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차량 성능보다 교통수단 간 네트워킹 중요…혁신 기업 등장 기회

[테크 트렌드] ‘성능’서 ‘연계성’으로 미래 교통축 대이동
28조5000억 원. 한국교통연구원이 추산한 2010년 국내 교통 혼잡비용이다. 4대강 사업의 예산 22조 원보다 많은 돈을 매년 길에 버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뉴욕·런던·파리 등 세계의 대도시들 역시 교통 혼잡·환경오염·온실가스·교통사고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향후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도시인구 증가와 도심의 거대화와 복잡화, 내부 경제활동 확대 때문이다. 도시 교통 수요는 대개 이동 거리로 측정된다. 컨설팅사 아서 디 리틀의 예측에 따르면 전 세계의 도시 내 이동 거리는 2010년 총 25조8000억 km에서 2050년 67조1000억 km로 160%나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교통 정체로 길에서 낭비되는 시간은 같은 기간 동안 1인당 연간 58.4시간에서 106.3시간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지구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량 교통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0년 6.7%에서 2050년께 17.3%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신개념 이동 수단들 도입
이처럼 교통 문제가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면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교통 체계를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변화는 특히 이동 수단, 이동 서비스, 이동 인프라 측면에서 두드러질 전망이다.

현재 도심 내 교통수단의 주류는 버스·지하철·택시·자가용 등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교통 사각지대 해소와 도심 내 개인 이동성 향상을 위해 경전철·PRT·PMD 등 다양한 보조 이동 수단들이 도입될 전망이다. 여기서 PRT(Personal Rapid Transit)는 무인 운행되는 4~6인용의 초소형 경전철로 2013년 순천 정원 박람회에서 선보인 바 있다. 한편 PMD(Personal Moblility Device)는 도심 내에서 가까운 거리를 저속으로 움직이는 1~2인용 이동 장치다. 최근 폭스바겐·도요타 등 자동차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PMD 제품을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도심 내 차량 매연 규제, 대형 차량 진입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존 휘발유 차량 대신 빌딩 간 이동 등에 간편히 이용할 수 있는 도심 특화 이동 수단이 필요해져서다.

또한 흥미롭게도 보행·자전거·전기자전거(e-Bike)·자전거택시 등 휘발유 엔진 대신 인간의 힘을 활용하는 이동 수단도 재조명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비동력(non-motorized) 이동 수단의 부상은 교통 체계의 무게중심이 자동차에서 인간으로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미 한국에서도 도심에서 보행 전용 도로나 자전거도로가 확대되고 차 다니지 않는 거리가 조성되는 등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14년 1월 런던에서는 총연장 221km의 자전거 전용 고가도로를 만들자는 스카이 사이클(Sky Cycle) 계획이 제안돼 세계적인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최근 위치 정보 서비스, 스마트폰,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등의 기술 발전에 힘입어 도시인들의 이동 수단 연계를 돕는 서비스들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 CCTMO 대시보드, 영국 런던의 저니 플래너(Journey Planner), 한국의 서울 버스 애플리케이션(앱)은 현재 위치에서 선택 가능한 다양한 이동 수단들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이에 따라 세계의 대도시에서는 다양한 이동 수단들의 현재 위치·비용·시간을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비교하면서 마치 게임하듯 환승하며 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앞으로는 도시 간 이동, 국가 간 이동에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나올 전망이다.

나아가 새로운 이동 공유 서비스들이 나타나 기존의 버스·택시·택시서비스를 보완할 전망이다. 특히 카 셰어링은 한국과 달리 해외에서는 이미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버클리대의 TSRC연구소에 따르면 2013년 초 북미 지역 카 셰어링 사용자는 103만 명, 카 셰어링 차량은 1만6000대 수준에 달했다. 차량 공유 시장의 전망이 밝아지면서 기존 렌터카 업체나 자동차 생산 업체들도 속속 관련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세계적 렌터카 업체인 아비스는 2013년 유명한 카 셰어링 업체인 집카를 5억 달러에 인수했다. 자동차 기업인 BMW는 카 셰어링 전문 조인트벤처로 드리아브 나우, 다임러는 자회사로 카투고(Car2go)를 만들었다. 이 밖에 우버(리무진 콜택시)·리프트(도심 내 자가용 셰어링)·사이드카(실시간 카풀)·G겟어라운드(자가용의 단기 렌트) 등 스마트폰을 이용한 자동차 공유 서비스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교통 인프라도 느리지만 크게 변화
CCTV, 네트워크, 센서, 통신, 무접촉 결제, 빅 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기술(IT)이 접목돼 나타날 미래 교통 인프라의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라 기존 도로·주차장·신호체계는 무정체·무사고를 지향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CCTV나 노면에 매설된 센서를 이용해 미래에는 표면의 결빙, 낙하물, 전방의 교통사고 상황 등을 차량에 미리 알려주는 도로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스트리아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처럼 통행량에 따라 차로가 유연하게 조정되는 도로도 생길 수 있다. 스트리트라인(Streetline)·파크앳마이하우스(ParkatmyHouse)·갓어파크(GottaPark)처럼 비어 있는 주차 공간의 위치를 차량 내비게이션으로 실시간 전송하고 즉시 예약할 수 있게 하는 주차 서비스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테크 트렌드] ‘성능’서 ‘연계성’으로 미래 교통축 대이동
이와 함께 새로운 연료 공급, 유지·보수 인프라의 확산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전기·수소 차량이 보급되면서 상업용·가정용 전기·수소 충전소, 전기차 배터리 교환 시설 등 관련된 연료 공급 인프라들이 신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회사 테슬라는 도시 및 주요 간선도로를 중심으로 급속 충전소를 미국에 112개, 유럽에 63개, 중국에 17개를 이미 설치했고 계속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차량의 자가 진단(OBD:On Board Diagnostics) 기능을 활용해 차체를 열지 않고도 차량의 내부 상태를 자동으로 빠르게 진단하는 정비소도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교통수단·서비스·인프라의 진화가 어우러지며 미래 교통은 수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지속 가능한 교통 체제, 즉 FAST(Flexible, Affordable, Sustainable Transportation) 시스템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래의 이동 생활은 지금과 많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미래에는 시스템에 의한 이동이 현실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즉 과거에는 한 가지 이동 수단을 택해 이동했지만 앞으로는 여러 이동 수단을 상황에 맞게 실시간으로 조합해 움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자신이 소유한 개별 차량의 성능보다 전체 시스템의 연계와 효율이 이동성 개선에 더욱 중요해진다. 또한 차량과 차량, 차량과 인프라 간에 원활한 네트워킹이 이뤄지고 자동차에 인공지능 기술이 탑재되면서 자동차의 자율 주행도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운전은 탑승자와 자동차가 함께하는 것, 또는 자동차에 맡기는 것으로 변하게 된다. 차량 선택의 기준도 ‘성능 좋은 차’에서 ‘운전 잘하는 차’로 바뀌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 교통 환경은 이처럼 다양한 이동 수단·서비스·인프라가 긴밀히 연계되고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이 서로 협력, 경쟁하는 거대한 생태계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교통 시스템의 변화는 PMD, 이동 서비스, 신이동 인프라 등 다양한 시장 기회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업들이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전기자동차 충전 분야에서 테슬라가, 무인 자동차 운용 분야에서 구글이, 자동차 셰어링 분야에서 집카가, 리무진 서비스 분야에서 우버가 혜성처럼 등장했듯이 말이다.


나준호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