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신인맥⑧] 한화그룹
{생명·손보 모두 실적 호조, ‘차남’ 김동원 상무 승진 ‘3세 경영 가속화’}

[한경비즈니스=조현주 기자] 2016년은 한화생명이 새로운 역사의 획을 긋는 해다. 올해 보험사로는 둘째로 자산 100조원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2002년 당시 대한생명이 한화그룹에 인수된 지 13년 만에 당시 29조원이었던 자산이 3배 이상 늘어 100조원을 달성(2016년 1월 기준)하게 됐다. 2008년 자산 50조원을 돌파한 지 8년 만에 총자산 100조원을 넘어선 것이다. 이런 성장세라면 8년 후인 2024년에는 총자산 2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생명의 연간 수입 보험료는 2002년 9조4600억원에서 지난해 14조9600억원으로 늘어났다. 보험사의 재무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도 2002년 95.6%에서 지난해 277.0%로 대폭 개선됐다.

이처럼 한화생명이 급성장한 배경으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승연 회장의 ‘승부수’가 통했다”
‘캐시카우’ 한화 금융 계열사…차남규·박윤식 대표 ‘쌍끌이’
김 회장은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하기 전 그룹 내부와 업계의 우려 등을 극복하고 그룹의 향후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대한생명을 인수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김 회장이 이를 증명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에 자리한 금융감독위원회를 직접 찾아가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일화는 유명하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가 들이닥친 상황에서 정부뿐만 아니라 재계에선 한화생명의 탄생을 의구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김 회장은 자신이 맡고 있던 계열사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후 한화생명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무보수’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회장은 2년 동안 무보수로 근무하면서 조직 안정화를 이끌었다. IMF 외환 위기 이후 부실 금융회사라는 이미지와 장기간 리더십 부재로 업계 3위로 추락해 있었던 한화생명은 한화그룹에 인수된 지 1년 만에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급성장해 업계 2위를 탈환했다.

한화생명은 이제 한화그룹 내에서 핵심 계열사로 꼽힐 정도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특히 한화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화그룹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이 7500억원인데, 한화생명의 영업이익이 5800억원에 달했다.
‘캐시카우’ 한화 금융 계열사…차남규·박윤식 대표 ‘쌍끌이’
현재 한화생명은 차남규 대표이사 사장이 사령탑을 맡고 있다. 차 사장은 한화그룹에서 2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전문 경영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1년 2월 취임한 지 올해 5년을 맞이한 차 사장은 한화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 중 재임 기간이 가장 길다.

차 사장은 1954년 부산 출생으로 부산고와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79년 한화기계에 입사해 한화와의 인연을 이어 왔다. 2002년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할 당시에는 지원총괄 전무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차 사장은 FAG한화베어링 경영지원담당(상무), 한화정보통신(상무), 한화그룹 중국본부장을 역임한 이후 한화테크엠 대표(부사장)직에 머무르다 2011년 한화생명으로 되돌아왔다.

차 사장은 ‘현장 경영’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차 사장은 취임 후 매년 한화생명의 전국 7개 지역본부 및 지역단을 찾아가 재무설계사(FP)들을 직접 만나면서 고객 니즈를 찾기 위해 노력해 왔다. 콜센터를 찾아가 고객 상담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차 사장을 보필하는 이들 가운데 40대 초반 상무 군단도 눈에 띈다. 1976년생인 엄성민 상무(한화생명 전사혁신실장)는 2014년 30대의 나이에 최고재무책임자(CFO·전략기획실장)를 맡으면서 보험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엄 상무는 서울대 경영대와 펜실베이니아대 MBA를 졸업하고 컨설팅 업체 베인앤컴퍼니에서 일하다가 2012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부장으로 입사했다. 올해 전사혁신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974년생인 남종훈 윤리경영팀장 또한 40대에 상무직에 올랐다. 남 상무는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주지방법원과 수원지방법원에서 판사를 지낸 뒤 2011년 한화생명에 영입됐다.

◆3세 경영 체제 굳히기 나서

올해 한화그룹은 ‘3세 경영’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일환으로 한화그룹은 최근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전사혁신실 부실장(부장급)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한화그룹은 지난 4월 1일 조직 개편과 승진 인사를 발표하면서 김 상무의 승진 배경에 대해 “지난해 전사혁신실 부실장으로 일하면서 한화생명이 인터넷 전문 은행에 유일한 보험사로 참여하는 등 사업 영역 확대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김 상무는 지난해 9월 한화생명에 입사해 2016년 정기 인사에서 전사혁신실 부실장으로 임명됐다. 1985년생인 김 상무는 미국 예일대를 졸업했고 2014년 3월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디지털팀장으로 한화그룹에 입사했다. 지난해 한화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전사혁신실 부실장을 역임하다가 이번에 상무로 승진했다.

