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기존 이사장 모두 경찰 출신…신임 인선 앞두고 이목 쏠려
신용선 이사장 임기 만료 앞두고 도로교통공단에 불거진 '경피아' 논란
(사진) 오는 5월 임기 만료를 앞둔 신용선 이사장.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최순실 게이트와 연루된 인사들이 각종 공공기관에도 낙하산으로 포진된 것이 드러나면서 비난 여론이 높아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기관 기관장 등의 인선을 보다 투명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그간 계속해 경찰 출신들이 이사장 등 주요 임원자리를 독식하며 ‘경피아(경찰+마피아)’ 논란이 일었던 도로교통공단(이하 교통공단)이 신임 이사장 등 임원 인선을 앞두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경찰청 산하의 유일한 준정부기관



교통공단은 교통안전을 위한 공적 기관으로 경찰청 산하에 있다. 경찰청 산하 유일한 준정부기관이다 보니 전직 고위 경찰 출신 인사들이 임원 자리를 독식하는 실정이다.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교통공단 이사장과 본부장을 포함한 상임이사는 총 5명인데 대부분이 전직 경찰 출신이다.



수장인 신용선 이사장은 부산지방경찰청장을 지내고 퇴임한 뒤 2014년 5월부터 3년 임기 이사장에 임명됐다. 현재까지 공단 이사장은 경찰 출신이 아닌 인사가 자리에 앉았던 사례는 없다.



본부장은 총 4명이다. 이 가운데 한 명은 사실상 별도 기구인 방송본부(TBN교통방송)의 임원으로, 본사에 3명의 본부장이 근무 중이다.



이들의 주요 경력을 살펴보면 두 명은 전직 경찰 관료 출신이다. 안전본부장에는 전남경찰청장 출신, 운전면허본부장은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 출신이 각각 자리에 앉아 있다.



교육본부장만 내부 출신이다. 지난 1월 내부 출신으로는 공단 설립 이후 처음으로 본부장 자리에 올라 이목을 끌었다. 별도 기구를 제외하면 본사에 상주하는 전체 임원 중 비경찰 출신은 1명 뿐이다.



비상임이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총 6명 가운데 4명이 경찰 출신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경영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시하는 역할인 감사마저 경찰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교통공단의 비상임 감사는 제주 서귀포경찰서장을 지낸 인물이다.



실제 퇴직한 경찰 고위 관료들 중에서는 교통공단 임원 자리에 오길 희망하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사 가능성이 높은 데다 보수도 좋기 때문이다.



교통공단 이사장은 연봉이 약 1억5500만원(성과급 포함)에 달한다. 본부장 역시 성과급을 포함한 연봉이 1억3000만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 구조 자체가 경찰 출신에 유리



교통공단 내부 상황에 정통한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공단 구조 자체가 경피아들이 득세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이사장을 포함한 교통공단의 모든 임원은 공개 채용을 통해 채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추천위원회가 깊숙하게 관여한다.

신용선 이사장 임기 만료 앞두고 도로교통공단에 불거진 '경피아' 논란
추천위는 접수된 지원서를 간추리는 역할을 하는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전언이
다. 추천위는 비상임이사 3명, 외부 위원 2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다.



과반인 비상임이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하지만 비상임이사 대부분이 경찰 출신인 만큼 임원 서류 전형에서부터 같은 경찰 출신들이 상대적으로 선호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물론 비상임이사의 선출 역시 추천위를 통해 이뤄진다.



가령 추천위 관문을 통과했다고 해도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이사장은 경찰청장이 최종 후보를 고른 뒤 대통령에게 제청한다.



상임이사는 이사장이 최종 임명권자다. 즉, 서류 전형을 통과하더라도 계속해 경찰 출신들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절차가 남아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문제는 과거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여러 번 지적돼 왔다. 교통공단의 임원 자리가 퇴직 경찰들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신용선 이사장이 임명된 해인 2014년 국감에서는 민간 분야 전문가 또는 교통공단 내부 출신도 가능하도록 인사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임원 추천위 구성의 개선도 요구했다.



당시 국회의 지적을 받아들여 교통공단도 시정 조치를 내놓았다. 향후 공정한 공모 절차를 거쳐 전문성과 업무 추진 능력을 갖춘 전문가가 추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신용선 이사장 임기 만료 앞두고 도로교통공단에 불거진 '경피아' 논란
(사진) 도로교통공단은 지난해 2월 강원도 원주 혁신도시 내 신청사로 이전을 완료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신 이사장의 임기가 오는 5월로 끝나 곧 후임 이사장이 정해질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앞서 추천위를 구성하는 비상임이사 2명도 이미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조만간 새로 선출될 예정이다.



또다시 퇴직 경찰 출신들이 임원 자리를 꿰찰 것이라는 시각이 짙지만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최근 내부 출신 인사가 최초로 상임이사 자리에 오른 사례가 나온 만큼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는 기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새롭게 내정되는 임원들이 또다시 경찰 출신만으로 채워진다면 교통공단의 경피아 논란이 재점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