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그룹 3남 홍석준 회장이 2대 주주…대기업 오너 자택·미술관 시공 두각

중견 건설사인 ‘장학건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고급 빌라 시공을 기반으로 커온 장학건설에 대기업 오너 일가와 전직 대통령이 ‘내 집’을 지어 달라 부탁하고 기업의 신사옥 신축에 증축도 맡긴다. 여기에 골프장 신축까지 장학건설의 손길을 원하고 또 거쳐 갔다. 눈여겨볼 점은 2대 주주의 활약이다. 장학건설의 2대 주주는 6.38%의 지분을 가진 홍석준(60) 보광창업투자 회장이다. 삼성 계열사에서 청춘을 보낸 삼성맨 출신인 그가 장학건설에서 가진 지분은 미미하지만, 2005년 2대 주주로 합류한 후부터 장학건설의 사세가 폭발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홍 회장 등장 후 대기업 발주 ‘쑥쑥’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공개된 2003~ 2014년 장학건설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홍 회장이 등장한 2005년 이후부터 대기업들의 발주가 눈에 띄게 늘었다.

2003~2004년 10개 안팎으로 진행된 공사는 주로 개인 주택, 출판사 사옥, 수익형 빌딩, 기업 연구소 등이었다. 그러나 2005년으로 넘어가면서면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장학건설의 주된 고객은 한화·삼성·대상·보광·삼양·두산·롯데·GS·현대차·현대 등의 대기업이 됐다. 2013년 한 해에 48건의 공사 중 20건 정도가 대기업 의뢰였다. 수년간 재계에서 갈고닦은 홍 회장의 파워 인맥이 시장에 통한 것일까.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성북동 주택, 임세령 대상 상무 청담동 빌딩, 박진원 두산 사장 성북동 주택,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가회동 주택, 이명박 전 대통령 논현동 사저 등이 장학건설의 주요 수주 현황이다.

장학건설의 한 임원은 “장학건설의 특화 기술과 노하우가 바탕이 되고 또 아무래도 대주주들의 지인이 많아 (사업에) 도움이 된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장학건설의 주요 발주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대기업과의 관계가 드러난다. 먼저 범삼성가인 한솔그룹이 장학건설에 발주했다.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내에 있는 한솔뮤지엄 내 제임스터렐관 증축 공사다.

대상 임창욱 명예회장의 성북동 자택 공사도 장학건설이 맡아 진행 중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전처인 임세령 상무의 청담동 빌딩의 시공사도 장학건설로 확인됐다. 홍 회장 집안인 보광그룹과의 거래도 있다. 계열사인 한국문화진흥에서 운영하는 뉴서울CC 클럽하우스 리모델링 공사다. 한국문화진흥은 홍 회장의 동생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49.20%의 최대 지분을 보유한 형제 회사다.

이 밖에 고(故) 허만정 GS그룹 창업자의 아들인 허완구 승산 회장은 2007년 성북동 자택 신축을, 허 회장의 큰딸인 허인영 승산 대표는 2013년 평창동 자택 신축을 발주했다. 같은 해에 (주)승산레저의 기숙사 신축 공사도 맡겼다. 이 밖에 발주처 GS칼텍스로 명기된 2011년 성북동 주택 수선 공사, 한남동 주택 신축 진행 건도 파악됐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비엔에프통상도 시공사를 장학건설로 두고 강남구 신사동 ‘SK-II 부띠끄 스파’를 지었다. 비엔에프통상은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의 아들 장재영 씨가 100%의 지분을 소유한 회사로, 롯데면세점 등에 수입 화장품 등 명품을 유통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 건설사 A 부장은 “장학건설은 고급 자재나 디자인에 특화한 곳으로 2~3년 전부터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며 “오랜 시간 삼성맨으로 재계 현장을 뛰던 홍석준 회장이 로열패밀리인 데다 인맥이 강해 대기업 수주를 따는 데 유리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장학건설이 대기업을 고객사로 모시게 된 데는 장학건설의 창업주이자 대주주(81.93%)인 정세학 대표이사의 역할도 컸다. 홍 회장과 정 대표는 경기고·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정·재계 파워 인맥을 자랑한다. 정 대표는 홍 회장의 후배다.

