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금업 라이선스 보유 수혜 톡톡…미분양 담보대출 수수료 수익이 효자
독야청청. 최근 거래 대금 감소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증권사들이 ‘위기의 계절’을 보내는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이하 메리츠)만이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종합 금융(종금)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는 메리츠는 증권가 불황에도 지난 1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으로 1분기에 영업이익 382억 원, 순이익 289억 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각각 45.6%, 52.7% 늘어난 수치다. 1분기에 성과급 100억 원 이상을 지급하면서 판관비가 전 분기보다 35.0% 늘어난 것까지 고려하면 증권업 불황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종금업 ‘차별화’…기업금융 두각
실적 상승의 비결은 뭘까. 바로 종금업 라이선스를 활용한 기업금융 부문의 성장이다. 메리츠는 2010년 4월 메리츠증권이 메리츠종금을 흡수합병하면서 종금업 라이선스를 얻게 됐다. 이것은 증권업계에서 유일한 차별화된 무기로 작용해 신시장을 개척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NPL) ▷기업 대출 ▷자동차 리스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다양한 분야의 금융 상품을 판매한 결과 지난해 기업금융 부문의 순영업수익은 2012년 대비 20.5% 정도 증가했다.
2011년부터 시작한 자동차 리스 사업은 첫해 수익이 122억 원에서 지난해 406억 원으로 늘었다. 종금형 CMA를 통해 낮은 펀딩 코스트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메리츠의 2013년 말 종금형 CMA 잔액은 2조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종금 북(BOOK)은 3조 원을 웃돌며(편입할 수 있는 채권 규모가 3조 원이라는 의미) 메리츠는 부동산 PF·자동차 리스·NPL·할인어음 등의 사업을 통해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이 같은 성적은 종금 면허의 강점이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신동오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메리츠가 보유한 종금업 라이선스로 대출 금액 100%가 모두 영업용 순자본에서 차감되는 증권 북과 달리 종금 북에서는 8%만 차감되는 장점을 지녔고 부동산 PF, 자동차 리스, NPL, 할인어음 등 증권업 면허만으로는 영위가 불가능한 고마진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실 대출이 발생하지 않는 등 양호한 위기관리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메리츠의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미분양 담보대출 확약(이하 미담 확약)의 수수료 수익도 메리츠가 최대 실적을 올릴 수 있었던 쌍두마차로 꼽힌다. 미담 확약은 미분양을 담보로 제삼자가 대출을 미리 약속(확약)하는 것을 말한다. 건물이 완공된 이후 미분양이 남아 은행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할 때 금융회사가 미분양 물건을 담보로 대출을 해준다는 약정이다. 금융회사는 건설사의 지급보증 책임을 떠안는 대신 수수료를 받는다. 건설사엔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미담 확약 증권사의 수수료 수익은 확약 금액의 3%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2011년부터 이 시장에 뛰어든 메리츠의 미담 확약 규모는 2011년 3월 말 100억 원 수준에서 2013년 3월 말 1조2095억 원으로, 2013년 12월 말에는 2조5726억 원까지 급증했다. 둘째로 확약 규모가 큰 HMC투자증권(3600억 원)의 7배가 넘는다.
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투자은행(IB) 수수료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11년 3월 235억 원이던 IB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말 1010억 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말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인 321억 원보다 3배 이상 많다. 대폭 줄어든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을 미담 확약 수수료가 상쇄하고 남는 구조로 바뀌었다.
NCR 개편으로 수혜 기대
이러한 실력을 바탕으로 메리츠는 업종 내 최고 수준의 ROE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증권업 평균 ROE가 8.8%를 기록한 후 하락세인 반면 메리츠는 2010년 이후 2012년까지 연평균 ROE 8.7%를 기록했다. 작년 1분기 기준 메리츠의 ROE는 9.2%(연 환산 기준)로, 증권 업종 평균 ROE 1.2%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메리츠의 높은 ROE는 상대적으로 낮은 위탁매매 수수료 비중 때문이다. 메리츠의 위탁매매 수수료가 순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1%다. 업종 평균 55.7%에 비해 낮다. 수익 구조가 다변화돼 있고 기업금융 부문이 양호한 실적을 내고 있는 덕분이다.
