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에서 공유로” 패러다임 변화… 자동차 기업까지 가세한 ‘카셰어링’ 서비스


[한경비즈니스=차완용 기자] 경제활동의 모든 것을 수요가 결정하는 ‘온디맨드(on demand)’ 시대. 자동차도 예외가 아니다. 현명한 소비를 원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자동차가 아닌 이동 거리를 사고(buy) 파는(sell) 시대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온디맨드 시대가 만들어 낸 ‘카셰어링’ 폭풍 성장
(사진) 스콧 기리피스(오른쪽 둘째) 집카(Zipcar) 회장 겸 CEO가 2011년 4월 나스닥 상장을 발표하며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당시 집카는 시가총액 12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차량을 소유한 개인과 차량이 필요한 개인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연결한 우버의 서비스는 온디맨드 경제의 혁신적인 모델로 꼽힌다.

이를 두고 일부 경제학자들은 “수요 공급의 법칙, 시장의 기능이 가장 충실히 구현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결정판”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우버의 사업 구조 자체는 ‘혁신’이라고 불릴 만큼 거창한 것이 아니다.

자동차를 가진 공급자와 자동차가 필요한 수요자를 연결해 줌으로써 ‘필요에 따라’, ‘시간에 따라’ 공급자는 정당한 비용을 받고 수요자는 비용을 지불하며 사용하게끔 만든 ‘카셰어링(차량 공유)’ 플랫폼이다.

다만 여기에 모바일 기술 및 정보기술(IT) 인프라를 지원함으로써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 주는 인프라 구축’과 ‘철저한 수요자 관점의 서비스’가 혁신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2015년 기준 58개국 300개 도시에서 운영될 정도로 시장에서의 성공을 이끌어 냈다.

우버의 성공 외에도 카셰어링 서비스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서비스도 단순 공유 외에 운행 중인 차량을 호출하는 ‘카헤일링’, 출퇴근 시간 등 특정 시간대에 함께 타는 카풀 개념인 ‘라이드 셰어링’ 등 다양한 서비스로 진화하며 관련 산업이 급성장 중이다.

글로벌 금융 기업 UBS에 따르면 공유 교통수단의 세계시장 규모는 2016년 기준 720억 달러에서 2020년까지 연평균 54%씩 성장해 3500억 달러 규모가 될 전망이다. 카셰어링 시장의 성장은 미국·유럽·일본·한국 등 세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함께 첨단 정보통신기술(스마트폰, RFID 카드 등)이 진화하며 급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과정 속에서 수많은 자생적 카셰어링(스타트업) 업체들이 성장하며 기업형 카셰어링 업체로 거듭나기도 했다.
온디맨드 시대가 만들어 낸 ‘카셰어링’ 폭풍 성장
◆ 전 세계에 부는 ‘카셰어링’ 열풍

잘 알려진 우버 외에 미국의 ‘집카’가 대표적인 성공 기업이다. 2000년 세 아이의 엄마인 로빈 체이스가 아이의 유치원에서 만난 학부모와 아이디어를 나눈 뒤 창업한 이 기업은 현재 세계 60여 개국 1000여 개 도시에서 운영 중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시티카셰어’도 빼놓을 수 없다. 비영리 업체인 이곳은 약 4만 명 정도의 회원을 대상으로 차량 임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 ‘릴레이라이드’, ‘민트’, ‘허츠’ 등의 카셰어링 서비스들이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유럽에서는 개인 기업뿐만 아니라 조합, 민·관 합동 등 다양한 형태의 기관이 다양한 형태의 카셰어링 사업에 참여하며 시장을 이끌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오토리브’와 ‘볼로레’라는 회사가 공동투자한 카셰어링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요금은 다소 비싸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전기차로만 운영되는 것이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으며 가입자가 늘고 있다. 2011년 10월 전기차 66대로 카셰어링을 시범 운영했고 2016년 약 4000대의 차량과 1000개의 거점을 확보했다.

‘버즈카’는 프랑스에서 회원 개인이 소유한 차량을 타 회원에게 빌려줄 수 있도록 중개하는 회사로 개인 공유 카셰어링 방식을 지원한다. 수수료로 차량 임대료의 약 15%를 차주에게 부과하며 매월 요금을 정산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온디맨드 시대가 만들어 낸 ‘카셰어링’ 폭풍 성장
◆ 카셰어링이 보여준 패러다임 변화

영국의 대표적 기업형 카셰어링 업체인 ‘시티카클럽’은 런던 등 14개 주요 도시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 스위스의 ‘모빌리티카셰어링’은 공공 교통과 연계된 카셰어링 서비스, 독일의 ‘스탯오토’는 철도와 연계된 카셰어링 서비스, 캐나다의 ‘모도’ 등 유럽 지역의 많은 카셰어링 서비스는 협동조합 형태의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일본도 카셰어링 산업이 활발하다. 주도하고 있는 기업은 주차장 사업을 진행 중인 ‘파크24’다. 파크24는 비싼 땅값과 대중교통 발달로 도로 거점형 카셰어링이 아닌 시설 거점형 카셰어링을 운영중이다.

시설 거점형 카셰어링은 공동주택 단지나 편의점, 지하철 역사 등 소수 거점을 설치하고 이곳에 카셰어링 차량을 배치해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파크24의 매출액은 본격적으로 카셰어링 사업에 진출한 2010년 12억7000만 달러였지만 6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 70억 달러를 넘겼다.

