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고정관념 깨고 전동카트 도입…콜드브루·끼리 연타석 히트
콜드브루·끼리…한국야쿠르트 ‘돌풍’ 이어간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한국야쿠르트가 제2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른바 ‘야쿠르트 아줌마’의 방문판매 경쟁력 강화와 신선식품 시장 진출을 위한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2014년 12월부터 현재까지 총 6800여 대의 전동 카트를 보급했다. 사업에 들어간 비용만 1000억원이 넘는다.

수년간의 투자는 결실로 이어졌다. 전동 카트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월평균 매출을 끌어올렸다. 지난해부터 한국야쿠르트가 선보인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이하 콜드브루)’ 커피와 ‘끼리’ 치즈 등 신선 제품의 히트를 견인하기도 했다.

◆‘스마트 방판’과 스킨십 마케팅의 조화

한국에 야쿠르트 아줌마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71년 8월이다. 당시 서울 종로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한 야쿠르트 아줌마는 47명에 불과했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이후 1975년 1000명, 1983년 5000명, 1998년 1만 명을 넘어서는 등 급속히 증가해 현재는 약 1만3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야쿠르트 고객은 지난 46년간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고를 수 있었다. 평소 고객이 궁금해 하던 제품 정보와 건강 정보를 제공한 것도 야쿠르트 아줌마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위력은 TV 리모컨이나 스마트폰으로 원하는 제품을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는 현재까지도 이어진다.

야쿠르트 아줌마들은 ‘방문판매 마케팅은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이라는 유통업계의 고정관념마저 뒤바꿔 놓았다. 한국야쿠르트의 꾸준한 투자가 뒷받침됐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야쿠르트는 방문판매의 진화를 위해 기존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는 작업부터 시작했다. 야쿠르트 아줌마의 상징인 노란색 유니폼을 과감하게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야쿠르트 하면 노란색, 노란색 하면 야쿠르트 아줌마가 떠오르던 상황에서 내부 의사결정 과정조차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한국야쿠르트는 고객에게 보다 신선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이미지를 젊고 활동적으로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2014년 유니폼을 바꿨다.
콜드브루·끼리…한국야쿠르트 ‘돌풍’ 이어간다
(사진) 한국야쿠르트의 전동 카트. /한국야쿠르트 제공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이동·판매 수단인 카트에도 투자했다. 방문판매 경쟁력 강화와 신선식품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이었다. 대당 800만원이나 하는 전동 카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지만 한국야쿠르트는 전동 카트 보급을 회사의 성장 동력으로 여겼다. 2014년 12월부터 야쿠르트 아줌마에게 제공한 전동 카트는 현재 6800대에 달한다.

‘세계 최초의 달리는 냉장 카트’를 타고 골목길을 누비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진화된 모습은 많은 이의 눈길을 끌었다.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야쿠르트 아줌마의 전동 카트가 한국의 발효유 문화를 바꾸고 있다’는 내용으로 대서특필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로봇을 타고 배달하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미래 모습을 그린 카툰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엄마처럼 푸근한 이미지의 야쿠르트 아줌마의 모습을 ‘미래 전사’로 탈바꿈시킨 카툰은 순식간에 1000여 개가 넘는 트위터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인기를 끌었다.

전동 카트에는 냉장고, 배터리 업체 등 300곳 이상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포함돼 대표적인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전동 카트에 24시간 냉장 시스템을 탑재했다. 외부에서도 온도 확인이 가능해 더욱 철저한 냉장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220L 용량의 냉장고에는 ‘야쿠르트(65mL)’가 2000개 이상 들어간다.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150mL)’은 1000개까지 담을 수 있다.

제품 보관과 운반이 보다 편리해지면서 야쿠르트 아줌마의 매출도 증가했다. 전국 야쿠르트 아줌마의 월평균 매출은 700만원으로, 전동 카트 도입 전보다 평균 20% 정도 늘었다.

