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3분기 누적 매출 45% 급증…매장 2배 늘리며 확장 경영 포문

[비즈니스 포커스] 업계 3위 워커힐, ‘빅 브랜드’ 유치에 사활
워커힐 면세점은 업계 3위다. 시장점유율로 봤을 때 3위는 조금 무색하다. 신라·롯데 면세점이 양대 산맥으로 시장의 90%를 주름잡고 있다. 워커힐은 국내 면세 시장 전체 기준으로 3%다. 서울 시내 면세점 기준으로는 6%를 차지하고 있다. 양대 산맥을 제외한 경쟁 플레이어들도 만만치 않다. 대기업군에서 신세계와 한화 갤러리아가 최근 2년 사이 면세점 경쟁에 가세하며 10% 싸움이 가열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커힐 면세점(이하 워커힐)은 자신감이 넘친다. 다소 무색한 3위임에도 웃는 모양새다. 그 자신감의 근거는 성장률에 있다. 워커힐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5%, 영업이익은 25% 늘었다. 국내 면세 시장 평균인 27%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성장률만 보면 1위다. 가파른 증가세로 3분기 누적 실적이 이미 전년 연간 매출(1879억 원)을 넘어섰다. 황창석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특히 7월부터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돼 3966㎡(1200평) 중 2314㎡(700평) 공간에서 나온 매출 증가세라는 점에서 확장 이후 증가세가 더욱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규모 열세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을 내보이는 이유는 ‘내공’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워커힐은 업계 리더는 아니지만 ‘스페셜리스트’에 해당한다. 국적으로 보면 ‘중국’, 상품으로 보면 ‘시계·보석’에 강점이 있다. 워커힐의 가파른 성장 배경에는 단연 ‘요우커(중국인 관광객)’가 있다. 최근 면세점 업계 성장을 이끄는 주역이 바로 요우커다. 워커힐은 중국 고객 비중이 70%로 국내 면세점 중 가장 높다.

타 면세점이 내국인 고객과 외국인 고객 모두에게 집중하는 동안 워커힐은 외국인, 특히 중국인을 타깃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해 왔다. 2~3년 전부터 중국인 비중이 늘고 있는 타 면세점과 달리 워커힐은 10년 이상 중국인이 핵심 고객이었다. 중국 고객은 그 노력에 화답했다. 중국과 대만 현지에서 워커힐은 화커산장(華克山莊)이라는 브랜드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


중국 고객이 70%…시계·보석 강점
특히 수입 고가 시계에 집중한 부티크 특화 전략이 효과를 나타냈다. 시계 보석류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45%였다. 올해 토산품 매출이 급성장하면서 35%로 낮아졌지만 전통적으로 전체 매출의 40% 이상 비중을 차지하는 특화된 제품군이다. 타 면세점은 20% 수준이다. 카테고리별 매장 면적으로 보면 국내 최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워커힐은 면세점 이외에도 카지노라는 든든한 형제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계·보석 부티크 특화 전략은 카지노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시너지를 높였는데, 다른 유통 업계에서도 벤치마킹한 워커힐의 핵심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의 자신감은 SK네트웍스의 유망 비즈니스로 지원받는 데 있다. SK네트웍스는 2009년 워커힐을 흡수합병한 이후 최근 기업 성장 동력으로 면세점 사업을 밀고 있다. 현재 캐시카우는 정보통신 및 에너지 사업이지만 향후 신성장 동력으로 면세점·렌터카·패션을 꼽고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 서울 영동대로 신사옥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신성장 사업에 투자하는 등 기존 중후장대 사업에서 소비재 기업으로 변모 중이다. 면세점 사업에도 강력한 확대 의지를 갖고 확장 공사에 나섰다.

면세점은 SK네트웍스의 매출 비중으로 보면 아직 5%에 불과한 소규모 사업이지만 중요한 것은 규모보다 수익성에 있다. 현재 주력인 에너지 유통 사업은 매출액 12조~13조 원에 영업이익이 1000억 원 이하다. 반면 면세점 사업은 영업이익률이 평균 10%에 달해 1조 원 목표를 달성하면 영업이익이 1000억 원이다. 워커힐 측은 2017년까지 매출을 6000억 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2018년 국내 면세 업계 톱 3 플레이어’, ‘시내 면세점 시장점유율 11%’를 목표로 삼고 있다.

