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인재 영입할 때 경험의 질과 내용 꼼꼼히 따져야

[신현만의 CEO 코칭] 시스템 집착하다 날 새는 대기업 출신
Q 임원을 영입하려고 합니다. 사업 부문을 총괄할 책임자여서 탁월한 안목으로 사업을 한 단계가 끌어올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시장 전체를 바라보면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식견과 직원들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갖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부 임원들은 관련 분야의 1등 대기업에서 사업을 지휘했던 분이 들어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선발 대기업 출신이 와서 성과를 내려면 시스템이나 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회사의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이에 따라 선발 대기업이 아니라 우리 회사보다 한두 걸음 앞선 회사에서 실무를 충분히 경험한 사람이 좋다고 말합니다. 어느 쪽을 선택하는 게 옳을까요.

A 외부에서 누군가를 영입한다는 것은 내부 인사로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직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데 내부에 이것을 담당할 적임자가 없으니 외부에서 찾는 것이죠. 이에 따라 외부에서 영입하는 인재는 조직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 능력은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경험으로 입증돼야 합니다. 단순히 명문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고 자격증을 갖고 있다거나 잘 알려진 기업에서 높은 직급으로 근무한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영입하려는 회사가 안고 있는 과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경험을 실제로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가장 성공한 경험을 한 곳이 어딘지 보라
귀하의 회사도 후보자가 글로벌 기업이나 선발 대기업에서 근무했느냐가 선발 기준이 아닙니다. 후보자의 관련 업무 경험이 얼마나 풍부한지, 그 경험이 귀하 회사의 현안을 해결하는 데 충분한 것인지 봐야 합니다. 후보자의 이전 직장이 어디인지 따지기보다 그가 했던 경험의 내용과 질이 중요합니다.

후보자의 경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경험이 성공한 것이었는지 하는 점입니다. 사람은 대체로 자신의 ‘전성기 방식’으로 삽니다. 자신의 삶이 가장 성공적이었던 시기의 가치관을 유지하고 그 당시 어울렸던 사람들과 자주 만나며 그때의 음식과 문화를 즐깁니다.

경영자나 간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가장 성공적이었던 시절의 방식대로 경영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임원이 A 기업에서 재직할 때가 가장 전성기였고 성과를 잘 냈다면 아마도 그는 A 기업의 조직 운영 방식이나 고객 관리 방식, 마케팅 방식을 따를 것입니다. 그가 다른 기업으로 직장을 옮겨도 그 방식을 적용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가 A 기업에 재직했더라도 그때 경험이 실패로 남아 있다면 그는 자신이 가장 성공적이라고 느꼈던 B 기업의 방식을 선호할 것입니다. B 기업이 비록 A 기업보다 규모가 작고 시스템이 덜 갖춰졌다고 해도 그는 새로 옮긴 직장에서 B 기업 방식을 적용하려고 들 겁니다. 이때 그의 이력서에 A 기업의 재직 경력이 있더라도 의미가 크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후보자가 어떤 기업에서 근무했다는 사실만으로 회사가 원하는 경험을 쌓았을 것이고 그 경험을 토대로 조직적 과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십시오. 단지 그곳에서 일했을 뿐 회사가 원하는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 후보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후보자를 결정할 때 그가 가장 성공적인 경험을 한 곳이 어디인지, 그 경험이 회사가 원하는 것과 일치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둘째, 그가 성공할 때 여건이 어땠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어떤 사람이 성과를 거두려면 많은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다. 개인의 능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조직 시스템이나 업무 프로세스, 상사와 부하 직원, 회사의 브랜드와 상품 기획력, 기술력과 자금력 등 여러 가지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따라서 귀하의 회사에서도 그의 성공에 필요한 기본 여건을 제공할 수 있어야 그의 성공이 재현됩니다. 만약 여건을 갖추기가 불가능하다면 그가 아무리 좋은 성공 경험을 갖고 있고 이를 재현하려는 의지가 있더라도 그의 성공이 쉽게 재현되길 기대할 수 없습니다.
총괄 업무보다 참모·자문역이 더 적합할 수도

중견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둔 임원을 영입했지만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영입된 임원들이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고 인력 수준이 떨어지는 기업의 상황을 감안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이나 대기업 방식으로 업무를 하다 보니 성과가 나지 않는 겁니다. 중견기업의 성공 방정식은 글로벌 기업이나 선발 대기업과 다르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죠. 이 때문에 시스템이나 인력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중견기업이라면 선발 대기업 출신 임원에게 총괄 업무를 맡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런 대기업 출신들은 참모나 자문역으로 활용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만약 그의 성공 경험만 믿고 그에게 사업 책임을 맡긴다면 그는 실패한 책임자로 남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그는 입사 뒤 상당 기간 동안 시스템을 바꾸고 사람을 충원하고 교육 훈련하느라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이전 직장의 성공 조건을 그곳에서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죠. 그러나 빨리 성과를 기대하는 중견기업 경영자들이 이것을 지켜보는 것은 고역일 것입니다. 조바심이 난 경영자는 직간접적으로 채근하게 됩니다. 그러나 업무 환경은 쉽게 바꾸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갈등이 심화됩니다. 그 결과 어렵게 영입한 인재지만 결국 떠나게 되는 거죠.

셋째, 경험을 살펴볼 때 필요한 경험을 했는지만 보지 말고 다른 경험은 없었는지 따져보십시오. 원하는 능력이나 자격을 갖춘 사람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런 사람은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입이 어려운 것은 직무 수행에 필요 없는 경험, 때로는 하지 말았어야 할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어떤 전자회사가 북미사업을 총괄하는 사업본부장을 영입하기로 했습니다.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는 사람은 북미 전자 시장의 특성을 잘 알고 있고 10조 원 규모의 사업 조직을 이끈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는 일본계 전자회사들이 반덤핑 문제로 홍역을 치를 때 그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이 때문에 최근 회사가 고민하고 있는 반덤핑 문제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그는 미국 명문대 법대 출신으로 법률적 지식을 갖추고 있었고 미국 당국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구축돼 있었습니다.

회사는 이 사람을 채용했습니다. 경영진은 적임자를 찾았다고 흡족해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근무 초반부터 조직원들과 마찰을 빚다가 반 년도 안 돼 미국계 경쟁 회사로 옮겨 갔습니다. 직원들은 좌절했고 사업은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그를 채용하는 데 관여했던 임직원들은 문책을 당했습니다.

알고 보니 그는 일본계 전자회사에서 일할 때 조직 구성원들과 갈등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는 일본인들의 업무 처리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고 연고주의와 정실주의에 사로잡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때문에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보고 지나치게 법과 규칙을 따졌습니다. 당연히 상사나 조직 구성원들과 마찰이 생겼습니다. 그가 일본계 전자회사를 떠난 것도 이 문제와 연관이 있습니다.

인재를 영입한다는 것은 그의 경험을 산다는 것입니다. 외부의 경험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경험은 순도가 높지 않습니다. 불순물이 끼어 있을 수도 있죠. 그래서 경험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과정을 꼼꼼히 살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