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이끄는 임원들…포스코대우 ‘서울대·연세대’ 포스코건설 ‘인하대’ 두각

아픔 없이는 성장도 없다. 무너진 포스코를 다시 세우기 위해선 조직 정비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정준양 포스코 전 회장이 물러난 직후 수장 자리에 오른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2년 동안 방만한 사업을 재편하고 재무구조와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힘썼다. 하지만 이런 강도 높은 쇄신안만으로는 부족했다. 어쩔 수 없는 조직 개편이 필요했다.

권 회장은 뼈를 깎는 아픔을 뒤로한 채 올해 2월 임원 30% 감축을 비롯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전사적으로 단행했다. 구체적으로 계열사를 포함한 그룹 임원 110명을 전격 감축하고 유사 기능을 가진 조직을 22% 정도 축소했다.

지난해 3월 정기 인사 대비 369명의 30% 정도가 줄어 259명으로 조정됐다. 조직 규모도 실·본부 단위가 개편돼 179개로 줄어들었다. 이 같은 인사·조직 개편은 첫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은 권 회장의 강력한 구조조정 의지로 풀이된다. 조직을 최대한 슬림화해 쇄신안의 성공적인 완성을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이 매섭게 불어 닥친 포스코그룹이지만 꽃을 피운 신규 임원들도 있다. 포스코 16명, 포스코대우 5명, 포스코건설 4명, 포스코에너지 3명, 포스코켐텍 1명, 포스코경영연구원 2명 등 총 31명의 임원이다. 이들은 포스코그룹의 핵심 중역으로 앞으로 권 회장과 함께 포스코를 재정비해 나갈 예정이다.
‘강력한 구조조정’ 포스코 임원 30%가 사라졌다
◆김영상 사장, ‘해외 개척’ 팔 걷어

‘강력한 구조조정’ 포스코 임원 30%가 사라졌다
포스코의 주요 계열사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포스코대우(전 대우인터내셔널)다. 포스코대우는 지난해 큰 내홍을 겪었다. 지난해 권 회장이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포스코대우의 매각설이 불거졌다.

더욱이 포스코가 포스코대우의 미얀마가스전만 분리해 매각한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포스코와 포스코대우의 갈등이 폭발했다. 이에 따라 당시 사장이었던 전병일 전 사장이 미얀마 가스전 매각 문제를 놓고 포스코그룹 수뇌부와 마찰을 빚으면서 자진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실 포스코와 포스코대우는 잘 융화하지 못했다. 2010년 포스코가 포스코대우를 인수했지만 사업적 시너지는 물론 직원들 간 화합도 잘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 사장의 후임으로 당시 포스코대우 부사장이었던 김영상 사장이 오르면서 사태가 빠르게 수습됐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을 다잡고 외부적으로는 포스코와의 관계 개선에 앞장섰다. 그가 1982년 (주)대우에 입사한 정통 ‘대우맨’이었기에 가능했다. 포스코대우 직원들의 신임을 받으면서 그동안 해외 철강 영업과 마케팅을 총괄해 온 대표적인 ‘해외 영업통’의 기질을 발휘해 포스코와의 관계를 구축했다.

이러는 사이 포스코대우는 임원진의 변화가 많이 생겼다. 지난해 3월 사업보고서에 등재돼 있던 27명(비상근이사 제외)의 임원 중 현재(4월 기준)까지 남아 있는 임원은 17명뿐이다. 37%가 넘는 임원이 바뀐 된 것이다.

올해 정기 인사에서도 많은 임원들이 바뀌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전국환 부사장이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오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게 된 것이다. 전 부사장은 경북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뒤 포항제철에 입사한 정통 포스코맨이다.

이에 따라 내부에서는 포스코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 전 부사장을 내려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내부에서는 주시보 전무가 올해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동아고와 부경대를 졸업한 그는 자원개발본부장으로 있으며, 미얀마 가스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실적을 인정받았다.
김선규 전무도 부사장에 올랐다. 김 신임 부사장은 대전고와 서강대를 졸업했다.

현재 포스코대우를 이끌고 있는 임원들은 학사 출신이 많다. 총 33명의 임원 중 23명이 학사로 67.7%에 이른다. 다음으로는 석사 8명, 박사 2명이 재직 중이다. 최종 출신 대학 소재지로는 서울(서울대 7명, 연세대 6명, 서강대 4명, 한양대 3명, 고려대 2명, 한국외국어대 2명, 성균관대 2명)이 27명(81.8%)이며 지방대 5명, 수도권 1명으로 조사됐다.

임원들의 연령대는 1960~1964년생이 24명으로 72.7%, 1955~1959년생이 9명으로 27.3%의 비율을 보였다. 다만 포스코대우의 특이한 점은 지방대 출신 임원 모두 경상도 출신이었다. 임원 중 여성이나 고졸 출신은 없었다.
‘강력한 구조조정’ 포스코 임원 30%가 사라졌다
◆포스코건설, 석사 출신 38.9%

포스코건설은 올해 큰 변화가 생겼다. 수장이 바뀐 것이다. 황태현 포스코건설 전 사장이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PIF) 투자 유치 성공과 다방면에서 눈에 띄는 수주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교체됐다. 나름의 이유는 있다. 국내 주택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해외 사업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시점이 왔기 때문이다.

