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태계 살리자” 2011년 도입…대기업 규제 강화로 1인당 세액 급증

[경영전략 트렌드] 일감 몰아주기 과세 3년, 무엇이 달라졌나
기업 생태계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기업 생태계는 기업과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이 관계를 맺고 소통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회 전반적인 기업 환경을 뜻한다. 각박한 경쟁 구도는 기업 생태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오래 살아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자본시장에서 그 종적을 감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를 그대로 방치한다면 기업 생태계는 망가질 것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나 다른 투자자들에게 번질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정책적인 방편을 마련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일감 몰아주기 과세 법안이다.


지분 3% 이상 기업의 30% 초과 내부 거래에 과세
일감 몰아주기 과세 법안은 상속세 및 증여세(상증세)법의 한 규정이다. 회사가 아닌 개인인 지배 주주에게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내부 거래를 제한하는 법안으로, 2011년 말 도입됐다. 과세 대상은 꼭 대규모 기업집단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지배 주주가 존재하고 이 지배 주주가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가 역시 지배 주주와 특수 관계에 있는 법인과 내부 거래를 하고 있는 곳이라면 모두 과세 법안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과세 법안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이 대규모 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폐단을 시정하기 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때 해외 소재 특수 관계 법인과의 거래는 상품의 수출을 목적으로 거래한 매출액을 제외한 나머지만을 고려하며 또한 수혜 법인의 지배 주주가 여러 명이라면 국내 소재 법인에만 국한해 과세 대상이 되므로 전부가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

과세 법안에 따르면 대규모 기업집단의 최대 주주 일가가 기업 내 특정 계열사를 3% 이상 소유하고 있고 그 계열사가 계열사 간 내부 거래를 통해 매출액의 30%(정상 거래 비율) 이상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면 3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과세를 부과하게 된다. 지배 주주인지 여부는 수혜 법인에 대한 간접 지분율까지 고려해 계산하는데, 예를 들어 갑이 A 법인을 40% 소유하고 있고 A 법인이 B 법인을 50% 소유하고 있을 때 갑의 B에 대한 지분율은 20%가 된다.
[경영전략 트렌드] 일감 몰아주기 과세 3년, 무엇이 달라졌나
이와 같은 법안이 도입되는 이유는 첫째, 대규모 기업집단과 같은 거대 자본이 내부 자본시장을 이용해 계열사 간 상호 거래 및 지원을 하게 될 때 이러한 수혜 법인과 경쟁하는 위치에 있는 다른 중소기업들은 경쟁 관계에서 살아남기가 힘들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들은 외부 자금 조달이 기업 경영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인데,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사는 이러한 부분에서 다른 계열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나아가 직접적으로 매출액을 올려주는 등의 방법 역시 그룹 내 계열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점이다. 이 법안이 내부 거래 비율을 과세의 기준으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사들에 포진해 있는 지배 주주 일가 이외의 외부 투자자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을 들 수 있다. 대규모 기업집단과 같은 그룹 비즈니스 형태는 최대 주주 및 최대 주주 일가의 현금 흐름권과 지배권에는 상당한 괴리가 발생하게 된다. 지배 주주 등은 이러한 괴리를 이용해 적은 지분으로도 전체 그룹을 지배할 수 있고 그룹 내 지분율이 낮은 기업을 이용해 자신의 지분율이 상당히 높은 다른 계열사를 지원하도록 하는 개인적 사익을 위해 이러한 기업 구도를 이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만약 외부 투자자들이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그룹 계열사에 투자하게 된다면 계열사 간 거래로 뜻하지 않은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견·중소기업은 과세 기준 완화
2012년 도입 직후의 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대상 44만7000개(2012년 국세 통계 연보 기준) 중 1.4%인 약 6400개의 법인이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주주는 전체의 1.5%인 154명이며 납부 세액은 전체 납부 세액의 43.1%(801억 원)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 법인의 주주는 전체 신고자의 75.9%인 7838명이 신고했고 납부 세액은 282억 원으로 전체 납부 세액의 15.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법안의 시행을 두고 각계의 논란이 끊이지 않았는데, 과세 기준 비율이 자의적이라는 것이 가장 핵심이었다. 과세 기준 비율인 3%와 30%가 과연 과세 회피를 위해 내부 거래율을 줄이고 지배 주주의 지분율을 줄이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수치인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이다.

나중에 이 법안은 중견·중소기업의 기준 추가 및 변경으로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중견기업은 조세특례제한법상 기준으로 3년 평균 매출액 5000억 원 미만인 법인으로 과세 요건 완화를 위해 2013년부터 신고 대상에 포함됐다. 중소기업은 조세특례제한법상 기준으로 매출액 1000억 원 미만의 기업을 뜻한다. 결국 이들 기업들의 과세 기준 비율들(특수 관계 비율, 정상 거래 비율)은 조정을 거치게 되는데, 대규모 기업집단은 특수 관계 비율이 10%로 낮아짐으로써 더욱 강화됐고 중견·중소기업은 특수 관계 법인 거래 비율이 50%, 주식 보유 비율이 10%로 완화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전체 과세 대상과 신고자의 수에 많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난다. 우선 신고자의 수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신고 인원 1만324명에서 2014년 2433명으로 거의 76%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과세 요건 완화에 따른 새로운 과세 대상 기준에 따라 일반 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신고 인원과 세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 가지 특이한 사항은 신고 인원과 납부 세액 대부분이 확연히 줄어들었지만 1인당 세액의 합계는 증가했다. 주된 이유는 기업집단의 증가율이 25.93%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이 법안이 의도한 바대로 대규모 기업집단은 가장 크게 세금을 부과 받았고 과거 2012년의 결과와 비교해 법안의 초점이 중소기업에서 상당 부분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옮겨 갔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과세 기준 수치가 변경된 상황에서 순수한 법안의 효과를 분리해 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상당한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경영전략 트렌드] 일감 몰아주기 과세 3년, 무엇이 달라졌나
국내 자본시장의 현황을 분석할 때 대규모 기업집단과 같은 국내 재벌 기업의 규모와 역할에 대한 논의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국내의 대규모 기업집단들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고 자본시장의 발전에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존재다.
[경영전략 트렌드] 일감 몰아주기 과세 3년, 무엇이 달라졌나
과세의 주된 대상이 된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영자들은 다소간 억울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보도 자료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과세 법안에 대한 증여세 과세가 법적으로 타당한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상증세법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사적 거래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저가 또는 무상으로 부를 이전하는 것이 문제라면 상증세법상의 기존 규정으로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법안의 도입 취지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전략 트렌드] 일감 몰아주기 과세 3년, 무엇이 달라졌나
생태계 지키는 공생 모색해야
그러나 대규모 기업집단 일감 몰아주기 과세 법안과 같은 법안이 상정되고 시행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고민들이 있어 왔는지에 대해 공감할 수 있다면 시행 초기의 혼란을 딛고 서로 상생·공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 생태계는 왜 기업 생태계일까. 서로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아래 관계 맺고 있어도 그 먹이사슬이 완전히 끊어지면 그 생태계는 더 이상 살아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법안이 제정된 지 겨우 3년이 지났다. 이 법안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각 경제 주체들이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을 때 그 생태계가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김명서 EFC 지속가능금융센터 책임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