한국은 2011년 10월 카셰어링 서비스가 나온 이후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 5년간 국내 카셰어링 1, 2위인 쏘카와 그린카 회원이 1만6000명에서 440만 명, 차량 대수도 400대에서 1만2000대로 폭증했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던 서비스도 이제 전국에 5000곳이 넘는 차고지를 갖출 만큼 촘촘해졌다. 매출액도 크게 증가해 2012년 양사 합계 37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015년 668억원으로 180배 정도 늘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카셰어링 서비스의 성장에 자동차 생산 기업들은 긴장하고 있다. 차량 한 대를 수백~수천 명이 나눠 쓰기 때문에 판매가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스턴컨설팅그룹은 2021년 카셰어링에 의한 세계 자동차 기업의 판매 손실이 연간 55만 대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른 손실 규모만 74억 유로(약 9조1498억원)에 달한다.

자동차 생산 기업이 긴장하는 이유는 또 있다. 카셰어링 서비스의 성장이 곧 합리적 소비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제 필요에 의해서만 차를 사고 꼭 차를 이용해 이동해야 할 때에만 차량을 이용한다.

이는 다시 말해 보유하고 있는 차량의 사용이 줄고 있다는 것을 뜻하고 이는 또 차량의 수명이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온디맨드 시대가 만들어 낸 ‘카셰어링’ 폭풍 성장
◆ 어쩔 수 없이 동거 택한 자동차 기업들

이러한 현상은 각종 조사 통계자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국 시장 예측 전문 회사인 ‘RL폴크’가 2013년 미국 내 자동차 소유자들의 평균 자동차 보유 기간을 집계한 결과 11.4년으로 나타났다. 2010년의 10.8년보다 6개월 늘어났다. 2015년 IHS가 같은 조사를 했을 때 평균 보유 기간은 11.5년으로 또다시 늘어났다.

반면 보유 기간이 늘었어도 평균 주행거리는 오히려 짧아졌다. 미국 공익연구그룹(PIRG)이 2009년 미국 내 젊은 세대(16~34세)의 자동차 운행 거리의 통계를 내본 결과 2001년보다 23% 줄었다고 발표했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2013년 교통안전공단이 발표한 국내 자동차 주행거리는 하루 평균 43.6km로 2002년 대비 28.8% 줄었다. 특히 자가용은 같은 기간 36.3% 감소했다.

해당 기간에 자동차 등록 대수는 500만 대 증가했지만 주행거리는 짧아졌다는 얘기다.
차량의 보유 기간도 늘어났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자동차 보유 기간은 2000년 5.4년에서 2013년 7.2년으로 증가했다.

자동차 생산 기업들에는 심각한 문제다. 자동차 보유 기간의 증가와 주행거리의 축소는 판매 정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동차 생산 기업들은 카셰어링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자사의 차량을 많이 이용하게 만들어 차량의 교체 주기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자사의 차량을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이용하게 만들어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마케팅적 계산도 깔려 있다.

실제로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카셰어링 서비스 시장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장 활발한 곳은 디젤게이트로 곤욕을 치른 폭스바겐이다.

이 회사는 최근 독일 베를린 본사에서 브랜드 ‘모이아’를 론칭하고 본격적인 카셰어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5월 3억 달러를 투자해 인수한 차량 공유 업체 ‘게트’를 활용해 서비스를 전개할 방침이다. 현재 50명 정도의 인원에서 연내 200명으로 증원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 국내 기업도 신개념 서비스로 승부

2000년대 후반부터 일찌감치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해 온 메르세데스-벤츠와 BMW도 한층 강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우선 메르세데스-벤츠는 2008년부터 카셰어링 업체 ‘카투고’와 손잡고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해 왔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자사의 차량 소유주가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량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크루브’를 따로 만들었다.

BMW도 기존 카셰어링 서비스 드라이브나우에서 업그레이드된 버전인 ‘리치나우’를 선보였다. 리치나우는 기존 카셰어링 서비스만 지원하던 것에서 탁송 등 서비스를 확대했다.

아우디와 제너럴모터스(GM)도 카셰어링 사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우디는 샌프란시스코와 마이애미 고급 주택에서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카셰어링 서비스 ‘아우디앳홈’을 2015년 말 론칭하고 운영 중이다.

GM은 지난해 초 카셰어링 서비스 업체 ‘리프트’에 5억 달러를 투자했고 카셰어링 서비스 ‘메이븐’을 미국에서 론칭했다. 메이븐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시간 단위 렌털, 카셰어링, P2P 등을 포괄하는 서비스다.

푸조·시트로엥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PSA그룹도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브랜드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고 조만간 카셰어링 서비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한국의 대표적 자동차 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도 최근 들어 카셰어링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만 후발 주자인 만큼 단순히 차량을 공유하는 개념에서 벗어나 입주민 전용 카셰어링, 전기차 무료 카셰어링 등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신개념 카셰어링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부터 미국 전기차 차량 공유 서비스 스타트업 ‘웨이브카’와 손잡고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무료 카셰어링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많은 사람이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 출발 후 2시간 동안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2시간을 초과해 사용하면 시간당 5.99달러의 사용료를 내도록 했다. 현재 파일럿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고 고객 반응에 따라 확대할 계획이다.

기아차도 지난해 건설사와 손잡고 2019년 1월 완공되는 아파트 단지에서 선보일 카셰어링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쏘울 전기차, 카니발, 니로 하이브리드 등을 활용한 입주민 전용 카셰어링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정비와 세차 등의 서비스도 지원할 계획이다.

한국GM은 올해 상반기 중 출시 예정인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볼트를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그린카에 공급하는 등 발 빠른 카셰어링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cw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