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갤럭시 S8, 3대 바이오 인식 기술 모두 채용…3세대 기술 ‘홍채’ 급부상
‘온몸이 비밀번호’… 생체 인식 시대 본격 열렸다
(사진) 삼성전자 갤럭시 S8에 탑재된 홍채인식 기능이다./ 삼성전자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온몸이 비밀번호다. 인간의 기억에 의존하던 숫자·영문·특수기호 조합의 비밀번호에서 손가락 터치로 패턴을 그리더니 이젠 지문·얼굴·홍채·정맥 등 인간의 신체 자체가 비밀번호 역할을 하는 시대가 왔다.

비밀번호를 기억하느라 뇌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고 비밀번호 설정값을 잊어버렸을 때 찾아내느라 시간 낭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생체 인식 기술은 오래전부터 개발돼 왔지만 국내에선 2년 전부터 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핀테크(fintech) 서비스 열풍이 불며 보안 기술로 생체 인식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국내에 가장 대중화된 1세대 생체 보안 방식은 지문 인식(finger scan)이다.

지문 인식은 현재 가장 대중적인 생체 인식 방법 중 하나다. 피부의 표피 밑층인 진피에서 만들어진 지문은 진피 부분이 손상되지 않는 한 평생 변하지 않는 특성을 갖기 때문에 개개인을 인식하는 방법으로 오래전부터 보편적으로 사용돼 왔다.

단점은 지문이 노동으로 닳아 없어지거나 건조할 때, 땀이나 물 등 이물질이 묻으면 인식이 어렵고 위생상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문을 본떠 해킹할 수 있어 보안에 취약하고 불완전하다는 지적이 있다.

바이오 인식 기술의 2세대는 얼굴 인식(안면 인식), 3세대는 홍채 인식과 정맥 인식으로 구분한다. 3세대 기술이 보안성이 조금 더 뛰어나다는 평가다.

글로벌 기업들에서는 이미 생체 인식으로 직원들의 근태 관리를 하고 있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생체 인식 기술이 쓰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발맞춰 삼성전자는 최신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8·S8플러스(이하 S8)에 지문·얼굴·홍채 인식 등 생체 인식 기술을 탑재했다. 현재 상용화된 세 가지 생체 인식 기술을 모두 제공하는 스마트폰은 S8이 최초다.
‘온몸이 비밀번호’… 생체 인식 시대 본격 열렸다
◆홍채인식, ‘보안성 유지’가 핵심 기술

S8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술은 홍채 인식 기능이다. 홍채 인식은 갤럭시 노트7에 탑재됐던 기술이지만 단종 사태로 빛을 보지 못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인 고동진 사장은 S8은 홍채 인식 시스템을 한층 강화했다고 밝혔다.

홍채 인식은 사용자가 스마트폰 전면을 바라보며 홍채로 사용자 인증을 하는 방식이다. 보안성이 뛰어나고 손을 대지 않는 비접촉 방식이라 다양한 상황에서 편의성이 높다는 평이다.

S8의 상단에는 홍채 인식을 위한 전용 카메라와 적외선 발광다이오드(IR LED)가 장착됐다. IR LED에서 나오는 적색 근적외선을 광원으로 활용해 홍채 인식 전용 카메라로 눈을 촬영한다. 일반 카메라와는 다른 방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반 카메라는 주변 환경이나 홍채 색상에 따라 인식 정보가 달라질 수 있다”며 “홍채 전용 카메라는 이런 영향을 받지 않도록 렌즈 구조나 색상 필터를 다르게 설계했다”고 말했다.

S8의 홍채 인식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사용자의 홍채를 여러 번 촬영해 스마트폰에 저장해 놓아야 한다. 홍채 정보는 하나만 등록할 수 있다.

S8은 사용자의 눈을 촬영해 홍채·눈꺼풀·동공을 구분하고 그중 홍채 영역만 찾아내 디지털 정보로 바뀐 뒤 암호화 절차를 거쳐 트러스트존(trust zone)에 저장한다. 이후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 등록된 홍채 정보와 비교해 인증 또는 거절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더욱 강력한 보안을 위해 자체 모바일 보안 플랫폼인 삼성 녹스(Knox)를 결합했다. 홍채 정보등록부터 인증까지 모든 과정은 녹스를 통해 보호된다.

