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에 유통 마진 24% 증가…필립모리스, BAT 등 수익금 전액 본국 송금

'배당 잔치' 벌이는 외국계 담배 기업들
지난해 담뱃값 인상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외국계 담배 회사들이 올해 수익금을 자국으로 보내느라 정신이 없다.

하지만 정작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 한국에 재투자하거나 사회 환원에 나서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원자재 값 상승 등에 따라 실적 악화를 우려해 국내에서 고용한 임직원마저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외국산 점유율 41.6% ‘사상 최고’

지난해 1월 정부가 흡연율을 낮추겠다는 명분으로 담배 한 갑당 1550원이었던 세금을 3318원으로 올렸다. 이에 따라 평균 2500원이던 담뱃값은 4500원이 됐다.

흡연자들의 주머니가 홀쭉해지는 사이 담배 회사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늘어났다. 담뱃값이 인상되면서 출고가 및 유통 마진이 950원에서 1182원으로 24%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외국계 담배 기업들은 제품 가격을 탄력적으로 인상하면서 KT&G의 제품과 가격 차이를 줄이며 점유율마저 높였다. 관계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KT&G의 점유율은 58.4%로, 2014년 62.3%에서 3.9% 포인트 하락했다. 1986년 외국산 담배가 처음 국내에 판매되기 시작한 지 30년 만의 최저 점유율이다.

반면 지난해 외국산 담배의 시장점유율은 41.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필립모리스가 20.4%로 가장 높았고 브리티쉬아메리칸타바코(BAT) 14.1%, 재팬타바코(JTI) 7.1%였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들은 지난해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말보로의 제조사 필립모리스의 한국법인 필립모리스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519억2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5.98% 늘었다.

이 기간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8108억7000만원, 1917억7100만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5.34%, 37.66% 급등했다.

던힐 등을 생산하는 BAT코리아 역시 2014년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BAT코리아의 영업이익은 2014년 마이너스 56억6700만원에서 2015년 115억6900만원으로 담뱃값 인상 효과를 톡톡히 봤다. 매출액은 3910억2900만원이다. 순이익은 2014년 마이너스 96억8900만원에서 지난해 270억7600만원으로 대폭 늘었다.

◆한국 재투자·사회 환원 ‘외면’

하지만 이들 회사는 이 같은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나 공헌에는 인색했다. 특히 이익의 대부분을 본국에 배당금으로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필립모리스코리아는 2015년 순이익 1917억7109만1452원을 외국계 대주주 미국법인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로 100% 송금했다.

더욱이 이 회사는 대주주와 상표권 계약을 하고 상표권 사용의 대가로 순매출액의 6~12%를 로열티로 추가 지급해 사실상 100%를 훌쩍 넘기는 배당성향을 보였다. 필립모리스코리아가 지난해 지급한 로열티만 508억원이었다.

BAT코리아 역시 2015년 순이익 270억7627만5674원에서 손실분을 제외하고 남은 173억8722만8000원 전액을 주주인 미국법인 ‘브라운앤드윌리엄스(B&W)홀딩스’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이처럼 이들 회사들은 수익금 전부를 본국에 보내느라 분주했지만 돈을 벌어들인 한국에 대한 재투자나 사회 환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로 필립모리스는 2014년 3억4200만원, 지난해 3억7100만원을 기부하는데 그쳤다. BAT는 2014년 6800만원에서 줄어든 5600만원을 기부했다.

기업 이익의 사회 환원 척도인 기부금 규모만 따져도 외국계 담배 회사의 한국 기여도는 극히 미미한 셈이다. 국내 담배 업체인 KT&G가 매년 수백억원을 기부금으로 내놓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욱이 BAT코리아는 2013년과 2014년 매출 하락과 수익률 감소 그리고 담뱃값 인상에 따른 매출 감소 우려로 1차 70명, 2차 326명의 영업 인력을 희망퇴직시켰지만 정작 수익이 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복직되거나 신규로 채용된 영업 인력은 없었다.

이에 대해 BAT코리아 관계자는 “당시 회사가 매출 감소로 어려워 구조조정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이후 영업 조직 자체를 아웃소싱으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인력 채용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담배 회사들은 2015년 한 해 동안 한국 시장에서 담배를 팔아 얻은 이익금 전부를 현금 배당금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이들 외국계 담배 회사들이 오랜 시간 한국 시장에서 담배를 팔고 있지만 ‘잇속 챙기기’에만 열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cw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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