SK네트웍스가 면세점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발표하고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매장 확대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워커힐엔 차별화된 강점이 있는 반면 강력한 약점도 있었다. 루이비통·샤넬·프라다 등 소위 ‘빅 브랜드’의 부재다. 면세 사업에서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빅 브랜드는 3개 이내다. 업계 1~2위는 톱 20 브랜드를 확보하고 있다. 회사 성장 동력이 된 워커힐로서는 빅 브랜드 유치가 핵심 과제이고 이를 협상력의 전제 조건으로 기존 인프라가 가진 한계를 넘어서는 면적 확대가 필요했다. 내년 10월 말 오픈을 목표로 공사 중이고 현재 매장의 두 배 이상인 7932㎡(2400평) 이상으로 확장된다. 앞서 내년 1월 말 춘제 연휴 관광객을 타깃으로 시계·보석류 매장을 1차 오픈할 예정이다.

긍정적인 시각에선 확장 이후 장기 성장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우선 면세점 사업 자체의 성장성이 기대돼서다.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2010년 4조5000억 원에서 지난해 6조8000억 원으로 3년 만에 50% 넘게 성장했다. 올해 시장 규모는 7조5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그중에서도 시내 면세점 매출이 매년 10% 이상 늘고 있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 면세점 사업은 장기 호황기에 진입한 상태로, 최소 몇 년간 성장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커지는 시장 규모에 비해 면세 사업은 ‘면허 사업’으로 진입 장벽이 높다는 특성이 있다. 최근 면세점 업계의 핫이슈는 내년 초 인천공항과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에 있다. 특히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누가 따느냐에 관심이 집중된다. 수익성 면에서도 임차료 부담이 큰 공항 면세점보다 시내 면세점이 ‘알짜’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업계 1~2위가 독과점 논란을 피해 입찰에 신중을 기하면서 시내 면세점 경쟁이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 비견된다. 워커힐 또한 시내 면세점에 적극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시내 면세점 사업권, 어부지리 가능성
워커힐은 오프라인 본점 확장과 함께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내국인 온라인·모바일 커머스 강화에도 뛰어들었다. 인터넷 면세점을 리뉴얼하고 모바일 면세점을 론칭했다. 권미경 워커힐면세점 사업본부장은 “내년 그랜드 오픈 시점에 맞춰 중국인 대상 온라인·모바일 커머스 론칭도 준비 중이고 이를 통해 쇼핑의 편의성과 고객 서비스, 온라인 비즈니스 플랫폼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새로 선보일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는 시계·보석 특화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새로운 쇼핑 콘텐츠 제공을 위한 ‘K-패션 전문관’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무엇보다 현안은 톱 브랜드 유치를 통한 브랜드 포트폴리오 강화로, 현재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참고로 권미경 사업본부장은 프라다코리아 지사장을 맡았었다. 또한 확장 리노베이션 이후 판촉·마케팅 전략을 단계별로 수립해 현재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편중돼 있는 고객 포트폴리오를 의료 관광, 프리 웨딩 등 프리미엄 중국 맞춤 고객으로 세분화할 계획이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시아·러시아 고객 유치를 위한 차별화된 상품 개발, 파트너십 체결에도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

야심찬 목표 달성의 관건은 역시 브랜드 유치에 있다. 부정적인 시각에서는 결국 빅 브랜드 유치 없이는 성장도 없다는 판단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면세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브랜드이고 글로벌 톱 브랜드는 서울 시내 여러 곳에 입점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미 롯데와 신라에 입점해 있는 톱 브랜드가 타 면세점에 신규 입점할지는 의문”이라며 “면세점 사업의 성장성에는 이견 없이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워커힐만 볼 때는 판단 유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 성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워커힐의 성장세는 톱 브랜드의 부재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톱 20 브랜드 중 10개 이상만 확보해도 성장성이 폭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규모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고객의 높은 선호도 덕분이다. 황창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워커힐이 중국인 관광객이 100만 명 예상되는데 10월 누계로 방한 중국인 규모가 530만 명”이라며 “최근 몇 년간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이 중 5분의 1이 워커힐을 간다고 봤을 때 적어도 몇 년간은 호시절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