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논란 불구 소프트웨어 특허 중요성 커져…구글·페이스북 확보 경쟁 가세

[테크 트렌드] 안드로이드 급성장에 MS가 웃는 이유
최근 미국 대법원은 전 세계 첨단 기술 기업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금융 서비스 기업 앨리스가 보유하고 있던 에스크로(Escrow) 시스템 소프트웨어 특허가 추상적인 아이디어에 해당하므로 특허로서의 가치가 없다는 CLS은행의 주장을 최종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이 사건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온 소프트웨어 특허의 요건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많은 기업들의 이목을 끌었다. 특히 판결의 결과에 따라 그동안 등록돼 온 엄청나게 많은 소프트웨어 특허가 한순간에 무효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클 것으로 관측됐다.


미 대법원, 에스크로 특허 무효화
여러 기업들은 자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구글과 넷플릭스 등은 소프트웨어 특허가 일부 기업들의 수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면서 소프트웨어 특허의 출원 절차 개선 등 질적 수준의 향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반면 IBM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소프트웨어 특허를 기반으로 높은 수익을 얻고 있는 기업들은 소프트웨어가 다른 기술과 마찬가지로 특허로 인정받을 수 있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발전시키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특허로 보호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의 활용은 이제 기업의 경영에서 필수적인 전략이 됐다. 과거 연구·개발(R&D) 과정의 부산물로 인식됐던 특허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기업들은 다양한 특허 전략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및 새로운 수익 창출을 모색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특허 전략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특허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특허로서의 가치를 뒤늦게 인정받은 때문에 1990년대 초만 해도 특허 출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했던 소프트웨어 특허는 현재 미국에서 등록되는 특허의 15% 수준으로 추정될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특허 소송도 증가하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07~2011년에 미국에서 특허 소송에 휘말린 기업이 2배나 증가했는데, 이들 소송의 대부분이 소프트웨어 특허와 연관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소프트웨어 특허와 관련된 소송은 배상액 규모가 큰 소송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고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높은 주목을 받고 있는 특허 전쟁의 대부분도 소프트웨어 특허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첫째 특허 소송에서 스마트폰의 소프트웨어 특허를 통해 삼성전자를 상대로 10억 달러의 배상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애플은 둘째 소송에서 역시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특허로 반격에 나선 삼성전자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또한 오라클은 2009년 자바 프로그램을 고안한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70억 달러에 인수한 뒤 이를 기반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개발한 구글을 상대로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소프트웨어 특허 분쟁은 특히 오픈 소스 등 새로운 소프트웨어 패러다임의 부상에 따라 더욱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소프트웨어를 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 코드까지 완전하게 공개해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 및 수정하고 배포할 수 있게 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수많은 개인 및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면서 소프트웨어의 기술 발전과 산업의 성장에 크게 공헌했다. 그러나 이러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도 많은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기술 특허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특허 공방 역시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전 세계의 다양한 주체들이 개발 및 수정의 과정에 자유롭게 참여하기 때문에 다양한 특허들이 사전 검증 없이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프로그램 코드가 완전히 공개되는 형태로 외부에 배포되므로 특허의 포함 여부를 쉽게 판별할 수 있는 것도 특허 공방의 주된 원인으로 손꼽힌다.

이처럼 소프트웨어 특허의 중요성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그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한층 뜨거워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특허의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확장되면서 새로운 제품 개발과 혁신을 저해하고 오히려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많은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특허를 제품 개발보다 주로 경쟁자의 진입을 차단하고 부수적인 수익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면서 건전한 시장 경쟁을 저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IBM·MS, 특허로 천문학적 수익
반면 소프트웨어 특허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사람들은 소프트웨어를 제작하기 위한 개발과 마케팅 등 엄청난 투자를 보상하고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특허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필요한 반면 한 번 제작된 제품은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복제 등 많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특허라는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제품과 기술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활발히 이뤄질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특허를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소프트웨어 특허 취득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소프트웨어를 통해 산업과 시장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소프트웨어 특허의 전략적 가치 역시 급증하고 있다.

과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와의 수직 계열화를 통해 정보기술(IT) 산업의 모든 부문에 걸쳐 막강한 영향력을 펼쳐 온 IBM은 소프트웨어 특허가 확대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부터 특허를 활용해 막대한 라이선스 수익을 올리고 있다. 미국에서 21년 연속으로 가장 많은 미국 특허를 등록한 IBM은 특히 2013년에도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 데이터 등 새로운 분야에서도 특허 획득을 늘리는 등 소프트웨어 특허를 활용한 수익 창출에 한층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윈도 운영체제 등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대 이후 특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사의 특허를 기반으로 엄청난 라이선스 수익을 올리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바일 환경에 적절한 제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하고 있지만 리눅스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술의 상당 부분을 특허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급성장에 따라 가장 큰 이득을 본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한편으로는 최근까지 비교적 특허 경쟁력이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도 소프트웨어 특허 확보 및 활용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3년에 불과 4건의 특허만을 출원할 정도로 특허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구글은 2013년에만 1800개가 넘는 특허를 새로 취득하는 등 특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기업 공개 당시 50여 건의 특허만 보유하고 있었던 페이스북 역시 IBM으로부터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킹 기술 특허 750건을 인수해 야후 등 다른 기업과의 특허 분쟁에 대비하는 등 특허 포트폴리오의 강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에도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다양한 기술 특허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체계화된 대응 전략의 중요성이 한층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의 특허 소송 및 라이선스 제공과 함께 경쟁 기업과의 업무 제휴, 신사업 확장 등 다방면에 걸쳐 특허가 전략적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튼튼한 소프트웨어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및 전략의 수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프트웨어가 다른 분야에 비해 특허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여지가 큰 것을 감안하면 이에 대한 더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