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 미래 재계 리더 될 ‘30대 대표’ 살펴보니]
해외 경험에 컨설팅 안목 길러
스타트업 대표 49%가 30대
(사진)임지훈 카카오 대표. /한국경제신문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평균수명의 증가와 늦어진 취업 연령으로 30대가 돼서야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남들보다 다소 이른 나이인 30대에 이미 대표직을 단 이들이 있다.

이들은 창업 혹은 스카우트를 통해 기업을 이끄는 어엿한 대표 자리에 올랐다. 눈에 띄는 30대 대표들과 그들의 경영 성적표를 살펴봤다.
스타트업 대표 49%가 30대
(사진)박은상 위메프 대표, 쿠팡 김범석 대표. /한국경제신문

◆소셜커머스·게임회사·쇼핑몰에 대거 포진

30대 대표들이 가장 큰 두각을 나타내는 업계는 젊은 층에게 익숙한 정보기술(IT)업계다.
국내 ‘소셜 커머스 3사’의 대표들은 모두 30대다.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1978년생으로 39세다.

김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 컨설턴트, 빈티지미디어 대표를 역임하다 2010년부터 쿠팡 포워드벤처스의 대표이사로 일하고 있다. 자사가 직접 운영하는 쿠팡맨을 내세운 ‘로켓 배송’을 통해 소셜 커머스를 포함한 온라인 마켓 배송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위메프의 박은상 대표는 1981년생으로 닭띠 최고경영자(CEO)다. 박 대표는 맥킨지 컨설턴트와 슈거플레이스 대표를 거친 후 2011년 위메프에 합류했다. 2012년부터 위메프 대표이사
를 단독으로 맡았다.

티켓몬스터의 신현성 대표는 1985년생으로 32세다. 20대에 티켓몬스터를 창업해 IT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신 대표는 맞춤식 배너 광고회사 ‘인바이트미디어’를 창업한 후 맥킨지에서 일하다가 2010년 티켓몬스터의 문을 국내에서 열었다.

또 카카오의 수장인 임지훈 대표 역시 30대(1980년생)다. 2015년 카카오의 ‘깜짝 인사’는 그야말로 세간의 큰 관심을 모았다. 임 대표의 전 직장은 카카오의 자회사이자 스타트업 투자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였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기업 투자회사 근무 이력을 쌓으며 발전 가능성이 풍부한 스타트업을 가려내는 탁월한 안목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바일 게임 ‘애니팡’으로 유명한 게임회사 ‘선데이토즈’의 이정웅 대표는 1981년생이다. 이 대표는 명지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후 신텍정보시스템과 한게임에서 게임 개발자로 일해 왔다. 2009년 선데이토즈를 창업해 애니팡을 히트시키며 선데이토즈를 한국의 대표적인 게임 기업으로 이끌었다.

이 밖에 부동산 중개 O2O(Online to Offline)인 ‘다방’과 ‘직방’의 대표 모두 30대다. 부동산 중개 애플리케이션(앱) 다방을 운영하는 스테이션3의 한유순 대표는 1982년생으로 2013년 스테이션3를 설립했다.

그 역시 미국에서 대학 생활을 했다. 1979년생인 직방의 안성우 대표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나와 삼일회계법인 회계사와 블루런벤처스(벤처캐피털) 심사역으로 일한 경험이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30대 대표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사무실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패스트파이브’의 김대일 대표 또한 30대다. 또 패스트파이브의 공동대표이자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아시아’를 운영하는 박지웅 대표 또한 1982년생이다.

한국스타트업생태계포럼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 창업자는 공학 전공의 남성이 주를 이루는데 30대가 무려 4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쇼핑과 뷰티 분야에서도 30대 CEO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인터넷 쇼핑몰이야말로 젊은 층이 가장 많이 사업에 뛰어드는 분야다. 최근에는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어엿한 기업으로 성장하는 곳도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1983년생 김소희 대표가 운영하는 ‘스타일난다’를 꼽을 수 있다. 화장품 정기 배송 서비스로 주목 받고 있는 ‘미미박스’의 하형석 대표 또한 1983년생으로 30대다.
스타트업 대표 49%가 30대
(사진)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한국경제신문

◆30대 대표들의 공통점은 뭘까

현재 기업을 이끌고 있는 30대 대표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눈에 들어온다.

먼저 풍부한 해외 경험이다.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부 석사 출신이다. 쿠팡의 김범석 대표는 하버드대에서 정치학을, 하버드대학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스테이션3의 한유순 대표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김범석 대표와 신현성 대표는 모두 가족들과 함께 유년 시절을 미국에서 보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컨설팅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도 있다. 신현성·박은상 대표는 미국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앤드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김범석 대표 역시 미국의 보스턴컨설팅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기업의 사업 방향과 경영전략을 상담해 주는 컨설턴트 역할을 하면서 자신만의 사업을 일궈 내는 안목을 기른 것으로 보인다.

