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선발 때 인성 평가 도입…통합적 관점의 리더십 진단 필요

[경영전략 트렌드] ‘제2의 라면 상무’ 걸러 내기 나선 기업들
2013년 ‘항공기 여승무원의 얼굴을 때린 라면 상무’, ‘호텔 지배인을 장지갑으로 때린 빵 회장’ 사건이 방송 매체에 보도된 바 있다. 이는 한국 사회, 특히 기업에서 인사관리(HR)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래서인지 2013년, 2014년 리더십 진단과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필자에게 걸려 온 전화의 약 60%가 ‘임원의 리더십 진단’ 특히 ‘임원의 개인 특성 진단’이었다. 그렇다면 한국의 HR는 대개 신입 사원 채용 시 사용하는 개인 특성(인성) 진단을 왜 임원들의 리더십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일까.

지금까지 임원의 선발·관리·육성은 거시적 안목, 즉 전략적 사고 증진이나 미래 사업적 관점을 감안한 어프로치를 취해 왔다. 그러나 위와 같은 사건들은 한국의 HR로 하여금 기존의 어프로치뿐만 아니라 리더의 기본적인 인성을 파악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 실제로 최고경영자(CEO)는 리더가 갖고 있는 내면적 속성을 파악해 보라는 주문을 HR에 하고 있으며 이는 관련 내용들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만큼 개별 기업 임원의 현 상황을 파악해 미리 대비하고자 하는 간절한 염원이 담긴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리더십 진단 수요 폭발적으로 증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많은 기업의 HR는 컨설팅 혹은 진단 회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들의 요청 사항은 리더십 진단을 하고 싶은데 적절한 도구를 선별해 달라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정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이 리더십이라고는 명명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개인 특성 진단을 하고 싶습니다’가 기본 사항이다. 그리고 그들은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요구 사항을 더한다.

▶임원(혹은 리더)의 리더십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도구가 있나.

▶혹시 글로벌 수준 혹은 산업군, 국가별 수준과 비교할 수 있나.

▶아무래도 직급이 임원인지라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받기에 제약이 있다. 혹시 셀프 진단을 통해 리더십 수준을 진단할 수 없나. 또한 진단을 주관할 부서의 용이성이 감안된 리더십 진단 도구를 추천해 달라.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리더가 발휘할 행동 패턴을 예측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도구가 있나.

▶내부적으로 역량 모델이 있다. 혹시 개인 특성 진단 결과를 우리 역량에 비춰 해석해 줄 수 있나. 이번 리더십 진단 결과를 평가에도 활용하고 싶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 사항들은 일면 기업의 무리한 욕심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다. 이들의 요구 사항에 대한 답을 다음과 같이 제시할 수 있다.

첫째, 정확한 리더십을 진단할 수 있나. 사실 ‘우리 상사는 그때그때 달라 도무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불편함을 토로하는 직원이 많다. 그러나 이는 리더가 개인적 성향을 바꿔 행동하는 게 아니라 리더가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그 행동을 달리 취하는 것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단일화된 진단으로는 리더의 행동을 100% 예측할 수 없으므로 다양한 진단 도구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다른 회사 혹은 글로벌 수준과 비교 가능한가. 한국 기업은 스스로의 수준을 점검하기보다 타사 대비, 글로벌 수준 대비, 산업군 대비, 베스트 기업 대비 어떠한지 그 수준을 비교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타사와 비교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처한 상황과 환경이 다르므로 이를 비교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비교 후 기업에 어떠한 이득을 줄 것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S그룹은 기존의 비교 수준을 점검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철저히 내부 조직 간 비교를 통해 해당 기업 수준을 파악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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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특성 알아도 리더십 예측은 불가능
셋째, 진단의 운용 용이성을 위해 셀프 진단이 가능한가. 물론 가능하다. 그러나 셀프 진단은 개인의 인식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개인이 본인을 좋게 보이기 위해 얼마든지 의도적으로 응답할 수 있다. 특히 개인 특성을 재는 진단 문항은 ‘나는 야심이 있다’, ‘나 자신에 대해 오픈 마인드를 갖고 있다’, ‘나는 남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적을 만들지 않기 위해 겉으로만 보이려 한다’ 등과 같은 형태로 이뤄져 있다. 이는 지극히 ‘나’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인의 ‘내적 상태’를 내포하는 것이므로 스스로 성찰하는 데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은 그들이 실제로 상기와 같은 행동을 발현하는지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이에 진단 목적을 감안해 경우에 따라서는 번거로워도 셀프 진단에 더해 다양한 방식의 평가 시스템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넷째, 개인 특성 진단을 통한 리더십 행동 패턴 예측이 가능한가. 개인 특성은 개인의 동기(Motive), 자기 이미지(Self-image), 가치(Value)를 알아보는 것으로 겉으로 확인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에너지의 원천, 본인 스스로의 이미지, 본인의 선호도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행동이 일어나는 근원을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리스크 포인트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리더가 실제로 어떠한 행동을 할지 개인 특성을 모두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 왜냐하면 개인이 처한 상황과 환경 등 다양한 형태의 외부 변수를 고려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 특성이 리더십 효과성에 다소 낮은 수준의 연관성을 보인다는 윌리엄 가드너와 마크 마르팅크의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섯째, 평가에 활용하기 위해 개인 특성 진단 결과를 역량으로 해석해 줄 수 있나. 역량이란 개념은 <그림 1>과 같이 아이스버그 모델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행동·기술·지식·가치·자기 이미지·특질·동기들이 역량을 설명하는 모든 것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리더십 진단=역량 진단’이라고 생각하는 HR 담당자가 많아 개인 특성 변수를 행동으로 가시화되는 ‘역량’으로 확대해 해석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는 결과 해석의 오류를 낳을 수 있다. 왜냐하면 개인 특성은 선호도에 대해 파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리더가 반드시 개인 특성에 근거한 행동을 보일 것이라고 확대해석하기에는 다소 제약이 따른다. 즉, 개인 특성 진단은 스스로의 선호도에 대해 조사하는 것으로 선호 정도를 평가에 반영하기에는 제악이 따른다. 예를 들어 빵을 좋아하는 사람과 밥을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에게 높은 점수를 줄 수 없지 않나.

