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드럼과 통돌이 결합된 프리미엄 세탁기 ‘격돌’…다음은 ‘의류 건조기’ 차례
삼성 vs LG, 가전 1위 쟁탈전 “또 한판 붙자”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 시장에서 또 한 번 1위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격전을 벌이는 곳은 세탁기 부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신제품으로 프리미엄 세탁기 ‘플렉스워시’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통해 LG전자가 우세한 모습을 보이는 프리미엄 세탁기 부문을 따라잡는다는 전략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가 의류 건조기 시장에 발을 들이며 또 한판 붙었다. 양 사는 신제품 출시, 제품 관련 행사 날짜도 비슷하게 잡고 있다.

과연 소비자들은 어느 기업의 손을 들어줄까.

◆ ‘트윈워시’와 ‘플렉스워시’의 승부

지난해 북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전체 세탁기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보급형을 제외한 900달러 이상 프리미엄 세탁기 부문만 놓고 보면 LG전자가 10년째 1위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9일 프리미엄 세탁기 플렉스워시를 출시하며 2년 앞서 출시한 LG 트윈워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전자 플렉스워시가 성공하게 되면 프리미엄 시장에서도 1위를 거머쥘 수 있는 그림이다.

먼저 출시된 LG전자의 ‘트윈워시’는 상단에 드럼 세탁기를, 하단에 전자동 통돌이 세탁기를 배치해 결합했다.

소용량 빨래는 아래에서, 대용량 빨랫감은 위에서 돌릴 수 있고 동시 세탁도 가능하다. 속옷과 겉옷, 남성복과 여성복, 성인 옷과 유아 옷을 따로 구분한 다음 동시에 세탁할 수도 있다. 용량에 따라 세탁기를 사용할 수 있어 세제와 전기세도 아낄 수 있다.

기존 드럼세탁기 고객은 하단의 ‘미니워시’만 구입해 연결할 수 있는 확장성도 갖췄다. LG전자는 무거운 대용량의 빨래를 들어 올릴 때 허리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드럼세탁기를 위쪽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LG전자에 따르면 국내 드럼 세탁기 구매자 중 60%는 트윈워시 제품을 구매했고 미국에서는 20kg 이상의 대용량 세탁기 판매량 중 3분의 2가 트윈워시다.

삼성전자의 ‘플렉스워시’는 애벌 손빨래가 가능한 액티브워시 개발 과정에서 시작된 분리 세탁에 대한 고민을 해결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인 ‘CES 2017’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플렉스워시 광고 영상은 공개 1주일 만에 조회수 100만 건을 돌파하며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플렉스워시’는 상단에 전자동 세탁기인 ‘콤팩트워시’를, 하단에는 드럼세탁기 ‘애드워시’를 배치했다.

전자동 세탁기가 상부에 배치되면 전자동 세탁기만 가동했을 때 진동이 심해 구조가 불안정해지는 문제점을 기술력을 통해 극복했고 용량 또한 트윈워시보다 더 크게 출시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소비자 세탁 성향을 조사해 개발한 제품으로 소용량 빨래를 주로 하는 이들을 위해 상부에 ‘콤팩트워시’를 배치한 것이라고 밝혔다.

플렉스워시가 출시되자 온라인에서는 “전자동과 드럼이 위아래 위치만 바뀌었지 트윈워시와 다른 게 뭐냐”, “제품 베끼기 수준 아니냐”, “모방 제품이다” 등 두 제품이 너무나 닮았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한편에서는 “최근 하이브리드가 대세니 세탁기들도 비슷한 기술력으로 나온 것이다”, “전자동과 드럼을 하나로 묶은 세탁기는 고객 선호 트렌드를 반영한 것일 뿐”이라는 평도 나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LG 트윈워시는 미니워시를 따로 설치할 수 있는 조립형이고 삼성 플렉스워시는 일체형”이라고 설명했다.

LG와 삼성의 대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냉장고 부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LG전자가 2010년 출시한 냉장고 ‘매직스페이스’는 냉장고 내부의 이중 저장실 구조로 설계돼 냉장고 문을 전체 다 열 필요 없이 자주 먹는 반찬이나 음료를 손쉽게 꺼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3년 뒤 출시한 삼성전자의 ‘푸드쇼케이스’는 ‘매직스페이스’와 같은 개념인 이중 저장실 구조로 출시돼 논란을 빚었다.
삼성 vs LG, 가전 1위 쟁탈전 “또 한판 붙자”
(사진) 삼성전자는 2017년형 셰프컬렉션 패밀리허브 출시 기념 '익스피리언스 데이'를 개최하고 제품 사용성에 관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했다. 왼쪽부터 하루 작가, 최현주 작가, 허보리 작가다./삼성전자 제공

◆ 냉장고서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2012년에는 양 사의 냉장고 용량 문제로 소송까지 번진 사례도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자사의 냉장고 지펠 900리터가 LG전자 디오스 910리터보다 실제 용량이 더 크다는 유튜브 동영상을 올렸다가 가처분 소송에서 패한 바 있다. 이 사건은 손해배상 소송까지 번졌지만 다음해에 소송 취하로 일단락 지었다.

이후 삼성전자는 ‘셰프컬렉션’을 통해 사상 최초 1000리터 냉장고 시대를 열었고 용량 부문에서 LG에 한 발 앞섰다.