임지훈 대표는 소프트뱅크벤처스·케이큐브벤처스에서의 이력을 통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기업들의 자립을 돕는 역할을 해 왔다. 박지웅 대표는 벤처캐피털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이들은 스타트업이나 벤처회사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며 사업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역할을 해 왔다.

가장 큰 공통점은 젊은 나이에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이정웅 대표의 ‘선데이토즈’는 매주 일요일마다 스터디카페 토즈에서 개임 개발자들이 소모임을 가지며 창업의 씨앗을 뿌렸다.

그 당시를 잊지 말자는 의미로 ‘선데이토즈’로 회사명을 정했다. 미국에서 컨설턴트로 억대 연봉을 받았던 신현성 대표는 미련 없이 사직서를 내고 한국행을 택하며 티켓몬스터를 창업했다.

젊은 대표가 이끄는 기업의 분위기는 어떨까. 30대 대표가 이끄는 한 IT 기업 관계자는 “조직 내에 개발자들이 많은 만큼 다른 기업에 비해 연령대는 젊은 편”이라고 답했다. 조직 문화에 대해서는 “대표님이 30대여서라기보다 IT 기업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인지 역동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유년 시절을 해외에서 보내 견문도 넓고 다소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젊은이들이 회사를 창업한다. 이들은 창업 실패를 견뎌낼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대표 49%가 30대

◆네이버’의 후예는 누구
스타트업 대표 49%가 30대
(사진)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 (/한국경제신문)

성공적인 사업 모델을 선보였다지만 현재 30대 대표들이 이끄는 기업들의 상황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소셜 커머스 3사는 외형 확장으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쿠팡은 2015년 매출 1조1300억원을 달성해 소셜 커머스 중 최초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손실 또한 만만치 않았다. 무려 52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티몬과 위메프 또한 마찬가지였다. 2015년 기준으로 티몬은 1419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위메프는 1424억원의 영업 손실을 봤다. 소셜 커머스 3사는 2016년에도 적자 규모가 불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격적인 사업 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팡 측은 지난해 적자에 대해 “외형 투자에 따른 계획된 적자”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약 5200억원의 적자 규모 중 물류와 로켓 배송 등을 위한 선제적 투자비용이 89%를 차지해 향후 사업 확장을 위한 선제적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공격적 투자를 위한 계획된 적자라지만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0월 쿠팡은 고객들에게 사전 공지 없이 로켓배송의 금액을 1만9800원으로 올렸다. 또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에서 실시되던 ‘두 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소셜 커머스, 오픈 마켓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송을 강화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는 배송에서 발생되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다는 내부 평가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위메프와 티켓몬스터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위메프는 무료 배송 범위를 넓히며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티켓몬스터 역시 물류 창고와 자체 프라이빗 브랜드(PB) 상품 개발로 비용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카카오는 임지훈 대표 취임 후부터 O2O 사업에 꾸준히 투자해 왔다. 첫 사업군이었던 카카오택시는 일평균 콜이 80만 건에 이르며 앱 택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카카오택시의 성공 이후 카카오는 카카오택시블랙·카카오드라이버 등 교통과 O2O를 접목했다. 이 밖에 카카오뷰티·카카오파킹 등을 통해 미용과 주차로도 O2O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임 대표의 공격적인 O2O 투자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도 이어졌다. 대리운전 O2O인 카카오드라이버는 기존 대리운전업계와 갈등을 빚기도 했다. 카카오드라이버의 요금 측정 방식에 대해 일부 운전사들이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몇몇 대리운전 단체는 카카오드라이버로 인해 기존 대리운전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운전사들이 유입되면서 대리운전 시장 전체의 물을 흐리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카카오가 새로 출시할 O2O에 대해서도 기존 업체들의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카카오가 출시 준비 중이었던 ‘카카오홈클린’은 가사 도우미 관련 단체들의 반발로 출시가 무산됐다.

히트작 ‘애니팡’으로 캐주얼 게임의 강자로 올라선 선데이토즈 역시 신작 게임 출시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선데이토즈는 주력 게임들의 노쇠화로 실적이 감소해 신작 게임 출시를 서둘러 왔고 지난해 하반기에 ‘애니팡3’를 비롯한 신작을 다수 출시했다.

하지만 선데이토즈의 작년 4분기 실적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애니팡2, 상하이 애니팡, 애니팡3 등 주력 게임의 순위 하락 및 매출 감소세는 예상보다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 신작 기대감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젊은 대표들이 이끄는 기업들이 삼성·LG와 같은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모범 사례는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다.

네이버는 당시 30대였던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1999년 창업한 IT 기업이다. 18년이 흐른 지금 시가총액 26조원으로 대기업에 육박하는 규모로 자라고 있다. 포스코 시가총액(23조원)을 앞지른 상황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자산 5조원을 넘어 ‘대기업’으로 분류됐다가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지정 자산 기준을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대기업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하지만 네이버가 출발했던 2000년대 전후와 지금의 경제 상황은 많이 다르다.

위정현 교수는 “곧 도래할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 등은 모두 대기업이 주도하는 분야”라며 “젊은 대표들이 이끄는 작은 기업이 설 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어 성장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