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시장 규모 커지는 패션 공유 서비스…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도 ‘눈독’
패션도 음악처럼 ‘스트리밍’이 대세
(사진) SK플래닛의 패션 스트리밍 서비스 '프로젝트 앤' / SK플래닛 블로그

[한경비즈니스=김영은 인턴기자] 회사원 A(여·30)씨가 매일 아침 옷장을 열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입을 옷이 없네.’

옷장이 꽉 찰 만큼 옷이 많지만 막상 입을 옷이 마땅하지 않다. 트렌치코트만 다섯 벌이 있지만 디자인과 색상이 유행에 뒤처진 것 같아 마음에 들지 않고 옷을 또 사기에는 통장 잔액이 걱정이다.

A 씨처럼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면서 동시에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해 ‘패션 공유 서비스’가 떠오르고 있다.

차나 집을 공유하는 것으로 대표되는 공유경제는 물건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자원 활용을 극대화할 수 있다.

또 사회 전반적으로 소유보다 합리적인 소비와 경험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다양한 품목의 공유 서비스가 확대됐다. 최근에는 패션 산업이 공유 서비스에 본격 진입하고 있다.

◆ 젊은 여성 타깃으로 매출 1000% 성장
패션도 음악처럼 ‘스트리밍’이 대세
(사진) 소비자가 가방 공유 서비스 '더 클로젯'을 이용하고 있다. / 더클로젯 제공

패션 공유 서비스는 ‘패션 스트리밍’이라고도 불린다. 파일을 다운로드 받지 않고 바로 음악이나 동영상을 재생해 즐기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옷을 사지 않고 언제든지 원하는 옷을 골라 입을 수 있는 서비스가 닮았기 때문이다.

SK플래닛은 지난해 9월 패션 스트리밍 서비스인 ‘프로젝트 앤’을 시작했다. 론칭 이후 6개월 만에 가입자 9만5000명을 넘어섰고 구매자의 80% 이상이 재이용할 정도로 사용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이용 방법은 간단하다. 애플리케이션에서 월정액 8만원을 결제하면 한 달에 4번 옷을 빌릴 수 있다. 가방은 같은 가격에 3번까지 주문할 수 있다. 배송 및 반납은 택배 운전사가 방문 처리하며 이용 후에는 별도 세탁 없이 기한 내에 제품을 돌려주기만 하면 된다. 대여한 상품이 마음에 들면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도 있다.

프로젝트 앤은 스타일리시하고 다양한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올봄에는 대외 구매 전담팀을 꾸려 지방시·구찌·페라가모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 150여 곳의 여성 의류 상품 3만여 점을 확보했다.

김민정 SK플래닛 커머스이노베이션본부장은 “음악과 영화가 소유보다 즐기는 형태의 소비 문화로 이동하고 있다”며 “패션 역시 단순히 옷을 구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자신이 시도하고 싶은 다양한 패션을 미리 경험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소비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패션 공유 서비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 있다. 가방 공유 서비스 기업 ‘더클로젯’은 지난해 9월 베타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현재 1000%의 매출 성장을 보이며 급성장 중이다.

서비스 론칭 후 3개월간 수요가 공급을 넘어 사전 예약제로 일시 변경했고 이때 서비스 구매 경쟁률이 20 대 1을 보일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더클로젯은 월정액 7만9000원으로 최대 3개의 가방을 이용할 수 있다.

단순히 대여에서 벗어나 P2P 셰어링(개인과 개인의 공유)을 결합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가 쓰지 않는 가방 2개를 공유하면 무료로 명품 가방을 대여할 수 있는 ‘마이백셰어링 서비스’를 통해 고객들 스스로 공유를 창출하는 플랫폼 역할까지도 하는 것이다.

현재 더클로젯 주요 고객의 연령층은 25~35세가 90% 이상이며 대기업 및 중소기업에 다니는 강남구·서초구 거주 여성이다. 주요 사용 목적은 특별한 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데일리가방’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성주희 더클로젯 대표는 “패션 공유 서비스 시장이 한국에서는 이제 막 활기를 찾고 있는 블루오션”이라며 “기존 세대들에게는 중고 제품에 대한 심적 장벽이 있었다면 젊은 세대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원하는 패션 아이템을 마음껏 경험할 수 있는 패션 공유 서비스가 스마트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가성비’ 중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
패션도 음악처럼 ‘스트리밍’이 대세
(사진) 더클로젯 제공

해외에서는 이미 패션 공유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로는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신들이 창업한 ‘렌트 더 런웨이’가 있다. 이 회사는 비비안웨스트우드·토리버치 등 유명 브랜드의 정장·드레스·액세서리 등을 대여해 준다.

월 16만원 정도의 회비를 내면 1회에 최대 3가지 품목을 빌릴 수 있다. 고가의 옷을 누구나 입어볼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설립된 지 7년 만에 55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고 연매출 8000억원을 돌파했다.

패션을 대여하지 않고 ‘공유’에만 초점을 맞춰 서비스하는 업체도 있다. 프랑스의 패션 공유 서비스 랑테뷰(Rentez-Vous)는 옷을 직접 빌려주지 않고 소비자들끼리 옷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만 제공하고 있다. 수익은 대여료 대신 중개 수수료로 내고 있다.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판매 대신 공유의 방법을 선택한 기업도 있다. 네덜란드의 청바지 브랜드 ‘머드진스(MUD Jeans)가 그 주인공이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는 약 7000리터의 물이 사용된다. 염색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 물질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머드진스는 패션 공유에서 환경과 경제문제의 해결책을 찾았다. 이용자는 한 벌에 매달 7.5유로만 내고 1년 동안 청바지를 입을 수 있다. 멤버십 가입자는 최대 3벌까지 대여할 수 있다.
머드진스는 닳아 입지 못하는 청바지를 수거해 새로운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일도 한다. 머드진스는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유럽 전역에서 사랑받는 친환경 패션 브랜드로 인정받았다.
패션도 음악처럼 ‘스트리밍’이 대세
(그래프) 세계 공유 경제 시장 성장 규모/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제공

영국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2014년 전 세계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약 150억 달러였지만 2025년에는 20배 정도 증가한 33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패션 공유 경제 규모도 성장할 전망이다.

1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일본 패션 공유 서비스 ‘락서스’에 따르면 패션 공유경제 규모는 4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해졌다.

패션 공유 서비스는 최근 젊은 세대의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특성과 가성비를 중시하는 합리적인 소비 방식이 원인이 돼 성장했다. 또한 머드진스의 사례에서 보듯이 환경오염 산업 2위에 달하는 패션 산업이 친환경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대안책이 되기도 한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패션 공유 서비스에 대해 “개성과 합리성을 동시에 중요시하는 젊은 세대에게 패션 공유 서비스는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패션 공유 서비스가 최근 트렌드인 미니멀리즘과도 맞물려 과도한 소비보다 ‘경험’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앞으로 더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