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상장 첫날 시가총액 21위…글로벌·M&A·대형화로 시장변화 주도

[한경비즈니스 = 정채희 기자] 게임 판이 달라졌다. 대어(大漁) 넷마블게임즈(이하 넷마블)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으로 국내 게임주의 왕좌가 바뀌었다. 게임 산업에 우호적인 새 정부의 등장으로 시장의 기대도 낙관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4차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떠오른 게임 산업의 부흥이 예상되는 가운데 대형 게임의 신작 경쟁과 기업 간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은 게임 시장을 보다 양극단으로 몰아붙일 전망이다. 급변하는 게임 시장을 조명했다.
‘대장주’ 넷마블 입성…부익부 빈익빈 게임株
(사진)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5월 12일 열린 넷마블게임즈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에서 방준혁(왼쪽 넷째)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과 권영식(왼쪽 다섯째) 넷마블 대표 등 넷마블 임직원들이 '글로벌 넘버원;을 외치고 있다. /넷마블 제공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게임 업체 20개(시가총액 기준)의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올 초부터 4개월여 사이 비상장 기업의 상장과 M&A, 대형 신작의 출시 등이 이어지면서 국내 주요 게임주의 판세가 뒤바뀌고 있는 것이다.

1월 2일과 5월 11일 사이 이들 업체의 순위를 보면 20개 회사 중 4곳을 제외한 16개 기업에 순위 변동이 있었다. 비상장 기업 1곳이 신규 진입했고 6개 기업의 순위가 올랐으며 9개 기업의 순위는 하락했다.
‘대장주’ 넷마블 입성…부익부 빈익빈 게임株
◆새로운 대장주, 왕위 쟁탈전

가장 큰 변화는 비상장 기업의 신규 진입이다. 이 기업은 유가증권시장에 진입하자마자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패권을 쥔 기업이자 국내 게임 업체 매출 기준 2위 기업인 넷마블이다.

올 한 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넷마블은 5월 1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공모가는 주당 15만7000원으로 이날 시초가는 16만5000원에서 시작했다. 장중 17만1500원까지 치솟았으나 종가 16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이에 따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3조7263억원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기준 시총21위에 올랐다. 20위는 KT&G(14조5530억원)이며 22위 LG전자(13조2882억원)보다는 한 단계 높다.

이날 상장으로 국내 대형 게임주의 순위도 바뀌었다. 이전까지 시총 8조원대의 엔씨소프트가 게임 대장주의 자리를 지켰으나 시총 13조원대 넷마블의 등장과 함께 자리를 내주게 됐다. 알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넥슨도 시총 규모는 8조원대다.

회사 안팎의 평가도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2004년 CJ그룹에 편입된 후 2014년 말까지 CJ E&M의 게임사업부였던 넷마블이 분사해 독립한 후 성공 신화를 썼다는 평가다. CJ E&M은 현재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 시총은 3조2070억원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넷마블은 2014~2016년 평균 매출 성장률 104%를 기록해 국내 인터넷 및 주요 글로벌 게임 업체들과 비교해도 월등한 수준으로 성장해 왔다”며 “이는 PC 온라인 게임과 동일한 퍼블리싱 모델을 모바일에 적용해 게임 장르를 선점해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는 2013년 ‘모두의마블’이 구글플레이 최고 매출 1위를 기록한 이후 23주 주기로 1위 게임을 배출하는 등 지속적인 게임 히트작을 출시했다.

넷마블의 전체 매출 대비 5% 이상의 매출을 차지하는 게임만 모두의마블을 비롯해 세븐나이츠·레볼루션·마블퓨처파이트 등 총 6개다. 단일 게임에 의존하는 여타 기업과 달리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히트작을 바탕으로 넷마블의 실적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매출은 2014년 3620억원, 2015년 1조730억원, 2016년 1조5000억원으로 매년 성장했다.

과거 빅2였던 엔씨소프트와의 ‘실버크로스(매출 기준 2, 3위 교차)’도 이 무렵 일어났다. 국내 게임회사 중 매출이 1조원을 넘은 곳은 넥슨 이후 넷마블이 최초다. 이 기간 이 회사 영업이익은 890억원에서 2950억원으로 증가했다.

넷마블은 이번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글로벌 게임 시장 경쟁의 실탄으로 쓰겠다는 계획이다.

