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없는 세상’, O2O 서비스로 진검 승부…알리바바 등 해외 업체도 가세
불붙은 페이 전쟁, 최후의 승자는?
(사진)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 ‘3강’으로 자리 잡은 삼성페이·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약 30조원(약 1800억 위안)을 기록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의 광군제(11월 11일) 기간 동안 총 결제액의 82%는 모바일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쇼핑의 대세가 ‘모바일’로 넘어갔다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에서도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지 오래다. 이와 같은 모바일결제 서비스는 신용카드나 계좌 정보 등을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미리 저장해 두고 비밀번호 입력과 같은 간편한 절차로 결제가 가능하다.

바로 이 편리함 때문에 20~30대 젊은 쇼핑객을 중심으로 모바일 결제가 점차 일반화되는 추세다. 2013년 1분기를 기준으로 1조1270억원에 불과하던 모바일 결제 금액은 2015년 2분기 5조7200억원으로 성장했다. 2년 새 5배나 뛰어올랐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페이 전쟁’이 불붙고 있다.

◆온라인은 네이버, 오프라인은 삼성 ‘주도’

그야말로 ‘페이 천하’다. 카카오의 ‘카카오페이(2014년 9월 출시)’, 네이버의 ‘네이버페이(2015년 6월 출시)’, 삼성전자의 ‘삼성페이(2016년 4월 출시)’ 등 2013년 이후 쏟아져 나온 ‘페이’ 서비스만 해도 20여 개가 넘는다. LG전자도 내년 4월 ‘LG페이’를 출시하겠다고 발표해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각종 ‘페이’ 서비스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현재까지 국내시장에서 확실한 승자는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가입자 수나 거래액 등을 따졌을 때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만한 업체는 불과 3곳 정도다. 삼성페이·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다.
불붙은 페이 전쟁, 최후의 승자는?
가장 먼저 포문을 연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메신저 플랫폼을 기반으로 현재 국내 가입자 수 13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출시 2년 만인 지난해 10월 누적 결제액 1조원을 돌파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랄 수 있는 네이버페이의 회원은 2100만 명으로 집계된다.

누적 결제액은 지난 9월을 기준으로 3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에 비해 삼성페이는 국내 가입자 500만 명, 지난 8월을 기준으로 누적 결제액은 2조원에 달한다. 그중 온라인 결제 금액은 5000억원 정도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적어도 온라인 시장에서의 승기는 네이버페이가 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네이버페이는 다른 서비스들에 비해 가입자를 빠르게 늘려가는 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게 사실이다. ‘네이버쇼핑’이라는 쇼핑 플랫폼을 끼고 있기 때문이다. 쇼핑에서 모바일 결제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11만5000여 개가 넘는 온라인 쇼핑몰 가맹점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고 영화 관람 등 표를 예매할 수 있는 제휴 가맹점만 990여 곳에 이른다.

문제는 이 시장의 성패를 단순히 가입자와 결제 금액으로만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고객들에게 ‘만족스러운 서비스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얼마나 편리하게 ‘페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느냐가 또 다른 승부수로 떠오른 이유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도 최근 들어 오프라인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지난 4월 신한카드와 손잡고 ‘네이버페이 체크카드’를 선보이고 오프라인 제휴사를 확대 중이며 카카오페이도 비슷한 시기에 신한·하나카드 등과 손잡고 ‘카카오페이 체크카드’ 등을 선보였다.

이 밖에 SSG페이(신세계)·엘페이(롯데) 등 유통 업체를 기반으로 한 페이 서비스도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삼성페이를 따라갈 적수가 없다. 마그네틱 방식을 사용하는 삼성페이는 신용카드 단말기가 있는 오프라인 매장이라면 어디에서든 사용할 수 있다. 별도의 단말기를 설치할 필요가 없어 오프라인 자영업자들도 도입하기에 부담이 적다. 소비자들 또한 지갑 없이 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최후의 승부처는 ‘O2O 서비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사용자와 가맹점을 확대하는 것이 ‘페이 전쟁 1차전’이었다면 페이 전쟁의 2차전은 ‘O2O 서비스’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페이 전쟁은 결국 ‘누가 더 쉽고 편리한 시스템으로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 스며드느냐’에 달려 있다.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음식 주문, 택시 호출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결제 서비스를 넘어 ‘플랫폼’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자를 늘려 나간다면 더 많은 소비자를 확보하는 데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향후 인공지능(AI) 등과 결합한다면 쇼핑 추천에서부터 검색·결제·쇼핑 이후의 만족도 관리까지 쇼핑과 관련한 모든 영역에 걸쳐 큰 변화가 예상된다.

O2O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삼성페이 등의 물밑 싸움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가장 발 빠르게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곳은 카카오페이다. 국내 메신저 플랫폼의 절대 강자랄 수 있는 ‘카카오톡’을 기본 플랫폼으로 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인터넷 서점, 극장 등 다양한 O2O 서비스에 카카오페이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청구서 서비스 등을 실시하고 있다.
불붙은 페이 전쟁, 최후의 승자는?
지금까지 쇼핑과 페이를 결합하는 데 주력했던 네이버페이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O2O와 디지털 콘텐츠로의 확장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페이를 통해 미리 음식점이나 공연을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김민중 네이버 매니저는 “소비자들은 이를 통해 현장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간편하게 결제를 마칠 수 있고 자영업자나 사업자도 이익이 크다”고 설명했다. 송금·지방세 납부 등 금융 서비스 영역도 확대하고 있고 웹툰·영화·음악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삼성페이는 지난 11월 16일부터 ‘페이플래너’ 서비스를 추가했다. 소비자들의 온·오프라인 결제 및 지출 현황을 종합 분석해 소비 습관을 관리해 주는 이른바 ‘모바일 가계부’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자신의 월 예산 대비 총 사용 금액 등을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다. 지급 결제 서비스를 시작으로 자산 관리 영역까지 확대한 것이다.

정용제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간편 결제를 중심으로 신규 모바일 서비스들의 오프라인 시장 침투가 점차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며 “지갑 없는 세상의 ‘금융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싸움이 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공룡’ 잇따라 상륙

이런 상황에서 알리페이와 애플페이 등 해외 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도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을 등에 업고 국내에서의 영향력을 키워 가고 있다.

현재 가장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알리페이다. 2004년 설립된 알리페이는 전 세계 4억5000만 명의 사용자를 지닌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 결제 플랫폼이다. 중국 내 모바일 결제 점유율 1위다. 알리페이의 위력 역시 바로 이 ‘유커(중국인 관광객)’로부터 비롯된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 해 평균 국내로 유입되는 유커는 대략 600만 명이다. 이들의 대부분이 이미 중국 모바일 결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알리페이’ 플랫폼에 익숙하다. 유커들이 집중적으로 유입되는 명동 등의 지역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정원식 알리페이코리아 대표는 “지금까지는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고객 편의를 제공했다면 향후에는 국내 소비층을 확대하는 데도 역점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의 ‘애플페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페이’는 아직 구체적인 한국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조만간 국내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윤보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규모의 플랫폼을 바탕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가장 큰 무기”라며 “지금은 해외 직구족 등을 중심으로 영토를 확장해 가는 단계지만 향후 국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 파급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viva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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