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인사이드]
연구·개발 전문가 중심 조직 개편…신뢰 경영 행보에도 박차
한미약품, 글로벌 신약 개발에 총력
(사진)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신뢰 경영의 핵심은 결국 신약 개발입니다. 국민과 주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신약 개발이라는 점을 모두 명심해야 합니다.”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회장이 지난 3월 임원회의 중 한 말이다.

늑장 공시, 라이선스 계약 해지 등의 이슈로 큰 아픔을 겪은 한미약품이 신뢰 경영을 위해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올해 경영 방침인 ‘신뢰 경영’ 실현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혁신 신약 창출을 위한 공격적인 연구·개발(R&D) 기조도 이어 갈 예정이다.

◆30개 파이프라인으로 세계시장 공략

한미약품은 최근 한미약품연구센터를 책임졌던 신약 개발 전문가 권세창 부사장과 한미약품의 제제 연구 분야 및 경영관리 부문을 총괄했던 우종수 부사장을 공동대표 사장으로 선임했다.

한미약품은 또 미국 MD앤더슨암센터 교수인 김선진 박사를 R&D 본부장 및 최고의학책임자(CMO)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김 부사장은 글로벌 신약 임상 이행 연구 전문가로, 한미약품연구센터와 R&D본부를 책임진다.

한미약품의 이번 조직 개편은 두 공동대표의 각자 책임 경영을 기반으로 바이오 신약과 합성 신약, 복합 신약 분야를 망라하는 신약 개발 중심 제약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한미약품은 전문 역량을 통해 글로벌 제약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여러 혁신 신약 개발 과정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현재 30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을 확보해 개발 중이다. 이 중 12개 파이프라인은 8개 글로벌 제약 기업과 파트너십을 통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HM95573(프로젝트명)’은 지난해 여러 악재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스위스 기반의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인 제넨텍과 계약하며 다양한 암종의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 ‘HM95573’은 ‘B-RAF’ 변이 단백질은 물론 ‘RAS’ 변이 단백질의 신호 전달을 매개하는 ‘C-RAF’ 단백질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차세대 RAF 저해제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제약 기업 일라이릴리에 라이선싱된 자가면역질환 치료 신약 ‘HM71224’는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의약품 성분을 구분하기 위해 부여하는 공식 명칭인 INN (International Nonproprietary Name)에 ‘포셀티닙’으로 성분명 등재가 완료됐다. 포셀티닙은 지난해 3분기 글로벌 임상 2상이 시작됐다.

미국 제약 기업 스펙트럼에 라이선싱된 다중표적 항암 신약 ‘포지오티닙’은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 2상이 진행되고 있다.

항암 주사제를 경구용으로 바꾸는 ‘오라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을 적용한 ‘오락솔’과 ‘오라테칸’은 미국 제약 기업 아테넥스와 함께 각각 임상 3상,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프랑스 기반의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에 라이선싱된 GLP-1 계열 당뇨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올해 글로벌 임상 3상 개시를 목표 하고 있다.

얀센에 라이선싱된 당뇨·비만 신약 ‘HM12525A’ 역시 올해 내 임상 재개를 앞둔 상태다.
한미약품, 글로벌 신약 개발에 총력
(사진) 연구 중인 한미약품 소속 연구원.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은 다양한 질환 분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 기술(플랫폼)을 통해 파이프라인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한미약품은 단백질 의약품의 반감기를 획기적으로 늘려주는 ‘랩스커버리’ 플랫폼 기술을 당뇨·비만 영역 외에 희귀질환 치료 분야 등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초 공개한 ‘펜탐바디’ 플랫폼 기술은 북경한미약품에서 자체 개발한 이중 항체 기술이다. 이 플랫폼을 적용하면 면역 항암 치료와 표적 항암 치료가 동시에 가능하다.

펜탐바디는 면역세포를 암세포로 모이게 해 치료 효과를 선택적으로 높일 수 있다. 자연적인 면역글로불린G(IgG)와 유사한 구조적 특징을 갖춰 면역원성(면역에 사용되는 동물종의 면역 응답을 자극하는 항원의 강도) 및 안정성 등에서 우수한 이중항체 제작이 가능하다. 펜탐바디는 생산 효율이 높은 장점도 있다.

한미약품은 내년 말께 펜탐바디를 적용한 본격적인 임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권세창 한미약품 신임 사장은 “한미약품이 개발한 신약들이 차질 없이 개발, 상용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미공개 정보’ 관한 강도 높은 규정 마련

한미약품은 그동안 국민·주주들이 생소해 했던 제약 산업과 신약 개발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알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제약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 건강한 투자 문화를 형성한다는 취지다.

한미약품은 최근 회사 홈페이지에 ‘신약 개발 쉽게 알아보기’ 코너를 만들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팝업창이 바로 열려 방문자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코너에서는 라이선싱 이후 단계별 임상 성과에 따라 연동되는 기술료(마일스톤)와 중도 해지에 따른 계약 규모 변동 가능성 등을 자세히 담고 있다.

한미약품은 최근 변경된 공시 제도를 완벽히 적용하는 등 실무자들의 전문성을 육성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 변동되는 임상 상황 등에 대해 신속한 장전 공시를 진행하고 미공개 정보도 철저히 관리될 수 있도록 시스템 전반을 개혁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임직원 미공개 정보 활용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강도 높은 내부 규정(미공개 정보 관리 및 자사주 거래에 관한 규정)도 마련했다. 해당 규정은 미공개 중요 정보의 관리 및 유포 금지는 물론 임직원의 그룹 계열사 주식거래를 일정 기간 회사가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우종수 한미약품 사장은 “올해 경영 목표인 ‘신뢰 경영’을 바탕으로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글로벌 수준의 내부 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며 “한미약품의 신뢰 경영 행보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