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60억 원 투입…한국 시리즈 우승 시 효과 수직 상승

창단 이후 첫 한국 시리즈에 진출, 통합 우승까지 노리는 넥센 히어로즈 덕분에 메인 스폰서인 넥센타이어가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 양강 체제에 눌려 있던 넥센 브랜드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프로야구 스폰서십이 적중했다. 특히 올해 넥센 히어로즈가 선전해 한국 시리즈까지 진출한 상황에서 광고비 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브랜드 파워는 몇 배로 증대되기 때문이다.

다른 대기업들은 프로 야구단을 운영하며 한 해 300억 원 안팎의 비용을 투입한다. 하지만 프로 야구단의 수입은 100억 원 정도. 한 해 100억~200억 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프로 야구단 운영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톡톡한 마케팅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포커스] 넥센타이어, 프로야구 스폰서는 ‘신의 한 수’
다른 대기업 구단 비해 20% 비용
이러한 국내 프로 야구단의 운영 현황을 볼 때 넥센이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로 나선 것은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다.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과 아들 강호찬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은 프로야구가 1000만 관객 시대를 열며 사상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2007년 해체된 현대유니콘스를 대체해 이듬해 창단한 8구단 히어로즈를 주목했다. 히어로즈는 독립된 야구단(주식회사)이다. 강 사장은 적자가 뻔한 구단 인수 대신 메인 스폰서 방식을 택했다.

넥센타이어는 히어로즈에 일정 광고료를 내고 넥센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메인 스폰서(네이밍 스폰서)다. 소유·경영과는 무관하다. 히어로즈는 넥센타이어 외에도 76개 기업·단체로부터 광고를 유치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2010년 사명 ‘넥센’을 구단명에 붙이는 조건으로 2년 계약을 체결했다. 2010년 당시 넥센타이어가 광고비로 지급하는 금액은 약 3억 원 수준이었다. 2010년 히어로즈는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프로야구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여 있었다. 강 사장은 당시 “히어로즈의 재정이나 성적에 대해 일부 우려도 있었지만 타이어 업계 후발 주자로서 적극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위해선 감수해야 할 리스크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넥센이 메인 스폰서로 나선 2010년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마케팅 자회사 KBOP가 당해 연도 한국 시리즈의 스폰서 효과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넥센타이어는 3억여 원을 투자해 25배인 75억여 원의 광고 효과를 봤다. 이후 2011년, 2013년 두 차례 계약을 연장해 2015년까지 넥센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로서 스포츠 마케팅을 할 수 있다.

2014년 현재 넥센타이어의 히어로즈 메인 스폰서 비용은 비밀 유지 조항에 따라 구체적인 액수는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야구계에선 최대 연 60억 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히어로즈가 작년 유치한 광고비 총액 122억 원의 절반 수준이다. 올해까지 넥센타이어가 히어로즈에 지원한 금액은 지난 5년간 300억 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다른 대기업이 한 해 300억 원 정도를 투입하는 것에 비하면 5분의 1 비용으로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

넥센히어로즈는 플래티넘·골드·실버·브론즈 순서로 스폰서를 구분한다. 골드 스폰서가 10억 원대고 이보다 높은 플래티넘은 최대 3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 유니폼 계약은 1년 단위로 이뤄진다. 봄부터 가을까지 시즌 내내 스폰서의 브랜드 로고는 중계 방송 등을 통해 거의 매일 노출된다. 넥센 히어로즈가 포스트 시즌에 진출함에 따라 홍보 기간도 길어지고 효과도 더 커진다.

프로야구단 운영으로 얻는 마케팅이나 광고 효과를 계량화하기는 까다롭다. 구단마다 야구단 운영으로 그룹이 얻는 마케팅 효과를 제대로 수치화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넥센 히어로즈로 누리는 광고 효과는 대략 15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현재 한국 시리즈 진출로 그 효과는 증대됐고 만일 우승까지 거머쥔다면 그 효과는 몇 배 이상으로 껑충 뛴다. 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연구소는 2010년 한국 시리즈 우승팀이 거두는 경제 효과에 대해 6000억 원으로 분석한 바 있다.