최근에는 증권업을 둘러싼 환경도 긍정적인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메리츠의 장밋빛 미래는 더욱 밝다. 올 4월 초 금융위원회는 기존 ‘총위험액 대비 영업용 순자본 비율’에서 ‘필요 유지 자본 대비 유효 자본(영업용순자본-총위험액)’으로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산출 체계를 변경하기로 했다.
금융위가 재무 건전성 지표인 NCR 산정 기준을 개편하기로 한 것은 IB 업무를 활성화하려는 조치다. 개선안에 따르면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대출을 진행하면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하는 대신 잔존 만기 3개월~1년인 일반 기업 대출은 가중 위험 값을 적용해 신용 위험으로 반영한다.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관련 대출에 대해서도 잔존 만기와 관계없이 현행 위험 값을 적용해 위험액에 반영하기로 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NCR 제도 개선으로 대형 증권사들의 진입에 따른 경쟁력 상실에 대한 일부 우려가 있지만 메리츠는 NCR에 상대적으로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대출 영업이 원활하며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메리츠 관계자는 “각자대표에 대한 경영 위임 체계가 확고한데, 무엇보다 각자 대표 체제의 단점을 최소화하고 강점을 극대화한 결과”라며 “부문별로 빠른 의사 결정과 전문화가 고스란히 사업 성과에 가장 크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이사 보고도 웬만한 것은 대면 보고를 기다리기보다 전화나 문자로 빠르게 이뤄진다. 이들의 리스크 분석과 관리가 꼼꼼한 것도 한몫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메리츠의 꾸준한 호성적이 최근 사업 확장에 든든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이엠투자증권 인수전에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서다. 지난 7월 1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전날 예금보험공사는 아이엠투자증권 지분 52.08% 매각에 대한 우선 협상 대상자로 메리츠를 선정했다.
메리츠의 아이엠투자증권 인수 도전은 기업금융에 대한 확신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는 지난해 ROE 12.8%를 기록하며 업계 1위 수준으로 선전했는데, 기업금융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즉, 리테일보다 IB 부문에 특화된 아이엠투자증권을 인수함으로써 기존 메리츠의 기업금융 부문과의 시너지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인수에 성공하게 되면 메리츠는 자기자본 기준 업계 10위권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돋보기
돌아온 조정호 회장의 승부수
조정호 메리츠종금증권 회장이 아이엠투자증권 인수로 사업 확장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성과급 등 고액 연봉 논란으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가 지난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한 지 4개월 만이다. 조 회장은 그동안 막다른 길에 부닥칠 때마다 파격적인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2005년에 보험사 순이익이 한 해 평균 200억 원 아래로 떨어지자 ‘제2의 창업’을 선언하며 사명을 동양화재에서 메리츠화재로 바꿨고 같은 해 보험 업계 최연소 최고경영자(CEO)로 송진규 사장을 선임했다.
지난해에도 메리츠금융이 보유한 자회사인 메리츠캐피탈과 50.1% 경영권 지분을 가진 메리츠화재를 지원하기 위해 3자 배정 방식으로 증자에 나서려 했지만 메리츠캐피탈이 사업 확대를 위해 추진하던 우리파이낸셜 인수가 실패하자 증자 계획을 접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최근 다시 유상증자를 시도해 사업 확대를 다시 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1500억 원대 유상증자를 진행 중이다.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자금 확보를 위한 시도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메리츠종금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과의 합병에 성공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2010년 4월 메리츠증권 시절 메리츠종금을 흡수합병한 이후 또 다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자기자본이 1조 원대로 늘어 IB 영업을 확대할 수 있다.
조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주인 부친 고 조중훈 회장의 4남으로, 상대적으로 작은 그룹 내 금융 계열사를 물려받아 현재의 메리츠금융그룹으로 키운 주인공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은 그동안 보수적인 사업 기조를 유지했지만 최근 경영에 복귀한 이후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영업에 확신을 가지게 됐고 이제는 자본력을 키워야 할 때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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