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트렌드

여행책은 옛말…평점 앱 통해 숨은 맞집 찾고 할인 정보 공유

스마트폰 들고 자유 여행 나서는 유커들
깃발 든 가이드를 따라 수십 명씩 몰려다니는 단체 관광의 대명사 유커(중국인 관광객)의 여행 방식이 개별 관광으로 차츰 변화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올해 5월 발표한 ‘2015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개별 관광객은 2012년 전체의 64.4%에서 2013년 66.2%, 2015년 67.9%로 꾸준한 증가세다.

특히 중국 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아지고 온라인과 모바일에 국내 여행 정보가 늘어나면서 스마트폰 하나로 한국 여행을 즐기는 ‘스마트 유커’ 또한 늘고 있다.

◆ 유커, 모바일 인터넷 하루 213분 사용

폭염으로 무더웠던 지난 8월 18일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한 유커 최인주(30) 씨와 여혜화(27) 씨를 하루 동안 동행하며 유커들의 관광 습관과 여행 방식을 살펴봤다.

최 씨는 중국 내 한국 회사에서 근무하며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여 씨는 부산 유학 생활을 통해 한류 문화와 음식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이들은 여름휴가를 맞아 서울과 안동 등을 둘러보기 위해 한국 여행을 계획했다.

최 씨와 여 씨는 4박 5일 일정으로 한국 여행에 나섰지만 손에서 큰 캐리어나 두툼한 여행 책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들은 간편한 복장에 단지 몇 벌의 여벌이 든 배낭 그리고 스마트폰과 보조 충전기가 짐의 전부였다.

이미 최 씨와 여 씨는 제주도와 인천 등 한국을 여러 번 방문한 적이 있어 개별 여행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또 스마트폰만을 활용해 여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이전 여행 시 여행 서적을 보고 찾아간 식당이 자리를 옮겼는가 하면 입장료가 변경돼 예산이 초과된 적이 있었다”면서 “이 때문에 실시간 정보가 올라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하게 됐고 앱을 통하면 할인 쿠폰 등도 쉽게 받을 수 있어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들고 자유 여행 나서는 유커들
◆ 스마트 유커의 필수 앱 ‘뎬핑’

실제 유커의 스마트폰 활용은 이미 미국과 일본 관광객보다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중국 관광객의 모바일 인터넷 사용 시간은 하루 평균 213분으로 미국 관광객 125분, 일본 관광객 99분에 비해 각각 1.7배, 2.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항에서 명동까지 가는 동안 이들은 관광지와 맛집 검색이 가능한 중국의 뎬핑(點評 : 대중 평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작동했다.

예전의 개별 여행자들은 여행 책자에 자신들의 여행 일정을 빼곡히 체크해 두고 이를 수시로 펼쳐봤지만 최근의 ‘스마트 유커’는 단지 손안의 스마트폰만으로 한국의 여기저기를 누볐다. 큰 그림만 그려 놓은 뒤 그때그때 정보를 체크하며 여행 계획을 채워 갔다.

이들이 김포공항을 출발해 명동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명동역에 도착한 이들은 허기진 배를 달래기 위해 찜닭으로 점심 메뉴를 정했다.

물론 정해 놓은 식당은 없었다. 도착지에서 앱을 켠 뒤 현재 위치와 가까운 식당, 이용자들로부터 좋은 평점을 받은 식당을 확인해 나갔다.

1~2분 정도 앱을 검색하던 여 씨가 “여기로 가자”며 스마트폰을 최 씨에게 내밀었다. 여 씨가 찾은 곳은 명동역 안쪽에 자리한 안동찜닭 식당이었다.

메뉴는 해물찜닭으로 정했다. 얼마 전 왕훙(중국의 파워 블로거)이 한국식 해물찜닭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찜닭을 먹으며 최 씨와 여 씨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음식 사진을 찍고 평점을 올렸다. 이들은 자신이 찍은 사진과 음식에 대한 평가를 자신들이 정보를 얻었던 앱에 올리며 또 다른 데이터를 만들었다.
스마트폰 들고 자유 여행 나서는 유커들
이렇게 수많은 유커의 데이터는 축적되고 평점이 되면서 또 다른 관광객들의 여행 길잡이가 되고 있었다.

든든히 배를 채운 이들은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구입하기 위해 명동 페이스샵을 찾았다.

많은 화장품 가게가 있는데도 왜 그곳을 찾느냐고 묻자 최 씨는 “한국 방문 전 인터넷을 통해 페이스샵이 50% 할인 행사를 한다는 정보를 얻었다”며 “이 가격이면 면세점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사두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10장에 5만원 하는 마스크 팩을 절반 가격인 2만5000원에 구입했다. 이처럼 유커들 중 71.5%가 여행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사전에 얻거나 한국에 머무르며 정보를 습득한다.

이들은 이후 슈퍼주니어 성민이 운영하는 위키(wiki)카페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둘러봤고 하남집에서 삼겹살로 저녁 식사를 마쳤다. 모두 뎬핑 등 모바일 앱을 활용해 정보를 얻은 뒤 선택한 곳이었다.

장대규 옐로스토리 대표는 “최근 한국을 찾는 유커 중 대부분이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관광지와 식당을 찾는다”며 “온라인 정보전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유커 유치에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됐다”고 말했다.

[뎬핑(點評)이란]

2003년 설립된 뎬핑은 중국 1위 대중 평가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으로 텐센트가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다.

첫 시작은 맛집이었지만 지금은 호텔·티켓·관광지·면세점·패션잡화 등 각 카테고리별로 지역 정보와 평가 정보를 기반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 지난해 중국 1위 소셜 커머스 메이투안과 합병해 기업 가치는 17조원에 이른다.

뎬핑은 2015년 2분기 기준으로 서울을 비롯해 미국·일본·호주·태국 등 250개 도시에 지사를 운영 중이며 전 세계 260만 개 업체의 정보와 9000만 개의 사용자 리뷰에 도달했다. 지난해 매출은 31조원이다.

한경비즈니스=김태헌 기자 kth@hankyung.com

시간 내서 보는 주간지 ‘한경비즈니스’ 구독신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