홍채 인식은 스마트폰 내 보안 폴더에 활용되기도 하고 간편 로그인을 지원하는 삼성 패스에도 쓰인다. 삼성 인터넷 브라우저에서 ID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대신 홍채 인식으로도 웹 사이트에 로그인된다.
‘온몸이 비밀번호’… 생체 인식 시대 본격 열렸다
3세대 홍채 인식(iris scan)은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을 가진 안구의 홍채 패턴을 이용한 것이다. 데이터의 정확성 및 안정성, 사용 편리성, 처리 속도 면에서 지문 또는 망막 인식에 비해 가장 진일보한 보안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각막과 수정체 사이에 자리하고 있는 홍채는 인체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섬유조직으로 구성됐다. 홍채는 생후 약 18개월이 지나면 고유한 패턴이 형성돼 평생 변하지 않는다. 동일한 홍채를 가진 사람은 약 20억 명 중 하나꼴이라고 알려졌다.

일란성 쌍둥이도 각각 다르고 오른쪽과 왼쪽의 홍채 무늬도 다르다. 전 세계에서 3명 정도가 자신과 같은 홍채를 가지고 있을 확률이 있지만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보안상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홍채 인식은 홍채의 주름을 주파수로 바꾸는 과정을 통해 2초 내에 신분을 판별할 수 있다.

살아있는 사람의 홍채는 미세한 떨림이 있기 때문에 도용이 거의 불가능하다. 8~25cm 정도 떨어진 상태에서 자동 초점 조절 카메라로 홍채 패턴을 인식하는 비접촉 방식이기 때문에 사용 시 거부감이 없다는 장점도 가진다.

바이오 인증 기술은 보편성·영속성·유일성·획득성을 가져야 한다. 누구나 갖고 있는 특성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보편성이 필요하고 변하지 않고 변경이 불가능한 영속성을 가져야 한다.

또한 각 개인을 구별할 수 있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는 유일성이 필요하고 센서에 의한 획득과 정량화가 쉬워야 한다. 이 같은 조건과 가장 잘 맞는 것은 지문도 얼굴 인식도 아닌 홍채 인식이다.
‘온몸이 비밀번호’… 생체 인식 시대 본격 열렸다
(사진) 삼성전자 갤럭시S8에 탑재된 얼굴인식 기능이다./삼성전자 제공

◆ 인공지능 통해 인식률 높여

얼굴 인식 시스템은 삼성전자 휴대전화에 처음 탑재된 기술이다. 스마트폰에 사용자의 얼굴을 여러 번 촬영해 놓으면 이를 인식해 잠금을 해제하는 방식이다.

2세대로 불리는 얼굴 인식(face scan)은 수십 년 전 등장했지만 인식률이 낮고 보안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얼굴 인식은 얼굴의 형태를 3차원으로 파악하는 것과 얼굴의 열 분포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얼굴을 바짝 갖다 대지 않아도 돼 거부감이 적은 게 장점이다. 하지만 얼굴 각도나 수염, 표정의 변화, 조명에 따라 인식률의 편차가 큰 것이 문제였다.

초기에는 얼굴의 색이 다른 사람, 일란성 쌍둥이, 닮은꼴 형제도 구분하지 못했다. 이후 기술의 진화로 더 복잡한 얼굴 인증 기술이 개발돼 얼굴 전체의 윤곽과 눈·코·입의 위치 정보와 해당 특징을 먼저 파악해 얼굴을 인증하고 판단하는 시스템이 도입됐다.