강서지점에서 근무하는 야쿠르트 아줌마 정옥순 씨는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놓치지 않고 제때 전달할 수 있는데다 시간적 여유까지 생겨 고객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월매출이 150만원 정도 늘었다”고 전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회사의 경쟁력인 방문판매 서비스를 스마트하고 전문적으로 바꾸기 위해 전동 카트에 들어간 예산만 1000억원 이상”이라며 “지난해부터 전동 카트에 어울리는 신제품을 탑재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올해 전동 카트를 1만 대로 늘릴 계획이다.

◆콜드브루 등 취향 저격 제품 매출 쑥쑥

한국야쿠르트는 기존 방문판매의 장점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하며 젊은 층과의 접점을 확대해 왔다. 지난해 야쿠르트 아줌마 찾기 열풍을 일으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 대표적이다.

소비자는 모바일 앱을 통해 야쿠르트 아줌마를 만나고 제품을 구입하는 행위를 일종의 놀이로 받아들였다.

지난해 한국야쿠르트 모바일 앱 다운로드 수는 전년 대비 6배가 넘는 8만여 건을 기록하며 누적 다운로드 13만 건을 돌파했다. 온라인 매출도 늘었다. 지난해 모바일 앱을 포함한 온라인 주문액은 전년(17억원) 대비 137% 증가한 41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야쿠르트 모바일 앱이 인기를 끈 데에는 콜드브루와 끼리, ‘얼려먹는 야쿠르트’ 등 이른바 ‘SNS 삼총사’의 공이 컸다.

소비자는 이들 제품을 모바일 앱을 통해 구입한 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이른바 ‘득템 샷’으로 올렸다. 그 덕분에 SNS 삼총사는 젊은 직장인은 물론 주부·중고등학생에게까지 입소문을 타며 꼭 먹어봐야 할 한국야쿠르트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야쿠르트는 특히 지난해 냉장 보관이 필요한 신선 제품과 기발한 아이디어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소비자의 지갑을 공략했다.
콜드브루·끼리…한국야쿠르트 ‘돌풍’ 이어간다
(사진) 콜드브루 바이 바빈스키. /한국야쿠르트 제공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3월 추출과 유통 과정이 까다로워 대량생산이 어렵던 콜드브루 커피를 본격 선보였다. 콜드브루 방식의 커피는 뜨거운 물로 우려낸 커피보다 깔끔하고 청량감이 돋보이는 게 특징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제품에 2015년 미국 바리스타 챔피언십 우승자인 찰스 바빈스키의 레시피를 담았다. 1년 이내 프리미엄 햇 원두를 매일 로스팅한 뒤 상온에서 원액을 추출했다. 콜드브루 제품 표면에 원두 로스팅 일자가 표기된 파란색 스티커를 부착해 소비자가 커피의 신선함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콜드브루는 디자인에서도 기존 RTD(ready to drink : 바로 마실 수 있는 음료) 제품과 달리 개폐가 편리한 텀블러형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었다.

콜드브루는 지난해 말까지 약 3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9개월간 약 1500만 개가 팔려나갔다. 콜드브루 출시 이후 소셜 미디어에서 야쿠르트 아줌마에 대한 언급이 전년 대비 222% 증가하기도 했다.

야쿠르트를 거꾸로 만든 역발상 제품인 ‘얼려먹는 야쿠르트’도 인기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해 4월 야쿠르트를 얼려 먹었던 옛 추억을 되살려 이 제품을 출시했다.

얼려먹는 야쿠르트는 어른들의 추억을 자극한 것은 물론 어린이에게도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며 주목받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관련 소식이 퍼지면서 품귀 현상을 빚기도 했다. ‘온 가족이 즐기는 사계절 건강 간식’으로 통하며 지난해 18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콜드브루·끼리…한국야쿠르트 ‘돌풍’ 이어간다
(사진) 인디언구스베리 비타C. /한국야쿠르트 제공

한국야쿠르트가 지난해 7월 출시한 유산균이 묻어 있는 젤리 제품도 꾸준히 성장 중이다. ‘인디언구스베리 비타C’는 비타민C가 풍부한 인디언구스베리를 사용해 비타민C 1일 권장량(100mg)을 100% 충족한다.

