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경고 받은 NH농협증권과 합병 반대 목소리…장기화 우려

[비즈니스 포커스] ’우투증권의 농협화’ 막겠다? 사내 갈등 심화
총자산 42조 원과 자기자본 4조3000억 원. 국내 증권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초대형 공룡 증권사의 탄생을 목전에 두고 예상하지 못한 난항을 맞게 됐다. 우리투자증권(이하 우투증권)과 NH농협증권을 합친 NH투자증권이 12월 31일 공식 출범을 앞두고 우투증권 노조가 ‘합병 철회’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우투증권 노조 측은 12월 8일 서울 세종로 금융위원회 앞에서 ‘합병 철회’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조 측은 12월 17일 두 회사의 합병을 위한 주주총회를 저지하기 위해 육탄전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NH농협금융지주가 4대 금융지주로 발돋움하는 데 이번 우투증권과의 합병은 ‘핵심 축’이나 다름없다. 은행 비중이 80% 이상을 차지하는 NH농협금융으로서는 우투증권을 편입하고 비은행 사업 부문의 비중을 키운다면 종합 금융회사로서 도약하기 위한 날개를 달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우투증권 노조와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향후 NH농협금융의 ‘밑그림’을 완성하기까지 순탄하지 않은 과정이 예상된다.

우투증권 노조 측이 합병 철회를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이재진 우투증권 노조위원장은 “농협증권 부실 자산 떠넘기기를 중단하고 통합추진위원단의 낙하산 임원 인사를 철회하라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12월 31일자로 합병이 예정돼 있는데, 지금 이대로 합병이 이뤄진다면 ‘우투의 농협화’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부실 자산 떠넘기기다’ 반발
이들이 말하는 ‘농협증권의 부실 자산 떠넘기기’란 지난 12월 4, 5일 NH농협증권이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받은 두 차례의 ‘기관 경고’에 대한 것이다. NH농협증권은 지난 5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 판매와 관련해 금감원의 부문 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ABCP에 대한 담보 설정이 미비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 ABCP를 총 4778억 원어치 발행해 그중 2950억 원어치를 기관과 개인에게 판매한 것이 이유다.

이 위원장은 “투자자 보호 장치가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판매 중단 조치를 받은 1828억 원 규모의 ABCP는 합병과 동시에 고스란히 우리투자증권의 자산이 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밖에 또 한 건의 기관 경고는 NH농협증권 소속의 애널리스트가 상장 법인 ‘게임빌’의 유상증자 정보를 사전에 취득해 다른 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에게 전달하면서 총 8억3000만 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했다는 혐의로 받은 조치다.

이 위원장은 “금융사는 3년간 세 번의 누적 경고를 받으면 일부 업무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고 신규 사업 진출도 제약을 받게 된다”며 “NH농협증권의 두 번의 기관 경고가 통합 증권사로 승계되는 상황에서 우리로서는 합병을 하자마자 두 발이 꽁꽁 묶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NH농협금융 쪽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NH농협금융 관계자는 “이 사안과 관련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다. 우투증권 홍보팀 관계자는 “농협 측이 기관 경고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헤지 펀드 사업 등을 정상적으로 운용하는 게 가능한 상태”라며 “노조의 주장처럼 농협의 기관 경고로 인해 통합 법인의 영업에 차질을 빚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우투 노조 측이 말하는 ‘낙하산 임원 인사’는 지난 12월 8일 단행된 통합 법인 NH투자증권의 임원 인사를 언급하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통합 법인의 경영지원총괄을 맡게 된 김홍무 부사장도 잠깐 동안 NH농협증권 총괄부사장 경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오랫동안 NH농협은행의 부행장을 지냈던 인사”라며 “증권업과 은행업은 업무 성격이나 환경이 매우 다른데 김 부사장이 변화에 민감하고 빠른 대응이 필요한 증권업에 적합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우투 노조 측은 이번 NH농협증권의 ABCP 기관 경고와 관련해 징계를 받은 인사를 받은 인사가 통합 증권사에서 상무로 선임됐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우투 노조 측에서는 임원 인사 전부터 해당 임원 인사에 대해 반대 의사를 지속적으로 밝혀 왔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임종룡 회장은 ‘상생 협약’을 맺고 인사를 비롯한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해 준다는 데 약속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협 측에서 출발 전부터 통합 법인의 인사권에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 우투 홍보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NH농협금융지주 개입 없이 김원규 대표이사의 인사권에 따라 결정된 사안”이라며 “우투 노조 측에서 지적한 ABCP 기관 경고와 관련해 징계 인사를 받은 상무 인사만 하더라도 경미한 징계여서 임원으로 선임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합병 이후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
이처럼 노조 측과 사측의 입장 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자 우투 노조는 12월 31일로 예정된 NH농협증권과의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먼저 12월 1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봉쇄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양사 합병안이 통과된다면 두 회사의 합병이 마무리되는 셈이다. 이 위원장은 “우선 주주총회가 열리지 못하도록 몸으로 막아설 것”이라며 “만약 주주총회가 열린다고 하더라도 안건 하나하나에 질의응답 표결을 다 부쳐가며 합병안 통과를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NH농협증권과 합병하게 되면 우리투자증권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주식 가치 또한 떨어지기 때문에 주주들을 설득한다면 합병안 통과를 막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투증권에 대한 NH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은 37.9%다. 이 위원장은 “NH농협증권과의 합병보다 우투증권과 농협증권을 분리해 ‘투 트랙’으로 운영하는 것이 맞는다고 본다”며 “우리투자증권의 영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영의 독립성이 보장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우투 홍보팀 관계자는 “노조의 주장처럼 한 회사에서 두 개의 증권사를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비효율적인데다가 메가 증권사를 통해 글로벌 증권사들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 가겠다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주주총회는 예정대로 진행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주주총회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합병 이후 조직 통합 과정에서 이 같은 갈등이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외형상으로는 NH농협증권이 우투증권을 인수하는 형태지만 규모나 영업력 면에서 우투증권이 앞서는 만큼 두 조직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실제로 이번 노조의 합병 반대 주장 역시 NH농협증권과의 합병 이후 우투증권의 경쟁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근본적으로 깔려 있는 셈이다.

이 위원장은 “농협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가 보수적인 느낌이 강한데다가 개인 정보 유출 등 정보기술(IT) 관련 사고도 많지 않았느냐”며 “사내 직원들 사이에서도 특히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영업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얘기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농협으로서는 우투증권을 인수함으로써 농협증권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겠다는 복안이지만 오히려 반대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투 홍보팀 관계자는 “NH농협금융의 최대 강점은 지방 구석구석 네트워크가 뻗쳐 있다는 점이고 이 때문에 합병 이후에도 두 회사의 장점이 결합되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며 “메가 증권사로서 경쟁력이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정흔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