이는 입장 수입 등을 포함해 프로 야구단을 운영하는 경우로, 메인 스폰서만 맡은 넥센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올해 한국 시리즈까지 스폰서 노출에 따른 직접 효과, 스폰서의 가치 증대 등 간접 효과만 계산해도 최소 2000억~30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대박 스포츠 마케팅, 이제 해외로
넥센타이어는 히어로즈 스폰서 계약한 이후 뚜렷한 매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강 회장은 외환위기(IMF) 당시 많은 부채와 낮은 생산성 문제로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왔던 우성타이어를 1999년 인수했다. 당시 8%였던 넥센타이어의 시장점유율은 한때 25%까지 올라가 업계 2위 자리를 넘보고 있다.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가 양분하던 내수 시장점유율도 크게 흔들어 놓았다.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를 시작한 2010년 넥센타이어의 매출액은 1조1486억 원으로 전년보다 1400억 원(13.7%) 정도 급증했다. 5년간 후원이 이어진 지난해 매출액은 1조7282억 원으로 후원 직전인 2009년보다 무려 71.1%나 뛰었다.

매출 증가와 넥센 히어로즈의 공을 따로 생각할 수 없다. 강 사장도 “히어로즈를 후원한 것이 넥센타이어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고 넥센히어로즈의 역할을 인정한다. 넥센히어로즈의 팬심이 매출로 연결되는 일례로 경기가 있는 날이면 넥센히어로즈 팬들은 인터넷 게시판에 ‘넥센타이어가 경쟁 업체보다 20% 이상 싸다. 얼마나 서민적인가’ 등의 글을 올리며 넥센타이어를 홍보해 주기도 한다.

넥센 히어로즈를 통해 가공할만한 스포츠 마케팅 파워로 재미를 본 강 회장과 강 사장 부자는 현재 해외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넥센타이어의 매출 구조는 해외에서 75%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넥센타이어가 최대 타이어 시장인 미국과 유럽을 대상으로 야구·축구·레이싱 등 다양한 분야의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6월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체코에 신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함과 동시에 체코의 최대 인기 스포츠인 아이스하키의 구단 후원을 체결했다. 넥센타이어는 올해 9월부터 2년 동안 믈라다볼레슬라프 아이스하키팀을 후원한다.

이 밖에 넥센타이어는 지난 4월에는 미국 프로야구팀 LA다저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이어 추신수 선수가 활동하고 있는 텍사스 레인저스에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또한 유럽 축구에도 손을 뻗쳐 최근 프리미어리그·분데스리가·프리메라리가·세리에A 등 유럽 4대 축구 빅 리그에 구장 발광다이오드(LED) 광고를 함으로써 유럽 지역의 브랜드 인지도 향상을 위해 스포츠 마케팅을 전략적으로 펼치고 있다.



돋보기
넥센 선전에 방송인 강호동도 대박?
넥센히어로즈가 한국 시리즈에서 선전하면서 방송인 강호동 씨가 참여하고 있는 외식 브랜드인 ‘강호동 치킨678’도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육칠팔에 따르면 넥센의 야구 경기가 중계되는 시간대 치킨678의 전국 가맹점 배달 주문량은 평상시보다 20% 이상 늘어나고 전체 매출도 15% 이상 상승했다고 밝혔다.

육칠팔은 현재 넥센히어로즈 홈구장인 목동야구장에 중계석 보드 광고와 스폰서데이 이벤트 등을 통해 다양한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강 씨와 넥센은 2년 전부터 전략적 업무제휴를 체결했다.

한편 강 씨는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의 가까운 친척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씨는 강 회장의 사촌인 강태중 씨의 아들로 5촌 관계다. 강 회장은 “아버지가 4형제였는데 그중 막내 삼촌이 호동이 할아버지며 호동이와 나는 5촌 간”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강 씨는 명절 때마다 강 회장과 만나 함께 성묘하러 가는 사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