포스코건설의 신임 사장으로는 한찬건 포스코대우 부사장이 선임됐다. 1957년생으로 보성고와 중앙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978년 대우인터내셔널에 입사해 회사를 한 번도 떠나지 않은 대표적인 ‘대우맨’이다. 기계인프라본부장과 자동차프로젝트 사업실장 등을 역임했다.

이번 인사는 해외에서 영업망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부사장이 대우인터내셔널 시절 확보한 해외 영업망을 포스코건설에서 적극 활용하기 위해 깜짝 인사를 단행하게 된 것이란 분석이다.

정통 대우맨인 한 사장을 포스코건설에 앉힌 것도 그가 상사맨으로서 오랜 기간 해외 영업망을 직접 쌓아 왔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포스코건설은 특히 건설 업황 부진이 예상되는 올해부터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었다.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최적의 인물로 한 사장이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건설은 또 포스코 경영 임원이었던 고석범 포스코 전무를 부사장에 임명했다. 1957년생인 그는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헬싱키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딴 경제통이다. 포스코는 상사맨 출신인 한 사장과 고 부사장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토목공학 박사 출신인 윤태양 PoBOS솔루션가속화 PJT팀장(전무)이 포스코건설로 발령받았다. 또한 부장검사 출신인 김성준 변호사도 포스코건설 전무로 임명돼 법무 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하지만 포스코건설 임원의 수는 대폭 감소했다. 권 회장의 임원 감축 조치의 직격탄을 맞았다. 2015년 3월 기준 총 54명이었던 임원의 수가 2016년 현재(4월 기준) 36명으로 33.3% 줄었다. 권 회장이 말한 임원 30% 감축이 그대로 실현된 모습이다.

현재 포스코건설을 이끌고 있는 임원들은 석사 출신 비율이 다소 높은 편이다. 전체 36명의 임원 중 14명(38.9%)이 석사 출신이었고 학사 20명(55.6%), 박사 2명(5.5%)으로 조사됐다.

대학별로는 공과대로 유명한 인하대 출신이 가장 많았다. 총 7명(19.4%)이었고 그 뒤를 이어 한양대(5명), 성균관대·부산대(각 4명), 고려대·영남대·전북대(각 3명), 서울대(2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전공으로는 건설 기업답게 이공계 계열이 강세를 보였다. 36명의 임원 중 24명(66.7%)이 이공계 출신이었다. 학과별로는 기계공학 8명(22.2%), 토목공학 5명(13.9%), 금속공학 4명(11.1%), 전기공학·법학·무역학 각 3명(각 8.3%), 건축학 2명(5.6%) 등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경영·경제학 출신이 단 1명뿐이었다.

연령대로는 1954~1959년생이 18명으로 딱 절반인 50%를 차지했고 1960~1964년생이 15명(41.6%), 1965~1969년생 2명(5.6%), 1950~1954년생 1명(2.8%)으로 조사됐다.

◆ ‘인사통’ 윤동준 사장, 포스코에너지로

‘강력한 구조조정’ 포스코 임원 30%가 사라졌다
포스코의 주요 계열사 중 빼놓을 수 없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100년 후의 포스코를 준비하는 포스코에너지와 포스코켐텍 그리고 포스코ICT다. 이들 기업들은 포스코의 미래 먹거리 찾기에 분주하다. 철강 외 트레이딩·에너지·소재·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영역에서 준비 중이다.

우선 포스코에너지는 지난해까지 포스코 경영인프라본부장(부사장)을 지낸 윤동준 사장이 이끌고 있다.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그는 포스코그룹 인력관리부·인사조직실 등을 거치며 20여 년 이상 인사 업무를 관장한 대표적 ‘인사통’으로 꼽힌다.

이런 그에게는 현재 막중한 임무가 주어져 있다. 바로 포스코의 100년 후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윤 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바삐 움직이고 있다. 그가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은 4조원 규모의 삼척화력발전소다. 워낙 규모가 큰 발전소 프로젝트이다 보니 그동안 인허가와 자금 조달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반드시 착공에 들어간다는 게 그의 목표다. 사업성이 좋기 때문에 인허가만 완료되면 투자 유치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포스코켐텍은 이영훈 사장이 이끌고 있다. 1985년 포스코에 입사한 후 30여 년간 ‘재무통’으로 입지를 확고히 구축했다. 꼼꼼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 성격으로 알려져 있다.

포스코에서 경영전략과 재무 분야를 두루 담당했고 포스코건설로 잠시 자리를 옮겼다가 이번 임원 인사에서 포스코 신성장 동력의 한 축인 이차전지 음극재 분야를 책임질 포스코켐텍 사장으로 발탁됐다. 1959년생으로 장충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전략기획총괄부문 경영전략2실장, 포스코건설 경영기획본부장, 포스코 재무투자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포스코ICT는 2014년부터 최두환 사장이 이끌고 있다. KT 종합기술원장 출신의 외부 인사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벨연구소에서 근무했다.

1998년 벤처회사인 네오웨이브를 설립해 코스닥에 상장하기도 했다. 2007년 KT에 합류해 신사업부문장과 종합기술원 원장을 역임했고 정부가 벤처 투자 확대를 위해 출범시킨 성장사다리펀드 운영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업계에선 최 사장이 정통 엔지니어 출신이며 경영자로서도 능력을 검증받은 기술 경영인으로 꼽는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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