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111호 (2017년 03월 15일)

‘기업농 vs 중소농가’…식탁 위 ‘삼겹살’의 속사정

[스페셜 리포트]
선진·팜스코·이지바이오·사조 등 양돈 계열화 확산에 중소형 농가 ‘신음’


(사진) 대한한돈협회가 주최한 ‘아름다운 돼지농당 돼지사진 콘테스트 2010’ 입선작인 최소옥 씨의 ‘가족 나들이’. /대한한돈협회

[한경비즈니스 = 정채희 기자] “골목상권 빵집 논란과 다를 바 없어요. 이러다 3년 후에는 전부 잠식되고 말 거예요.”

양돈(돼지 사육) 농가가 밀려드는 기업자본에 신음하고 있다. 기업의 가축 생산(사육) 부문 진출로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한 기업에 일임하는 ‘축산 계열화’가 양돈 산업에까지 확산되면서 농민과 농촌의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차산업의 근간인 생산 부문을 농가 고유의 몫으로 남겨 달라는 양돈 농가와 브랜드육의 생산을 통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규모화는 필연이라는 기업 간 시각차를 조명했다.

'기업농' 중심 재편…양돈계열화 확산
 
국내 양돈업계가 ‘기업농’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축산 관련 기업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생산에 뛰어들면서 대기업 중심의 양돈 계열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양돈 계열화는 돼지의 사육, 축산물의 생산·도축·가공·유통 기능의 전부 또는 일부를 통합 경영하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돼지의 생산부터 판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모회사가 담당하는 구조다.



가축별로 보면 닭을 사육하는 육계 부문은 2013년 이미 91%에 달하는 계열화를 이뤘을 정도로 기업의 계열화 경영이 보편화됐다. 반면 생산까지 40여 일이 걸리는 닭과 달리 5개월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는 양돈 부문의 계열화 비율은 2013년 기준 22%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소규모 가족농 단위의 경영 형태는 시장 경쟁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양돈업계의 계열화·규모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가축 동향 조사에 따르면 농가 수는 2010년 7347호에서 2016년(2분기 기준) 4666호로 절반 정도 줄었다. 반면 사육 두수는 같은 기간 988만 두에서 1034만 두로 늘었다. 가구당 평균 사육 두수 또한 135만 두에서 222만 두로 늘어 대규모 돼지 사육 농가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도 ‘축산물 브랜드 육성 발전 대책’을 시행하며 올해까지 우수 브랜드 경영체를 중심으로 축산 구조를 개편할 계획이다. 규모화에 따른 기술·경영 혁신으로 농축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생산성과 가경 경쟁력을 높여 소비자의 사회적 후생을 증가시킨다는 목표가 담겨 있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양돈 계열화 비율이 50%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33%’ 4대 기업 중심 재편

양돈 계열화의 중심에는 하림·이지바이오·사조가 있다. 양돈업계에서는 하림의 계열사인 선진과 팜스코·이지바이오·사조 등 거대 양돈 관련 기업 4곳의 시장점유율이 최소 20%에서 최대 33%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병규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아무리 못해도 20% 정도는 차지하고 있다”며 “기업 지원을 받는 계열 농장까지 더하면 최대 33%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돈업의 특성상 중소 업체가 난립해 정확한 수치를 집계하기 어렵다. 현재 기업자본의 양돈 사육에 대한 구체적인 현황은 2013년 7월 멈춰 있는 상황이다. 당시 대한한돈협회가 협회의 지부 조사 등을 통해 추정한 바에 따르면 선진·팜스코·이지바이오·사조 등 4개 기업의 비율은 약 7%였다.

업계에선 이러한 대기업 중심의 양돈 계열화 비율이 앞으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하림·사조·이지바이오 등 양돈 관련 주요 기업들은 양돈 농장 인수를 통해 계열화를 확대하며 세를 불리고 있다.

이들은 미래 지속 가능한 축산업을 구축하기 위해선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이 필수 과제라고 보고 양돈 계열화 작업에 한창이다.  