삼성전자는 올해 국내 의류 건조기 시장에 발을 들이며 부동의 1위를 지키던 LG전자와 맞붙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중에 팔리고 있는 전기식 건조기 10대 중 8~9대가 LG전자 제품인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뛰어들며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3월 13일 국내에 출시한 건조기는 저온 건조와 제습을 반복하는 히트 펌프(Heat-Pump) 기술을 적용했다. 기존 고온 열풍으로 건조하던 방식 대비 옷감 손상을 최소화하는 전기 건조기다.

보풀과 먼지를 2번 잡아주고 비우기 편한 ‘올인원 필터’를 탑재했고 양방향 도어, 이불 털기 코스, 물 수위 표시창 등 국내 소비자의 사용 환경을 고려한 다양한 편의 기능을 담았다.

박재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부사장은 “삼성 건조기는 건조기가 필수 가전인 미국·유럽 등 해외시장에서 기술력을 이미 인정받은 제품”이라며 “이번 제품 출시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국내에 도입해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건조기 시장은 2004년 처음 건조기를 출시한 이후 연간 판매 수준이 수천 대에 머무르다가 지난해 1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 올해는 30만~40만 대로 성장할 전망이다.

건조기는 그동안 해외 브랜드들이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분위기였고 LG전자가 지난해 전기식 트롬 건조기를 내놓으며 시장이 급속히 확대됐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건조기 출시 하루 전인 3월 12일 경남 창원시에 있는 자사 공장 사진을 공개하며 ‘주말에도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는 LG전자의 건조기 생산 라인’을 홍보하는 등 견제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조만간 국내 150만 대 수준인 드럼세탁기만큼 건조기가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건조기 판매량은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를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vs LG, 가전 1위 쟁탈전 “또 한판 붙자”
(사진)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이 15일(현지시간) 데이코의 신규 럭셔리 빌트인 라인업 공개 행사에서 '모더니스트 콜렉션'을 소개하고 있다./삼성전자 제공

◆ 글로벌에선 ‘럭셔리 프리미엄’ 전략 펼쳐

양 사는 북미 시장 공략에 대한 각오도 비슷하다. LG전자는 10년간 이어져 온 프리미엄 세탁기 1위 자리를 지키려고 하고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부문에서도 1위를 잡고 싶어 하는 모양새다.

LG전자는 지난 2월 28일 미국 테네시 주와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테네시 주 몽고메리카운티 클락스빌에 2019년까지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연간 100만 대 생산 규모의 세탁기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3일 뒤 삼성전자도 미국에 신규 가전 공장에 대한 투자 검토를 공식화했다.

또한 양 사는 최근 ‘따로 또 같이’ 럭셔리 프리미엄 전략으로 ‘빌트인’ 가전을 내놓고 미국과 유럽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뉴욕에서 3월 9일 지난해 9월 인수한 미국의 럭셔리 주방 가전 브랜드 데이코와 함께 신규 럭셔리 빌트인 라인업 ‘모더니스트 컬렉션’을 공개했다.

데이코 ‘모더니스트 컬렉션’은 △너비가 18인치부터 36인치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트루 빌트인 냉장고와 냉동고 △건강한 조리를 위한 스팀 기능이 있는 오븐과 쿡톱이 결합된 프로스타일 레인지 △불꽃의 세기를 가시적으로 표현한 ‘버추얼 플레임(가상 불꽃)’이 적용된 인덕션 쿡톱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오븐 요리가 가능한 스팀 기능의 더블 오븐 △구석구석 빈틈없이 세척하고 자동 문 열림으로 빠른 건조가 가능한 식기세척기 △쿡톱과 연동돼 조리 시작 시 자동적으로 켜지는 후드로 구성됐다.

기존 럭셔리 키친 가전의 스타일에 현대적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새롭게 재해석했다는 평가다.

데이코의 마케팅 담당 임원 데이비드 니콜스 씨는 “데이코의 럭셔리 빌트인 가전 50년 전통과 삼성전자의 혁신적인 디자인 및 기술력이 결합되며 완전히 새로운 혁신 제품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주방 가전의 혁신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소비자가전부문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은 “삼성과 데이코는 혁신을 통해 소비자에게 프리미엄 가치를 전달하는데 같은 철학을 공유하고 있고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모더니스트 컬렉션은 양 사의 차별화된 경쟁력이 시너지를 낸 첫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주방에 연결성과 첨단 기술, 프리미엄 디자인을 강화해 주방이 가족생활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vs LG, 가전 1위 쟁탈전 “또 한판 붙자”
(사진) LG전자는 미국 프리미엄 유통채널 '퍼시픽 세일즈'의 LA 매장에 초프리미엄 빌트인 브랜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의 체험관을 마련했다. /LG전자 제공

LG전자는 3월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내 토렌스와 얼바인에 있는 ‘퍼시픽 세일즈’ 매장 두 곳에 빌트인 가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체험관을 마련하고 초프리미엄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

‘퍼시픽 세일즈’는 미국 최대 가전제품 유통 업체인 ‘베스트바이’의 프리미엄 유통 채널로 모든 매장은 캘리포니아 주에 있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는 △686리터 얼음 정수기 냉장고 △110리터 전기오븐 △5구 전기레인지 △47리터 후드 전자레인지 △12인용 식기세척기 등으로 구성된 빌트인 주방 가전 풀 패키지다. △장인정신을 담은 디자인 △상식을 넘어선 혁신적 성능 △배려가 돋보이는 사용 편의성 △품격에 맞는 프리미엄 서비스 등을 앞세워 경쟁 업체들의 빌트인과 차별화된다는 평이다.

박영일 LG전자 부사장(H&A사업본부 키친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은 “고객들이 혁신적인 제품 리더십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미국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s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