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큰 직원 조기 발굴…미래 요구 역량 갖추도록 세밀한 경력 설계

인재 전쟁의 시대에 우리 조직의 미래를 이끌어 갈 리더, 잠재력 있는 인재는 어떤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 밝혀내고 그에 부합하는 인재를 선별해 확보하는 것은 조직이 시장에서 경쟁적 우위를 선점하는 데 필수적인 조건이 됐다. 최근 다양한 인사 관련 전문 콘퍼런스에서도 ‘핵심 인재(High-potential talent)’ 관리에 대한 이슈들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국내 많은 기업들이 핵심 인재를 ‘현재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고 다음 단계 리더나 임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후보군’으로 정의하고 있는 반면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현재보다 더 폭넓은 책임 범위를 소화할 수 있고 먼 미래에 효과적인 리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구성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이나 구성원에 대한 3년에서 10년 이상의 장기적 예측이 필요하므로 현재나 가까운 미래의 예견할 수 있는 확실한 포지션이나 책임, 사업 역량이 기준이 될 수 없다.


현재 성과보다 학습 능력과 가능성을 본다
이에 따라 먼 미래에 여러 다양한 역할 수행에 필요한 학습 능력이나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가 핵심 인재 확보의 주안점이 된다. 즉 조직이 단기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가’라는 관점에서 핵심 인재 관리 프로세스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효과적인 핵심 인재 관리에는 다음의 4가지 단계가 모두 수반돼야 한다.

첫째 단계(‘So?’)는 사업적으로 현재 필요한 역할 뿐만 아니라 미래에 요구되는 역할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다. 핵심 인재는 사실상 현재 맡고 있는 역할이나 책임 이상의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직에서는 궁극적으로 미래에 부여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끔 성장과 개발 기회를 제공했을 때 가장 큰 효과를 보이는 구성원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인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할 때 모두 같은 포지션을 염두에 두지는 않는다. A는 사업가 재목일 수 있지만 B는 조직 살림을 챙기는 역할에 자질이 있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핵심 인재가 누구인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떤 목적과 궁극적인 커리어 트랙을 갖고 있는 핵심 인재가 필요한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잠재력 있는 인재라고 했을 때 무엇을 위한 잠재력인가’, ‘현재와 미래에 어떤 성공을 기대하는가’, ‘어떤 사업 전략이 필요한가’, ‘이러한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기술·특성·태도·역량 등을 가진 인재가 필요한가’ 등을 이 단계에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 시나리오들을 검토하고 각각에서 요구되는 핵심 인재들의 상을 정의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사업 전략이 새로운 시장과 고객을 만들어 내는 신사업 개발 중심이라면 공격적으로 사업을 개척하고 키워 나갈 수 있는 사업가로서의 잠재력을 중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반면 비용 절감이 중요한 전략 목표라면 조직의 비용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는 인재가 핵심 인재의 정의가 될 것이다.
[경영전략 트렌드] 글로벌 기업서 배우는 미래 인재 전략
2단계(‘Know’)에서는 현재 우리 조직이 보유하고 있는 인재의 수준을 평가하고 미래에 요구 역할 수행에 필요한 수준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현재 인재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지금 보이고 있는 성과 혹은 고과 평가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높은 성과를 보여 핵심 인재로 주목 받던 조직의 스타플레이어를 사업적으로 중요한 포지션에 보냈더니 막상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해 사업이 망가졌다는 말은 어느 조직에서든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는 얘기다.

이는 새로 부여 받은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경험·역량·자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을 때 일어날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성과나 업무 수행 수준뿐만 아니라 잠재력도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잠재력 (potential)은 현재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미래에 맡을 수 있는 다양한 역할 간의 적합도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이 갖고 있는 능력·동기·포부를 포함해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 이를 저해하는 요소(derailers)가 무엇인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일찍 파악하면 할수록 부족한 부분을 미리 보완하고 개발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므로 주요 핵심 역할이나 포지션에 대해서는 주니어 포지션, 즉 경력 초기 단계까지 핵심 인재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방향 없는 직무 순환과 과속 승진은 오류
성공한 리더 중 성장 속도가 두드러지게 빨랐던 사람들이 경력 초반에 공통적으로 보였던 특성은 스스로 항상 성장하려는 의지를 갖고 배우려고 노력했다는 점이다. 특정한 지식을 얼마만큼 알고 있느냐가 더 이상 중요하지 않고 새로운 환경이나 정보를 효과적으로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변화가 빠른 현재 기업 환경에서 필수적인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을 헤이그룹에서는 ‘성장 잠재력(Growth factors)’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 인재들은 다음과 같은 4가지 특성을 보인다.