또 얼굴의 윤곽만 추출해 변환한 후 선의 밀집도 등으로 다른 얼굴 특징 요소를 선정함으로써 영상에 추출된 얼굴과 기존 시스템에 등록돼 있는 사용자 얼굴을 비교해 얼굴을 인식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하지만 문제는 도용이나 위조 가능성이다. 얼굴 인식은 사용자의 사진이나 동영상을 도용해도 인식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또 인식 속도는 빠르지만 보안성이 가장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유튜브에서는 동일한 사진으로 S8의 얼굴 인식 잠금이 해제되는 동영상이 올라와 보안 관련 취약점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얼굴 인식은 보안 수준이 낮은 솔루션으로 사용자의 화면 잠금을 해제하기 위해 편의성을 높인 기능이라고 보면 된다”며 “실제 체험존에서 사용해 본 이들은 패턴 해제 방식보다 훨씬 사용이 편리하다는 체험 후기를 내놓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금융 결제나 보안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지문 인식이나 홍채 인식을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며 “얼굴 인식 기능에 딥러닝을 접목해 정확도와 보안성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수히 많은 이미지를 대상으로 어떤 데이터인지 파악하는 학습을 반복해 이미지에 따라 특정 값을 도출하는 방식인 딥러닝 기술은 사용자 자신이 아닌 타인의 얼굴은 다른 값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인증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정확도도 더욱 높아진다.
‘온몸이 비밀번호’… 생체 인식 시대 본격 열렸다
(사진)장석진 이리언스 부사장은 앞으로 홍채인식 시장이 커질 것을 예고했다./이리언스 제공

◆ “위조 불가능한 ‘홍채 인식’ 시장 커질 것”
“결국 미래의 보안 방식은 바이오 인증 방식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지금은 생체 인식 기술이 보급되고 대중화되는 과도기 단계죠. 현재는 생체 인식 등 물리적 보안과 비밀번호나 패턴 인식 등 논리적 보안이 혼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지문·안면·홍채 인식의 시장 점유 경쟁이 예상됩니다.”

장석진 이리언스 부사장은 “생체 인식 기술 중 보안에 가장 뛰어난 홍채 인식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리언스는 2010년 설립된 바이오 인증 전문 기업이다.

장 부사장에 따르면 지문 인식과 안면 인식은 위조 사례가 있지만 홍채 인식은 현재까지 위조 사례를 찾기 힘들다. 홍채 인식은 움직이지 않는 사진을 생명체로 인식하지 않아 인증이 불가능하다는 것.

“동영상으로 사람의 눈동자를 촬영한 뒤 홍채 인식 센서에 갖다 대는 실험을 해 봤지만 인증되지 않았습니다. 안면 인식은 적색·녹색·청색을 혼합해 원하는 색을 만드는 가색 방식의 RGB(Red-Green-Blue) 카메라를 사용하지만 홍채 인식은 적외선을 활용한 IR(Infra Red) 카메라를 사용합니다. 적외선을 눈에 쏜 값과 디스플레이 화면에 쏜 값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동영상으로 촬영한 홍채는 인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장 부사장은 “한국이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홍채 인식 관련 기술력이 뛰어난데 반해 국내시장 규모가 작고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며 “카드 없는 결제 시대가 오면 결국 홍채 인식 기술이 대중화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워터파크나 찜질방과 같이 지갑이나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기 불편한 장소를 중심으로 홍채 인식 기술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국내 대형 리조트와 홍채 인식 솔루션 도입에 관해 협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이리언스가 개발한 홍채 인식 알고리즘은 국내 최초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인증 받았고 미국·중국·영국·독일·일본 등에서 국제 특허를 받았다. 자체 개발을 통한 가격 경쟁력은 기존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대기업·관공서·은행·카드사·보안업체 등과 제휴해 홍채 인식 보안 시설을 운영해 왔고 2012년 두바이·미국·영국에 진출했다. 2015년에는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로센 플레브넬리에프 불가리아 대통령이 각각 방문해 홍채 인식 데모 시연을 한 바 있다.

지난해 말 전국의 보훈병원에 본인 확인 홍채 인식 시스템 구축에 성공했고 9월에는 남미의 3개 은행에도 같은 시스템을 구축했다. 건설 분야에서는 포스코와 대우건설에 홍채 인식 시스템을 구축해 직원들의 근태 관리를 하고 있고 일본의 대형 종합 건설 회사 가지마건설의 러브콜을 받아 계약을 체결했다.

글로벌 전기차 기업과도 홍채 인식으로 자동차 잠금 해제를 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 이리언스는 추후 금융 서비스와 결제 서비스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장 부사장은 “홍채 인식 분야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가 주목받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 우세할 것”이라며 “판단은 소비자들의 몫”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s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