A 부장은 “두 대주주 모두 서울대 출신으로 학맥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며 “하지만 단순 인맥으로 사업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창립 때부터 줄곧 잘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등 업계에서 인정한 실력파”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 업계 관계자는 “장학건설이 처음 문을 열게 된 것이 몇몇 회장님의 집과 별장을 지어 주면서 시작된 것”이라며 “홍 회장 못지않게 정 대표도 오너들과 교류가 활발하다”고 전했다.


경기고·서울대 출신 막강 네트워크
장학건설의 고객 중 경기고·서울대 출신이 많이 눈에 띈다. 특히 경기고·서울대 출신이 많은 두산의 장학건설 발주 내역을 보면, 동대문 두산타워 1, 9층 리뉴얼 공사(발주처 두산타워)와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46) 두산 사장의 성북동 주택 신축 공사가 있다. 두산 3세들 가운데 박용오·용성·용현·용만 4형제가 모두 경기고를 나왔는데, 특히 대외 활동이 활발했던 박용성 회장 주변에는 경기고 동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장학건설의 최다수 발주처로 꼽히는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과 경기고, 그의 아내 서영민 씨와 서울대(약대) 동창으로 묶인다. 서 씨가 2대 주주로 있는 계열사 한컴에서 2007년 첫 발주로 인천광역시 한화기념관을 신축했다. 이를 필두로 2008년 오너 일가의 가회동 자택(발주처 한화건설), 경기도 가평 한화인재개발원(발주처 한화건설), 2011년 충북 보은 화약 공장에 김승연 회장의 성공회 세례명을 따 지은 성 프란시스 성당(발주처 한컴)을 지었다. 한화그룹 내의 한 소식통은 “집이나 한화기념관, 성당은 오너 확인 하에 움직일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특히 한컴은 디자인 하나하나까지 서 씨에게 확인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장학건설 두 대주주의 경기고 선배인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이 오너로 있는 경원건설의 남서울CC의 클럽하우스 리모델링도 장학건설이 맡았다. 허 회장 집안은 보광그룹과 사돈 관계이기도 하다. 2007년 허 회장의 장남 서홍 씨와 보광그룹의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의 장녀 정현 씨가 결혼하며 혼맥을 이어가고 있다. 2008년에는 발주처 ‘허서홍’으로 남서울CC 주택 공사가 발주됐다.

이 밖에 서울대 출신 오너가 있는 기업은 현대카드와 한섬이다. 불문과 출신인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은 2009년 장학건설에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옥 리모델링을 발주했다. 골프장 ‘1인당 그린피(이용 요금) 37만 원’으로 화제가 됐던 남해의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 역시 장학건설의 프로젝트인데, 이곳의 오너가 바로 서울대 문리대 출신인 정재봉 한섬피앤디 부회장이다. 의류 제조회사 ‘한섬’의 창업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장학건설에 발주한 기업 모두 계열 건설사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열 건설사를 통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대형 건설 업체 관계자는 “인맥에 치우치기보다 결국 실력자를 찾는 것이다. 고급 빌라, 수익 빌딩, 리모델링 등의 공사는 대형 건설 업체의 전공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대형 건설 업체는 플랜트 사업이나 공급량이 많은 주택 등 큰 규모의 사업에 집중하기 때문에 건설비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업 수주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장학건설은 건설사 평가 제도인 국토교통부 선정 ‘2013년 시공 능력 평가’에서 시공 능력 평가액 515억7900만 원, 업계 363위에 올라 3등급에 안착했다. 이범호 대한건설협회 시공능력평가 담당 과장에 따르면 2, 3등급은 중소형 공사를 수주하기 가장 좋은 등급으로 꼽힌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