첫째, 높은 학습에 대한 열의다. 새롭거나 도전적인 경험을 기꺼이 하려고 하고 이를 통해 배우려고 노력한다. 둘째, 폭넓은 관점 및 시각이다. 다각적인 관점에서 문제나 상황을 바라보고 이러한 관점들을 통합해 자신만의 해결 방안을 만들어 낸다. 셋째, 타인에 대한 명확한 이해다. 다른 사람들의 입장이나 생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타인의 경험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자신의 성장 자원으로 삼는다. 넷째, 높은 정서적 성숙도다. 실패나 어려운 상황, 과제를 배움의 기회로 여기고 스트레스와 부정적 감정을 잘 조절해 좌절 상황에서 쉽게 회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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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인 인재들은 리더가 됐을 때 보다 다양한 리더십 스타일을 상황에 적절하게 활용하고 구성원이 스스로 몰입해 일할 수 있는 긍정적인 조직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긍정적인 조직 분위기를 가진 조직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약 30% 정도 높은 성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한다면 핵심 인재를 선정하는 데 현재의 성과 수준보다 성장 잠재력을 더 중요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3단계(‘Grow’)는 앞서 파악된 현재 인재의 특성과 미래 요구 조건과의 간극을 줄이는 단계다. 내부 인재들을 육성하는 방식과 외부에서 필요한 역량을 가진 인재를 도입하는 방식이 모두 활용될 수 있다. 조직 문화나 사업의 전략 방향성에 따라 인재 확보 방식이나 육성 방식은 모두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을 키우는 것은 최고경영자(CEO)를 키우는 것’이라는 조직 문화를 가진 P&G는 내부 승진 원칙(Build from within)을 바탕으로 외부 경력 직원의 유입보다 신입 사원을 채용해 필요한 인재로 양성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이를 위해 직속 상사에게 부하 직원을 육성하는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90%의 교육은 일하는 가운데서 배우는 것(Learning by doing), 즉 성장에 필요한 업무 경험을 고려한 프로젝트나 역할 부여로 인재를 개발하고 있다. 어떠한 방식을 사용하든지 핵심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은 단기적·산발적 교육으로 끝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목표하는 인재상을 향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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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Flow’)는 실질적으로 인재가 적재적소에 막힘없이 배치되고 장기적으로 해당 역할에 대해 충분한 후보자 풀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뛰어난 인재에게 현재 업무보다 도전적인 역할을 적절한 시기에 부여함으로써 더 큰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위해서는 각 인재가 필요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직무·역할을 명확히 파악하고 그 역할 수행을 통해 어떠한 것들을 학습해야 하는지 목표도 분명한 것이 좋다. 제너럴일렉트릭(GE)이나 IBM 등 많은 기업에서 업무 순환이나 도전적인 과제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핵심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핵심 역할 정의하고 맞춤 인재 찾는 ‘톱다운 방식’
그러나 장기적 육성 지향점이 없는 직무 순환이나 필요 경험을 충분히 쌓지 못한 채 지나치게 빨리 승진시키는 것 등은 이 단계에서 조직이 쉽게 빠질 수 있는 오류이므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사업가로서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마케팅이나 영업에서 충분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은 성장에 필수적일 수 있다. 또한 단순히 어떤 보직이나 직무를 거쳐 왔는지 판단하지 않고 그 직무나 역할 안에서 어떤 경험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미래 전략 수행에 필요한 인재를 조직 내부에서만 찾기는 어려울 수 있다. 또한 필요한 모든 역할에 대해 인재 풀을 확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사업 주도적 경력 경로(career pathing) 설계를 통해 전략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정의하고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인재를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톱다운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다. GE는 전략 수행에 필수적인 주요 핵심 역할(Destination role)이 무엇인지 먼저 정의하고 이 역할에 이르기까지 필수적인 직무, 업무 경험 등의 필요 요건을 파악해 사업 주도적인 경력 경로를 설계했다.

조직 내 핵심 역할에 이르는 경로는 다양할 수 있으므로 특정 직무·역할에 들어서면 핵심 역할로 향하는 트랙으로 진입을 결정하는 경력 초기 역할(feeder role)도 명확히 정의하고 각각의 경력 경로도 설계했다. 즉 사업가가 최종 핵심 역할이라면 초기 역할은 영업·마케팅 혹은 재무 관련 직무에서도 출발할 수 있다. GE는 이 과정을 통해 어떠한 경험이 미래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이고 성과에 큰 차이를 가져오는지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핵심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 반영했다.

사업 주도적 경력 경로는 자원을 가장 필요한 곳에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집중할 수 있어 투자수익률(ROI)을 극대화할 수 있고 핵심 인재가 스스로 자신에게 필요한 경험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 수 있어 효과적인 경력 관리 및 개인별 맞춤 육성이 가능하다. 또한 신속한 성장에 도움이 되는 경험과 방해가 되는 경험을 미리 파악해 관리가 가능하므로 배치 시 역할 전환에서 오는 위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조사 결과를 보면 25%의 기업만이 새로운 환경에서 조직을 이끌어 나갈 리더, 핵심 인재들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국경 없는 무한 경쟁 시대에서 우리 조직은 과연 10년, 20년 후 미래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가.


장보인 헤이그룹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