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로 전 국민 건강 데이터 전송…보험 청구 비용 하락

[IT 돋보기] 애플워치가 보험 산업 키우나
애플워치 출시가 대략 2015년 3월로 확정됐다. 확산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것이 가지는 가치와 매력이 아직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한 때문이다. 패션 소품으로서의 가치 또한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논란 속에서 출시될 애플워치가 시장에서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지 여전히 안갯속이다.

반전의 기회는 있다. 애플워치가 가진 헬스 케어의 가치를 주목하면 된다. 만약 애플워치의 구매로 이용자들의 보험료를 낮출 수 있다면 소비자들의 인식은 달라질 수 있다. 미국처럼 사보험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그 매력은 배가된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애플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건강보험료 인하에 청신호를 켜 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정해 보자. 애플워치로 측정된 정밀한 생체 데이터가 민간 보험 빅 데이터 플랫폼으로 전송돼 보험료 재평가에 반영된다면? 꼬박꼬박 통장에서 빠져나가던 보험료가 조금이라도 줄어들 수 있다면? 만일 이러한 가정들에 긍정적인 신호가 제시된다면 웨어러블 기기를 바라보는 시각은 바뀔 수 있다. 물론 자신이 건강하다는 전제에서다.

보험업은 애플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의 활성화를 기대하는 주요 산업군으로 꼽힌다. 사보험 체계 중심인 미국에선 특히 그렇다. 보험사는 가입자들의 건강 상태가 향상될수록 지출되는 보험 청구 비용이 하락하는 구조다. 웨어러블 기기의 대중화로 심박, 칼로리 소모량, 운동량, 맥박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면 보험사의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다. 의료 과잉 이용을 억제해 보험사의 비용 지출도 줄어든다. 감소된 리스크만큼 고스란히 이익으로 전환되게 된다.

최근까지 미국 보험사들은 가입자의 건강관리를 위해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건강관리 회사에 위탁해 건강관리 프로그램을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등의 방식이다. 미국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건강관리 프로그램 가입 때 할인해 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해 왔다. 이처럼 가입자 건강관리는 보험사의 주요한 리스크 관리 업무이기도 하다. 만약 웨어러블 기기가 확산된다면 보험사는 이 비용을 크게 덜 수 있다.


보험 산업 혁명 예측하기도
이제는 웨어러블 기기의 확산이 보험료를 낮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11월 3일자에서 “(보험사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잘 따르게 되면 보험료의 프리미엄이 낮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휴마나·시그나 등 미국 민영 보험회사들이 웨어러블 기기 데이터와 보험료 정책을 통합하는 프로그램을 이미 완성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전례도 있다. 보험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영국 민영 건강보험 회사인 프루헬스는 자신의 건강을 돌보는 보험 계약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바이털리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운동량·식이요법 등 정보를 모니터링하도록 허락하는 조건에서다. 이 프로그램은 웨어러블 기기의 출현으로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애플워치를 비롯한 웨어러블 기기는 어떤 식으로든 보험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보험 산업의 혁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보험 시스템이 초맞춤형 시스템으로 전환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관건은 웨어러블 기기용 애플리케이션이 얼마나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고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보안성을 갖추느냐 여부다.

부작용도 우려된다. 과도한 개인 정보 수집이 그것이다. 한국에서는 건강보험공단이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개인 건강 데이터까지 수집하게 되면 전 국민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이 데이터를 국가 권력이 오용한다면 위험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웨어러블 기기로 얻게 될 혜택만큼이나 이들 기관과 기업에 대한 역감시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이성규 블로터닷넷 매거진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