권영식 대표는 “넷마블은 지난 2~3월 두 달 연속 구글플레이·애플앱스토어 통합 기준 글로벌 3위의 퍼블리셔(배급업체)에 오를 정도로 동서양에서 동시에 성공을 거둔 독보적인 게임 업체로 성장했다”며 “이번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넷마블이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회사는 현재 하루 매출 30억원 정도를 기록하고 있는 신작 ‘리니지2 레볼루션’을 일본과 중국 시장에 각각 3분기와 4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 올해에만 17개의 신규 게임 출시가 예정돼 있고 ‘블레이드&소울’, ‘펜타스톰’, ‘세븐나이츠 MMORPG’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을 통해 글로벌 메이저 게임 업체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올해 기대 게임이 몰려 있다. 매출 규모와 시총 모두에서 넷마블에 밀린 엔씨소프트는 기존 PC 온라인 게임에서 모바일 게임 비중을 확대하며 체질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6월 중순 이 회사 주요 지식재산권(IP)인 ‘리니지’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을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이 밖에 블레이드&소울, 아이온 등 다양한 장르의 신규 게임이 국내외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문지현 미래에셋대우 애널리스트는 “엔씨소프트와 넷마블은 매출 성장을 통해 보유 현금이 늘어나고 있고 각각 유휴 부동산 매각과 기업공개(IPO)를 통해 현금 유입도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M&A를 통해 매출의 추가 증대를 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장주’ 넷마블 입성…부익부 빈익빈 게임株
◆중소형주의 부익부 빈익빈

대형주가 규모의 성장을 이어 가는 반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선 역할수행게임(RPG) 레드오션으로 인한 ‘부익부 빈익빈’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PC 온라인 게임 만큼의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는 RPG 특성상 대형 게임사와의 경쟁에서 중소형 게임사는 투자 규모에서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상장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모바일 캐주얼 게임의 부흥기인 2012~2014년 단일 게임의 성공 이후 코스닥에 상장한 기업들이 한계에 직면하는 곳이 많았다.

‘애니팡’ 시리즈로 화제를 모았던 선데이토즈와 ‘쿠키런’으로 유명한 데브시스터즈는 코스닥 상장 후 뚜렷한 후속 작을 선보이지 못하면서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선데이토즈는 최고 7만원대에 달했던 주가가 현재 2만원대로 내려앉았고 데브시스터즈 또한 5만원대에서 1만원대로 주가가 떨어졌다.

이들 업체는 최근 5개월 새 시총 순위도 하락하고 있다. 선데이토즈는 3772억원에서 2110억원으로 시총이 줄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게임 업체 20개사 중 올 초 7위에서 14위로 7계단이나 급락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31.7% 감소했다. 데브시스터즈의 시총은 1764억원에서 1808억원으로 43억원 늘었지만 순위는 떨어졌다. 게임주 20개사 중 13위에서 3계단 떨어지며 16위에 자리했다.

두 업체 모두 게임 라인업을 확대해 매출을 견인하고 주가 하락을 방어한다는 계획이다. 다양한 신작 출시와 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한 사업 다각화를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게임 산업의 양극화가 점점 극단을 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이 점차 대형화되고 있고 게임 기업 간 M&A가 활성화하면서 산업 내 구조 재편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관전 포인트는 신작 경쟁과 M&A

단적인 사례가 최근 M&A를 통해 글로벌 소셜 카지노 게임 시장 내 2위로 올라선 더블유게임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미국 소셜 카지노 게임 개발사인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를 9425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 역대 최대 규모의 M&A다. 이번 인수로 더블유게임즈는 전 세계 소셜 카지노 시장점유율의 10.8%를 확보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점유율은 3.5% 수준으로 ‘통 큰’ 인수 한 방에 글로벌 소셜 카지노 2위 업체로 성장했다. 이 사이 국내 시총(코스닥 상장)은 1월 초 5279억원에서 5월 12일 9773억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문지현 애널리스트는 “모바일 게임 시장은 2016년부터 장르의 고도화·대형화가 이뤄지면서 대규모 개발 인력과 자금을 보유한 상위 기업 위주로 산업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며 “모바일 게임 신작 경쟁과 M&A 등이 상위 기업들 중심으로 전개되는 ‘왕위 쟁탈전’의 양상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장 구조의 재편에서 중소형 게임 업체에 대한 관심도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A의 활성화에 따라 개발력이나 지식재산권이 부각되는 중소업체가 관심을 끌 것이란 분석이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