뒤섞여 쉽게 발견되지 않는다. 하지만 남극 대륙은 새하얀 얼음으로 뒤덮여 있어 바다나 땅속에 가라앉지 않고 다른 돌멩이와 헷갈릴 일도 없다. 특히 운석 조각들이 빙하의 움직임에 따라 특정 지역으로 모일 수도 있으니 이곳이 어쩌면 노다지 광산일지도 모르겠다. 남극 대륙에서 걸어가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면 짜증부터 내지 말고 운석에 걸려 넘어진 것은 아닌지 자세히 살펴볼 일이다. 우주에서 날아온 로또가 당신을 바라보며 해맑게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우성 포스텍 산업경영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