학계에서는 개인 특성 진단을 단편적으로 활용했을 때 빚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제시하며 통합적 관점의 리더십 진단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와튼스쿨의 조직 심리학 교수인 애덤 그랜트는 최근 그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개인 특성 진단 특히 마이어브릭스 유형지표(MBTI)의 위험성을 제시한 바 있다. 헤이그룹도 한 리더의 행동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단일화된 도구보다 통합적 관점에서 리더십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헤이그룹의 방법론에 따르면 개인 특성 혹은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 리더의 행동과 그에 따른 조직 분위기가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들 진단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리더십 효과성 모델(Leadership Effectiveness Model)로 설명된다. 이들 리더십 효과성 모델은 <그림 2>와 같이 ‘개인 특성’, ‘역량’, ‘리더십 스타일’, ‘조직 분위기’의 4가지 영역을 진단하는 것으로, 이들 관점은 각각 동떨어진 내용이 아닌 도구별로 각기 연결 고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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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분위기로 리더십의 효과성 측정
헤이그룹의 리더십 효과성 모델에 따르면 한 개인이 직무에서 보이는 개인 특성은 상황적인 요청과 상호작용해 리더 역량으로 발현되고 이들은 리더십 행동으로 드러나게 된다. 한편 이러한 리더십 행동은 부하 직원들이 느끼는 조직 분위기를 조성하게 되고 이들 조직 분위기가 궁극적으로는 부하 직원들의 동기를 자극해 조직에 몰입할 뿐만 아니라 성과 수준 및 자발적 노력에 영향을 준다. 즉, 개인의 타고난 특성을 통해 개인행동의 근원을 파악할 수 있고(인풋 요소), 이들 요인이 역량과 리더십 행동으로 발휘돼(스루풋 요소) 궁극적으로는 조직 분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아웃풋 요소). 이들 도구에 대한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조직 분위기 조직의 성과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요소로서 리더의 리더십 발휘에 대한 아웃풋 성격을 가지고 있음. 이를 토대로 리더가 인적 자원을 어떻게 관리하고 최적화하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할 수 있음. 본인과 부하 직원이 진단에 참여

2. 리더십 행동 리더가 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조직 분위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침. 한편 리더십 행동은 부하 직원의 효과적 업무 수행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 본인과 부하 직원이 진단에 참여

3. 리더 역량 리더에게 요구되는 역량 보유 및 발휘 수준에 대해 평가함. 리더의 포지션에 적합한 역량을 발휘하는지 확인할 수 있음. 본인·상사·부하 직원·동료가 진단에 참여

4. 개인 특성 리더의 행동 근원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역량과 함께 해석될 수 있음. 본인 진단

실제로 이들 구성 요소들을 토대로 많은 기업들이 리더십 진단을 통합적으로 점검했고 리더들의 리더십 행동과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 조직의 분위기를 파악한 바 있다. 특히 그들은 단일화된 진단 도구를 사용했을 때보다 리더의 행동 패턴을 입체적으로 조망해 볼 수 있었다는 피드백을 줬다. 실제로 국내의 K그룹은 2000년대 중반부터 내부적으로 개인 역량에 초점을 맞춘 진단만 시행했지만 이들 진단 도구가 리더의 행동을 예측하기에는 제약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리더의 행동 근원, 리더십 행동, 조직 분위기에 대한 통합적 관점으로 진단했고 그에 따른 결과를 도출, 임원 보임 시 활용했다. 그 결과 예측 정도를 높일 수 있었고 궁극적으로는 지속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종합하면 개인 특성 진단은 유형화(typology)하기 위한 형태의 진단으로 개인의 선호도 혹은 개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한 개인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진단이기 때문에 리더십 진단 이후에 ‘소 왓(So What)?’이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답으로는 오로지 ‘스스로를 이해하는데 활용할 수 있습니다’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아직도 한국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개인 특성 진단만 고수하는 실정이다. 다만 개인 특성 진단은 한 개인의 리더십 발현 정도를 전반적으로 파악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만큼 이들 자료는 참고로 활용할 뿐 이들 결과로 조직 성과를 창출하는 리더들의 리더십 수준을 진단하기에는 다소 제약이 따른다. 또한 개인 특성에 대한 진단 결과는 실제 리더십 행동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전문가 인터뷰나 상사·동료·부하 직원들의 피드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리더십 행동을 통합적 관점에서 조망할 필요가 있다.


배미은 헤이그룹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