인디언구스베리는 레몬의 8배, 토마토의 45배에 달하는 비타민C를 함유하고 있다. 제품 표면에 유산균 분말이 묻어 있을 뿐만 아니라 젤리 모양을 야쿠르트 병으로 형상화해 유산균을 확인하고 섭취할 수 있는 재미까지 더했다.

◆다른 식품업체와 협업 모델도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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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끼리 치즈. /한국야쿠르트 제공

한국야쿠르트는 방판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식품업체와의 이색 협업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2월 프랑스 기업 ‘벨’과 손잡고 선보인 ‘끼리’ 치즈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국민 치즈’로도 불리는 끼리는 냉장 유통을 통해 국내에 수입된 후 야쿠르트 아줌마를 통해서만 판매된다. 한정된 물량으로 SNS를 통해 야쿠르트 아줌마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등장하거나 제품 구매를 자랑하는 ‘끼리 득템 샷’이라는 신조어를 낳기도 했다.

‘끼리 크림치즈포션’은 6개로 포장된 순수 치즈 제품으로 아이들 간식은 물론 와인 안주로도 제격이다. ‘끼리 딥앤크런치’는 스틱 과자를 치즈에 곁들여 먹는 제품으로 어린이와 중고등학생이 특히 선호하는 제품이다.

끼리 치즈는 지난해 250만 개가 팔리며 120억원의 누적 매출을 기록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2월 오리온과 손잡고 콜드브루에 곁들일 수 있는 디저트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마켓오 디저트 ‘생브라우니’와 ‘생크림치즈롤’은 유통기한이 8~10일 정도로 짧아 냉장 보관이 필요한 프리미엄 디저트다. 제품 기획 및 생산은 오리온에서 담당하며 판매는 한국야쿠르트가 맡는 구조다. 양 사가 가진 제조 기술력과 방판 채널의 강점을 살려 협력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지난해 출시한 제품들이 소비자의 자발적 관심 속에 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올해에도 젊은 소비자 사이에 화제가 될 만한 제품을 개발해 매출 증가와 기업 이미지 개선 효과를 동시에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콜드브루·끼리…한국야쿠르트 ‘돌풍’ 이어간다
(그래픽) 송영 기자

한국야쿠르트는 과채 시장에서도 강세다. ‘하루야채’는 국내 최초 냉장 유통 야채 주스 브랜드로, 2005년 첫선을 보였다.

‘하루야채 오리지널’은 당근·토마토·레드비트 등 100% 유기농 채소를 한 병에 담아 채소 섭취가 부족한 현대인에게 사랑받고 있다. 하루 평균 20만 개 정도 꾸준히 팔린다. 지난해 7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하루야채를 활용한 ‘하루야채 마스크팩’을 선보이기도 했다. 정제수 없이 자연 원물인 과일과 채소 추출물을 87% 첨가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했다. 100% 목화씨에서 추출한 고급 큐프라시트 원단을 사용해 피부 자극도 최소화했다.

한국야쿠르트는 마스크 팩 출시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야쿠르트 아줌마 및 고객을 대상으로 체험 활동과 샘플링을 전개, 다양한 의견을 제품에 반영했다.

한편 한국야쿠르트는 올해 제2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매출은 2013년 9924억원을 기록한 이후 2년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은 기존 역성장세에서 성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며 “방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불경기에도 투자를 확대한 전략이 서서히 성과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경구 한국야쿠르트 영업이사는 “방문판매는 일대일 대면을 통해 고객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는 등 불황에도 효과적인 판매 방식”이라며 “스킨십 마케팅이 IT와 만나 젊은 층이 열광하는 채널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꾸준한 투자를 통해 고객 접점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