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단적 간부는 구성원의 자발적 의욕 이끌어 내기 어려워

회사에 끊임없이 소음을 만들어 내는 간부가 있습니다. 그 간부 때문에 늘 시끄럽습니다. 부하 직원들은 불편해하고 동료들은 같이 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가능하면 업무적으로 엮이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피해 다닙니다. 그러나 그와 함께 일해 보지 않은 임직원들은 그를 높이 평가합니다. 업무 능력이 뛰어난 데다 성과도 좋기 때문입니다. 제가 고민하는 것은 연말 인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간부는 현재 승진 대상자입니다. 중간 간부에서 고위 간부로 올라가는 시점입니다. 업무 능력이나 성과만 놓고 보면 승진시켜야 하지만 리더십이나 직원들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선뜻 결정하기 어렵습니다. 승진하면 상당히 많은 직원들을 지휘해야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현만의 CEO 코칭] 혼자서 이루는 성과는 없다
귀하가 고민하는 것은 기업에서 자주 마주하지만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은 현상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민해 온 것인데도 아직까지 정해진 해법이 없다는 것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해법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조직이 처해 있는 현실이나 경영자의 경영 철학에 따라 대처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는 겁니다.

회사의 규모가 작고 단기 성과를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 간부를 중용하는 게 맞습니다. 특히 경영자가 이 간부를 신뢰할 수 있고 큰 틀에서 지휘할 수 있다면 오히려 이 간부를 격려하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간부가 내는 소음은 최대한 그 피해를 줄이도록 노력하되 불가피한 것이라면 일정 부분 감수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작은 조직에서 성과는 유능한 개인 몇몇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조직이 일정한 규모 이상으로 커져 조직의 성과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조직 구성원 모두가 참여해야 이뤄 낼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만약 귀하의 회사가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앞서 말한 간부의 승진은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 이 간부가 내는 성과는 개인의 능력에 기반한 것이지 조직 구성원 전체의 능력을 토대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조직 구성원 전체의 능력을 동원하려면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이 간부는 그런 점에서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조직을 위해 개인을 묶어 둬야 하기도
이 간부를 중용해 거두는 성과는 적을 겁니다. 이 간부는 자신이 인정받고 승진했기 때문에 자기 능력의 150%를 발휘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를 불편해하고 부담스러워하는 조직 구성원들은 매우 수동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구성원들의 전체 역량 가운데 60~70%만 가동될 수도 있습니다. 두 손과 두 발을 다 써야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한 손만 쓰게 된다면 그 일은 굳이 해보지 않아도 결과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가끔 조직 전체를 가동하기 위해 유능한 개인의 활동을 묶어 둬야 할 때가 있습니다. 바둑에서 내부의 바둑돌을 죽이면서 외벽을 구축해 전체 모양을 정비하는 ‘사석 작전’처럼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얻으려면 어쩔 수 없습니다. 당사자는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조직 전체의 성과 목표를 달성하려면 경영자는 때로 그런 결정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간부를 포기하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의 역량과 성과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간부를 포기하면 잃는 게 명확하지만 얻는 것은 가능성뿐이니까요. 불확실한 가능성만 보고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버려야 하므로 경영자 입장에서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많은 경영자들이 고민을 거듭하다가 결국 가능성을 포기하고 확실한 것을 움켜쥐게 됩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결과는 뻔합니다. 조직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성과는 더 이상 커지지 않습니다. 커지지 않는 조직에 유능한 인재가 남아 있을 리 없고 들어올 가능성은 더더구나 없습니다. 명백한 패착이죠. 경영자로서 이런 결정을 몇 번 하면 조직과 사업은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성공은 언제나 한 사람이 만든 게 아닙니다. 2013년 7월 박인비 선수가 LPGA USA오픈에서 우승하자 기자들이 우승 비결을 물었습니다. 박 선수는 이때 “어머니가 끓여 준 감잣국”이라고 답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겸손한 대답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의 말은 진정이었습니다. 그의 우승은 혼자 이룬 게 아니었습니다. 감잣국을 끓여 준 어머니, 캐디를 맡았던 아버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특히 나중에 남편이 된 남기협 KPGA 프로가 없었으면 박인비의 오늘은 없었을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박인비는 2008년 열아홉 살의 젊은 나이에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오랜 침체의 터널을 통과해야 했습니다. 골프를 포기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막다른 상황까지 내몰렸습니다. 이 때 남 프로가 자기 일을 포기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박인비를 도왔습니다. 캐디인 프레드도 헌신했습니다. 그는 아무도 박인비의 캐디를 맡아 주려 하지 않을 때 캐디를 자처했습니다. 박인비의 우승은 이렇게 뒤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왔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에디슨의 전구도 14명의 합작품
혼자 이루는 성과는 작습니다. 큰 성과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에디슨은 발명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어두운 실험실에서 혼자 연구해 많은 것을 발명했다고 생각합니다. 전구를 발명하기 위해 1000번이나 실패했다는 실험도 당연히 혼자 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그러나 에디슨의 전구는 14명의 합작품입니다. 에디슨은 1876년 미국 뉴저지 주에서 멘로파크라는 공장을 세웠습니다. 그는 여기서 6년간 400여 개의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그런데 그가 출원한 특허는 그가 혼자 연구하고 개발한 게 아니었습니다. 엔지니어와 물리학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함께했습니다. 단지 에디슨을 주 출원자로 해서 특허를 등록한 것뿐이었습니다.

멘로파크에 모여 있던 발명가들은 투자자들이 ‘고독한 천재’를 선호한다는 것을 간파했습니다. 연구·개발비가 필요했던 이들은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에디슨을 간판 주자로 내세우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자신들이 함께 만든 수많은 발명품을 에디슨이 혼자 발명한 것이라고 홍보했습니다. 이런 전략은 투자자들을 감동시켰고 그 덕분에 이들은 계속해 투자자들로부터 연구·개발비를 받아낼 수 있었습니다.

창조도 이렇게 혼자 하는 게 아닌데 하물며 일반적 성과는 어떻겠습니까. 기업에서 성과는 사유의 결과물이 아니라 토론과 협력의 산물입니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그가 독불장군식으로 일한다면 그의 성과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 회사의 간부는 지금은 아닐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귀하 회사에서 중용하면 안 되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지금 당장 중심에서 빼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는 팀워크를 해치고 조직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막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가 만들 수 있는 성과는 한계가 있습니다. 귀하는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동료와 부하 직원들은 이미 그의 독선적 스타일 때문에 인해 업무 의욕을 잃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귀하 회사의 성과가 작은 것도 어쩌면 귀하가 이런 임직원들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앞서 말한 대로 귀하 회사의 규모가 작다면 일단 이 간부를 데리고 가십시오. 그러나 회사의 규모가 어느 정도 커지면 그의 조직적 위상을 낮춰야 합니다. 그의 조직적 비중이 큰 상황이 계속된다면 회사의 성장·발전은 쉽지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