한화생명의 핀테크 사업을 진두지휘했던 김 상무는 중국과 베트남 등 해외 사업 개척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 2월 중국 P2P 기반 대출 대표 기업인 뎬룽(点融)과 전략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번 김동원 부실장의 상무 승진으로 김승현 회장의 아들 삼형제의 사업 영역은 더욱 명확해질 전망이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는 태양광 사업을 이끌고 있고 삼남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은 갤러리아면세점TF를 책임지면서 그룹 내 건설 및 면세점 분야를 맡고 있다. 차남인 김동원 상무는 그룹 내 금융 사업을 이끌게 되면서 한화가 3세 경영의 밑그림이 완성된 셈이 됐다.

현재 한화생명의 상무급 이상 임원은 사장 1명, 전무 3명, 상무 20명으로 총 24명이다. 임원들의 평균 나이는 52.6세이고 50대 임원이 16명(66.7%)으로 가장 많다. 40대 임원이 4명(16.6%), 60대가 3명(12.5%), 30대가 1명(4.2%)으로 나타났다.

출신 대학은 서울대 출신(20.8%)이 5명으로 가장 많다. 연세대가 4명(16.6%), 고려대가 3명(12.5%)씩으로 뒤를 이었다. 학과별로는 경영학 전공자가 7명(29.1%)으로 가장 많았고 무역학 5명(20.8%), 법학 4명(16.6%)으로 뒤를 이었다.

한화생명과 함께 한화그룹의 또 다른 금융 계열사인 한화손해보험은 박윤식 대표이사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박 대표는 1957년 서울 출생으로 경기고와 한국외국어대 스페인어과를 졸업했다. 서강대에서 무역학 석사학위를 딴 뒤 미국 코넬대 MBA를 수료했다.

박 대표는 제일은행을 거쳐 아더앤더슨 경영컨설팅 이사, PWC컨설팅 상무, 캡제미니언스트영 상무 등 컨설팅 업계에서 활동하다가 2003년 동부화재로 옮기며 보험 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2013년 동부화재 부사장직에서 한화손해보험으로 자리를 옮겼다.

박 대표는 한화손해보험이 2009년 제일화재와 합병한 이후 연임에 성공한 첫 최고경영자(CEO)다. 박 대표가 취임하기 직전까지 3명의 대표는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박 대표는 위기관리와 영업, 고객 관리 등에서 능력을 보이며 회사 실적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다.

한화손해보험의 2015년 매출은 4조54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1% 늘었고 순이익은 953억원으로 전년 대비(129억원) 무려 640% 정도 상승해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 한화손보, 올해 첫 여성 임원 탄생
‘캐시카우’ 한화 금융 계열사…차남규·박윤식 대표 ‘쌍끌이’
한화손해보험의 올해 정기 임원 인사에선 지난해 탄생했던 첫 여성 임원이 정식 상무로 승진해 화제가 됐다.

주인공은 한화손보의 김남옥 전문위원 상무보로 이번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중졸 학력에 사내 첫 여성 임원인 김남옥 상무는 성별이나 학력과 관계없이 파격 승진한 케이스로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캐시카우’ 한화 금융 계열사…차남규·박윤식 대표 ‘쌍끌이’
1955년생인 김 상무는 경남 하동 양보중을 졸업한 뒤 스물셋의 나이에 결혼해 종갓집 맏며느리로 살다가 친척의 추천으로 1990년 신동아화재에서 보험 영업을 시작했다. 마산·부산·경인지역본부장을 거쳐 최근 강남지역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 상무는 뛰어난 영업 성과로 지난해 상무보 승진 이후 1년 만에 상무 자리를 꿰찼다.

현재 한화손해보험의 상무급 이상 인원은 사장 1명, 전무 2명, 상무 5명으로 총 8명이다. 임원들의 평균 나이는 55.9세다. 50대 임원이 5명(62.5%), 60대 임원이 3명(37.5%)이다.

출신 대학은 연세대·고려대·서강대·한국외국어대·한양대·건국대가 각각 1명씩(각 12.5%)으로 다양하다. 고졸과 중졸 출신 임원도 1명씩 있다.
‘캐시카우’ 한화 금융 계열사…차남규·박윤식 대표 ‘쌍끌이’
덕수상고를 졸업한 조성원 전무(현재 자산운용부문장)와 양보중을 졸업한 김남옥 상무가 이에 해당된다. 한화손해보험의 임원은 공학·법학·수학·행정학·경제학 등 다양한 전공자로 구성돼 있는 것 또한 특징이다.

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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