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1주년]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이재현 회장의 경영철학 깃들어

[한경비즈니스=김현기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7월 21일 발표한 ‘2015년도 방송사업자 시청 점유율 산정 결과’에 따르면 유선방송(SO) 부문의 CJ E&M의 시청 점유율이 전년 대비 1.892% 포인트 오른 10.605%로 집계돼 전체 순위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TV 채널을 운영하는 총 209개 방송 사업자의 시청 점유율을 조사한 결과로 KBS와 MBC가 27.777%, 16.573%를 각각 기록해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대한민국을 복고풍으로 물들인 ‘응답하라 1988’을 비롯해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7’, ‘꽃보다 할배’, ‘미생’, ‘슈퍼스타K’ 등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 프로그램들은 CJ E&M의 tvN에서 제작된 작품들이다.

또한 대한민국 영화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보유한 ‘명량’과 누적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한 ‘베테랑’, 한국형 블록버스터 ‘설국열차’의 뒤에는 CJ가 있었다.
“CJ 문화창조 사업 외길“ 본격 시너지 내나
(사진) 공전의 히트를 친 tvN 드라마 포스터. 왼쪽부터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97’, ‘미생’, ‘응답하라 1988’. /한국경제신문

◆ 문화 산업화를 선도하는 CJ

CJ E&M은 명실 공히 국내 대표 문화 기업으로 입지를 굳혔다. CJ E&M의 이 같은 저력은 CJ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CJ그룹은 ‘문화가 없으면 나라가 없다’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사업보국’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문화 콘텐츠 사업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왔다.

1995년 당시 CJ제일제당 연매출의 20%가 넘는 3억 달러(약 3415억원)를 드림웍스에 투자하며 문화 콘텐츠 사업을 시작했다. 오늘날 누적 금액 8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문화 사업에 투자하면서 문화 산업화를 선도해 왔다.

CJ그룹은 국내 ‘창조경제’ 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 가는데 가장 적합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분야를 산업화해 시장과 기업을 함께 성장시켜 온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문화 산업을 키워야 한다면 이를 주도할 만한 기업은 국내에선 아직 CJ 정도밖에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CJ 문화창조 사업 외길“ 본격 시너지 내나
(사진) 지난 7월 19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1주년을 맞이해 진행된 공개 멘토링 프로그램 '응답하라 멘토여!' 행사 장면. (멘토 사진 왼쪽부터) 양희재 서울센터 입주기업협의회장, 신승민 큐피트씨큐리티 대표,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박현린 인디고네프 대표,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 박용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 /CJ그룹 제공

◆ CJ, 정부 창조경제 사업 주도

CJ그룹은 현재 정부의 창조경제 사업에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의 창조경제 사업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2014년 9월부터 전국 18개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이라면 누구나 창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창조경제혁신센터다.

그중 작년 7월 17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지사 1층에 문을 연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개소 1주년을 맞았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스타트업에 실질적인 기회를 주며 창조경제의 롤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창업 중소기업 216개를 발굴, 육성 중이며 130억원의 투자 유치를 지원했다. 또한 154명의 신규 고용 창출 및 25억여원의 매출 증가 등 가시적인 성과도 창출해 냈다.

CJ그룹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전담 기업이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CJ가 영위하고 있는 식문화·유통·문화사업 인프라를 바탕으로 도시 생활 스타일 분야의 사업화 지원을 통해 창조경제 문화 확산의 거점으로 경제 혁신을 이끌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엠넷아시아뮤직어워드(MAMA), 케이콘(KCON) 등 CJ의 한류 문화 플랫폼을 활용한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판로 개척이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 판촉전뿐만 아니라 전시 부스 디자인 컨설팅, 바이어 미팅 전략 멘토링과 화물비 지원까지 전 방위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코스메틱 신생 기업 ‘퓨라이트’는 수혜를 본 대표적인 업체다. 수분 크림을 주력으로 생산하는 퓨라이트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후원으로 2015년 12월 홍콩에서 개최된 아시아 최대 음악 시상식인 MAMA 중소기업 판촉전에 참가했다.

새로운 판로 개척에 목말랐던 퓨라이트는 MAMA 참가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중화권 고객의 뜨거운 관심을 받으면서 준비해 간 제품 1000개가 순식간에 판매됐다. 또한 MAMA 판촉전 참여 소식이 홍보 효과에 큰 도움이 돼 몽골 업체와 수출 계약을 하고 이후 홍콩·중국 업체들과도 총 2억원 정도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시정 퓨라이트 대표는 “스타트업들은 보통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경험과 노하우 부족으로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많다”면서 “서울창조융합센터가 물꼬를 터 줘 사업을 더 키워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내시장의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제품력과 아이디어를 갖춘 스타트업을 선정, 올리브영에 입점 기회를 제공하는 ‘올리브영 창조경제 스타트업 유통지원’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이미 전국 18개 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신청 받은 스타트업 중 상품성 있는 3개 업체의 제품 9종이 지난 7월 8일 올리브영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롯한 전국 8개 올리브영 주요 매장에 입점했다”며 “향후 고객 반응과 판매 추이를 통해 입점 매장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J 문화창조 사업 외길“ 본격 시너지 내나
(사진) 미국 뉴저지 주 뉴어크지구에서 6월 24일 열린 ‘케이콘(KCON) 2016 뉴욕’ 행사장에 관람객들이 입장하고 있다. /CJ E&M 제공

