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인공지능에 밀려 사라질 ‘계산대’…‘일자리 재배치’에 대한 사회적 논의 필요
‘혁신인가 위협인가’ 무인 마트의 두 얼굴
(사진)아마존 고 홍보 장면. /유튜브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영은 인턴기자]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왔고 일하고 있던 삶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혁명의 직전에 와 있다.” -클라우드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

작년 12월 미국 최대 유통 기업 아마존은 미국 워싱턴 주 시애틀에 ‘아마존 고(AMAZON GO)’ 1호점을 전격 공개하며 유통산업의 새로운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아마존 고’는 계산대와 계산원이 없는 최초의 인공지능형 온·오프라인 통합 스토어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내려 받고 지하철 개찰구 같은 기기에 교통카드를 찍듯이 QR코드를 인식시키면 입장할 수 있다.

장바구니도 필요 없고 계산할 필요도 없다. 입구에서만 스마트폰을 대고 들어오면 그 이후에는 자신이 드는 물건이 모두 자동으로 인식된다. 소비자가 결제 과정 없이 그냥 매장을 나간다는 의미에서 이름도 ‘아마존 고’다.

아마존은 컴퓨터 시각 센서(computer vision)와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 등을 이용했다고 밝히면서 이를 ‘저스트 워크아웃 기술(just walk out technology)’이라고 명명했다.

아마존의 신기술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유통산업의 미래를 이끌 혁신’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있는 반면 ‘미래 일자리 감소의 상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물건 들고 나오기만 해도 계산되는 마트

무인 유통의 움직임은 이미 전 세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작년 1월 스웨덴 비켄에 문을 연 ‘네라페르’는 스웨덴 최초의 무인 편의점으로 24시간 운영된다.

네라페르의 소유자는 정보기술(IT) 전문가 로버트 일리하슨이다. 그는 스마트폰으로 매장 입장 및 결제가 자동으로 가능한 앱을 개발해 편의점을 개장했다. 아마존 고와 유사해 보이지만 고객이 직접 스마트폰 앱으로 바코드를 스캔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일리하슨은 고령층이 많은 비켄 지역 특성상 24시간 근무할 인력을 찾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앱을 이용한 편의점을 고안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고령화에 따른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직원의 도움 없이도 상품의 계산과 포장이 가능한 편의점이 등장했다. 일본의 편의점 체인 ‘로손’은 작년 12월 오사카에 있는 ‘로손 파나소닉’ 지점에 자동화 기기인 ‘레지로보’를 도입했다.

고객이 바코드 리더가 부착돼 있는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면서 구입할 상품의 바코드를 입력하는 방식이다. 물건을 다 고른 후 장바구니를 계산대에 올려놓으면 장바구니 밑의 뚜껑이 열리고 자동으로 포장된다. 로손은 2월부터 상품을 바구니에 넣기만 해도 자동 계산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혁신인가 위협인가’ 무인 마트의 두 얼굴
(사진)롯데백화점 분당점에서 고객이 스마트쇼퍼를 이용해 물건 바코드를 스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한국에서는 롯데백화점이 지난해 10월 경기 분당점에 도입한 ‘스마트 쇼퍼’가 대표적이다. 스마트쇼퍼를 이용하면 카트나 장바구니가 필요 없다.

TV 리모컨 크기의 단말기를 들고 다니면서 고객이 직접 사고 싶은 물건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된다. 쇼핑이 끝나고 결제 전용 키오스크에서 자신의 구입 내역을 결제하면 원하는 배송지로 배달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앞으로 정보통신의 기술의 발달로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 등의 디지털 혁명이 유통업계 생존과도 연결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해 ‘아마존 고’를 임원에게 직접 소개하면서 “글로벌 유통업계의 혁신을 주도하는 아마존을 적극적으로 배우라”고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화 기술은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했다. 2016년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이세돌 기사와 알파고의 대결에서 보았듯이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경이롭지만 한편으론 인간을 두렵게 한다.

◆70% 노동자,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속도와 그 전문성이 더 높아지면서 일자리 감소 논란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으로 2020년까지 세계 전체 일자리 가운데 510만 개가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중 한국도 심각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5년 한국 노동자의 70.6%인 1800만 명 정도가 인공지능으로 대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위험한 직종은 단순 노무직으로, 2025년까지 90.1%가 로봇으로 대체될 위험에 처한다.

김원준 건국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마트나 약국처럼 주문이나 문의 사항에 대한 솔루션이 명확한 유통산업은 인공지능에 의한 일자리 잠식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능력이 요구되는 영역에서 인공지능과의 효과적인 협업을 추구해야 한다며 해결책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시대 일자리 감소에 대비해 사회적인 정책과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미국 백악관 대통령실은 지난해 12월 20일 기술 변화에 따른 정부의 정책 방향을 담은 ‘인공지능, 자동화 그리고 경제(Artificial Intelligence, Automation, and the Economy)’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안전한 형태의 정책이 없으면 인공지능의 경제적 이익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지 않고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인공지능의 발전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맥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MGI)는 로봇의 사용 증가가 곧 대량 실업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MGI가 발표한 ‘자동화·고용·생산성’ 보고서는 2015년부터 2065년까지 자동화가 크게 확산되면 산업 생산성이 연 0.8~1.4%씩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마이클 추이는 “대량 실업을 걱정하기보다 대규모 인적자원 재배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