기업별로 보면 하림그룹이 두드러진다. ‘축산업계의 삼성’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하림은 양돈 사업에서만 팜스코와 선진 등 총 2곳의 상장사를 거느리고 있다. 2007년 선진을 편입한 이후 팜스코를 계열로 들이면서 양돈 수직 계열화를 통한 장기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증권가에선 과거 하림그룹이 수직 계열화 사업을 기반으로 육계 시장을 장악했듯이 팜스코와 선진을 통해 양돈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육 기간과 비용 측면에서 닭보다 돼지의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시장 내 입지를 다진 이들 기업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육계 시장에서 ‘마니커’로 유명한 이지바이오그룹은 자회사인 농업회사법인 우리손에프앤지를 지난해 7월 28일 코스닥에 상장하며 기반을 공고히 했다. 업계에선 증시 상장으로 획득한 공모 자금이 양돈 농장 추가 인수 자금에 사용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사조그룹 또한 충남 지역 농장 인수 등으로 지난해 7월 말 기준 6개 농장의 모돈(새끼를 낳는 목적으로 사육되는 어미 돼지) 1만 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료 업체인 동아원을 인수하는 등 규모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한돈협회 관계자는 “기업의 농장 인수 소식은 전국 지부를 통해 수소문해 듣고 있을 뿐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다”며 “일반 농장에 기업이 수십억원을 지원해 가축을 생산하는 방식의 편법 운영도 많아 거대 기업의 수직 계열화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작농·폐업농 증가해 농촌기반 붕괴할 것"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양돈 계열화 기업과 양돈 농가 간 불협화음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양돈 농가는 안정적 출하처를 확보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반면 대부분의 중소 양돈 농가는 기업의 무분별한 농가 인수가 시장구조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양돈 농가가 ‘소작농’으로 전락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열린 ‘기업자본의 축산업 사업 분야 진출’ 관련 토론회에서는 농축산업의 구조조정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의 사육 부문 진출이 축산 농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기업농 소속의 소작농이 증가하고 기업농의 기계 농업에 따른 농업 인력 감축으로 농토와 직업을 잃은 농민들의 사회문제가 대두될 것이란 지적이다. 그러면 고령의 축산업 영위 농민들이 농촌에서 재취업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아져 사회 기반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됐다.

충남에서 양돈 농가를 운영하는 농민 A 씨는 “현재 양돈 농가가 4600여 호인데 양돈 계열화 기업의 덩치가 확대되면 3년 내 500여 호로 축소될 것”이라며 “축산까지 무너지면 농촌의 황폐화는 시간문제”라고 호소했다.

국민의 식량 주권인 축산업의 공익적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업은 산업의 환경과 공익보다 이윤 추구를 우선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른 국가에 매각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병규 회장은 “대기업이 빵집에 진출해 골목상권 논란을 빚은 것과 똑같은 사례”라며 “기업이 주체가 되면 (인수된) 계열 농장들은 하청업체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시장을 장악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공급자 의도에 따라 가격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며 “지역 농민의 생계 수단을 빼앗아 이득을 취하는 것은 기업 윤리에 맞지 않는 돈벌이 장사”라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도 단순 경제 논리로만 이를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재성 충남대 동물자원과학부 교수는 “돼지 생산에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면 단기적으로는 기업농의 생산비 감소와 공급량 증가로 산지 단계에서 가격 하락이 발생해 소비자가격이 인하될 수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가족농의 퇴출과 기업 간 경쟁으로 산업구조가 독점적 경쟁 시장으로 개편되면서 산업의 효율성 저하는 물론 시장 지배력에 따른 소비자가격 인상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기업과 양돈 농가가 서로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업계에선 양돈 산업의 규모화·대형화가 이미 시대적 흐름이 된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반대보다 협동조합 형식의 수평 계열화의 방식을 바람직한 산업구조의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한국 지형에 맞는 ‘수평 계열화’해야"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한 기업 주도의 수직 계열화가 아닌 한국 지형에 맞는 생산자 중심의 수평 계열화를 확대하면 기업과 양돈 농가 간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직 계열화가 생산에서부터 가공·유통·소비에 이르는 수직적 흐름에서 각각의 단계를 연계하기 위한 경제행위를 의미한다면 수평 계열화는 각 단계별로 동종의 참여자들이 수평적으로 연계되는 것을 뜻한다. 도드람양돈농협과 부경양돈농협 등이 대표적인 협동조합 수평 계열화 사례다.

양돈 농가를 대표하는 대한한돈협회와 전국양돈조합장협의회는 협동조합 계열화 육성을 정부 차원에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양 협회의 발주를 받아 관련 연구를 진행한 한국농식품정보과학회는 “기업자본의 불공정 계약 등 독과점의 폐해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확립되기 전까지는 주식회사형 계열화 조직의 성장이 견제돼야 한다”며 “생산자(양돈 농가)가 중심이 돼 양돈업에 핵심 역랑을 키워 온 협동조합형 계열화 조직에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poof34@hankyung.com


당사의 허락 없이 본 글과 사진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입력일시 : 2017-03-15 10:13

가장 기대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서비스는 무엇입니까.
투표하기 결과보기

2017.05
통권1121
Business 통권1121호 이미지
일자리 창출, 해법은
지난호 보기정기구독신청
배너
콘텐츠 제작문의
시티스케이프 한경부동산
SK 텔레콤
skte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