◆ 문화창조융합센터 ‘신진 창작자들의 요람’

기술 중심의 창조경제혁신센터의 뒤를 이어 문화창조융합센터가 지난해 2월 문을 열었다. 융·복합 문화 콘텐츠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문화창조융합벨트’를 출범하고 그 벨트의 시작점인 기획 역할을 문화창조융합센터가 담당하는 것.

문화창조융합벨트 구축에 300억원 이상을 투입한 CJ그룹은 벨트의 전체 가치 사슬에서도 ‘시작(문화창조융합센터)’과 ‘끝(K컬처밸리)’이라는 핵심 고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문화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하는 문화창조융합벨트는 총 4단계로 구성돼 있다. 문화창조융합센터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문화창조아카데미에서 창작자 육성 및 연구·개발(R&D)에 힘쓰며 문화창조벤처단지가 이를 제작하고 수출을 지원한다. 끝으로 K컬처밸리를 통해 유통, 확산시킨다.

문화창조융합센터는 준(準)전문가 수준의 창작자들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융·복합 문화 콘텐츠를 기획, 개발해 이를 사업화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창작자들에게 다양한 조언과 기회를 제공해 왔다.

개소 이후 가시화된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 7월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 7만여 명을 기록하며 매일 250명 이상 방문하는 문화 콘텐츠 기획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약 2500명 이상이 전문 강연과 멘토링 등 다양한 상설 프로그램을 통해 융·복합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기 위한 코칭을 진행했다.

일례로 전통 예술 기반의 창작 활동을 펼치는 국악그룹 ‘타고’의 ‘코리안 드럼(Korean Drum) II’는 세계적 공연 예술 축제인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서 오는 8월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국악 기반의 스타트업 단체인 타고는 사업화 모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러던 중 문화창조융합센터 멘토링을 통해 사업 방향을 해외시장으로 설정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뮤지컬 ‘캣 조르바’를 공연했던 문화공작소 ‘상상마루’도 올해 5월 중국 하이난항공 산하의 공연 제작사 ‘신화국제문화전파 북경유한공사’와 ‘캣 조르바 캐릭터 라이선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문화창조융합센터 관계자는 “해외 공연 형태가 아닌 라이선스 계약 추진을 조언하는 등 MOU 체결까지 성사시킨 상상마루의 사례는 문화 콘텐츠 기업들에 새로운 사업 모델 발굴의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CJ 문화창조 사업 외길“ 본격 시너지 내나
◆ K컬처밸리, 경제 활성화하는 기폭제

CJ그룹은 한류 콘텐츠를 최첨단 기술로 구현할 한류 콘텐츠파크 ‘K컬처밸리’ 조성을 주도하고 있다. K컬처밸리는 국내에 흩어져 있는 한류 인프라를 한데 모아 전 세계로 확산하는 ‘글로벌 한류 소비 플랫폼’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지난 5월 착공한 K컬처밸리는 경기도 일산 장항동에 축구장 46개 크기와 맞먹는 30만㎡의 부지에 내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테마파크’, 2000석 규모의 글로벌 맞춤형 ‘융·복합 공연장’, 한국적 특색을 살린 쇼핑몰과 전통의 미를 살린 ‘숙박 시설’ 등으로 꾸며진다.

테마파크는 단순 탑승 놀이 시설 기능을 넘어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구성된다. 또한 인기 있는 K무비와 K드라마의 촬영 장면을 볼 수 있고 오감 체험 특별 영화관인 4DX 기술 등을 활용한 체험형 시설도 설치될 예정이다.

CJ그룹 관계자는 “향후 10년간 건설투자 및 제작 기반 시설 확대, 국내외 관광객 소비 유발 등 19조2000억원에 이르는 직접적인 생산 유발 효과와 신규 유동인구 발생에 따른 인근 지역 개발 촉진 및 활성화 등 9조9000억원에 육박하는 간접 유발 효과 등 총 29조1000억원의 경제효과가 예상된다”면서 “K컬처밸리는 한류 콘텐츠의 소비처 역할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를 활성화하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컬처밸리가 문화창조융합벨트 내 문화예술 창작자들의 고용처 역할을 수행하면서 청년 채용 및 지역 내 고용 활성화에도 이바지할 것”이라며 “향후 5년간 5만6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henr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