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이슈= 배터리 절감 기술]
KT, 배터리 소모 절감 기술 C-DRX 본격 전국 상용화
2년 공들여 스마트폰 ‘생명’ 연장한 신기술
(사진)= 강국현 KT 마케팅부문장이 국내 최초로 LTE 전국망에 적용된 배터리 절감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KT제공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국내 최초로 롱텀에볼루션(LTE) 전국망에 적용된 배터리 절감 기술을 통해 고객들의 스마트폰 배터리 사용 시간을 최대 45%까지 늘릴 수 있게 됐습니다. 이 기술이 적용된 갤럭시 S8으로 유튜브를 연속 재생했을 때 배터리를 최대 4시간 30분 정도 더 오래 쓸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아닌 국내 통신사에서 스마트폰 배터리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전국망으로 상용화해 눈길을 끈다.

강국현 KT 마케팅부문장은 “일체형 스마트폰이 보편화됐고 최근 3년간 1인당 LTE 데이터 트래픽이 260% 급증한 상황에서 다수의 고객들이 배터리 부족이나 방전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며 “배터리 용량을 물리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닌 네트워크 기술력으로 배터리 사용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렸다”고 소개했다.

그는 “KT의 배터리 절감 기술 전국망 적용으로 스마트폰을 더 오래 이용하고 싶은 상당수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배터리 절감 기술(Connected mode Discontinuous Reception, 이하 C-DRX)은 단말기와 기지국 간 데이터 송수신 주기의 최적화로 배터리 사용 시간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데이터 연결 상태에서 스마트폰과 통신사 기지국 간 통신이 끊기지 않고 지속돼 배터리가 소모됐던 반면 이 기술을 적용하면 데이터를 송수신하지 않을 때 자동으로 단말기의 네트워크 접속을 비활성화해 배터리의 효율성을 높인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실시간 스트리밍 동영상을 보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의 스마트폰은 기지국과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배터리 전력을 소모한다.

하지만 이 기술이 적용되면 대량의 데이터를 받는 4~10초 동안을 제외하고는 비통신 모드로 전환돼 동영상 서비스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배터리 이용량을 줄일 수 있다. 송수신이 필요한 순간에만 네트워크를 연결해 배터리 소모를 줄이는 것이다.

전화 통화를 하는 동안에도 사용하지 않는 다른 데이터 송수신을 저전력 모드로 전환해 줘 배터리를 절약한다.

이는 고급 세단에 적용된 ISG(Idle Stop&Go)와 유사한 방식이다. 차량 정차 시 불필요한 엔진 구동을 멈춰 연료 소모를 줄이는 것처럼 스마트폰에서 실제 송수신하는 데이터가 없을 때 네트워크 접속을 최소화해 배터리를 절감한다.

C-DRX는 글로벌 LTE 표준 기관인 3GPP에서 2011년 제정한 표준 기술이다. 미국의 통신사 AT&T·버라이즌, 일본의 NTT도코모·소프트뱅크, 프랑스의 오랑주·SFR·부이그, 이탈리아의 TIM, 스페인의 보더폰 등 다수의 글로벌 통신사들은 이미 적용해 왔다.

국내에서는 본격적으로 전국에 상용화되지 않았지만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저널이나 한국통신학회 등 저명한 학술지에 다수 실리며 주목받아 왔다.

한국통신학회는 2014년 6월 발표한 ‘LTE 스마트폰의 배터리 절감을 위한 기지국의 C-DRX 적용 기법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이 기술을 사용하면 배터리를 4~25% 절감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2년 공들여 스마트폰 ‘생명’ 연장한 신기술
◆ 배터리 효율은 물론 통신 품질도 높여

해외 통신사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던 기술을 국내에서 2년이나 늦게 상용화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강국현 KT 마케팅부문장은 “C-DRX 기술을 단순히 적용하면 통신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KT가 처음 C-DRX를 테스트한 결과 데이터 손실률은 0.14%였다. 이는 한국의 평균인 0.06%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준이다. KT는 지난 2년간 수차례 테스트를 거치며 다양한 통신상의 문제점들을 개선했다.

강 부문장은 “총 114종의 단말기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반복 적용해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단말기 리셋 현상, 데이터 전송 지연 현상, 데이터 손실률 증가 현상 등 6가지 단말 품질 이슈가 발견됐다”며 “각 단말기의 제조사와 협의해 단말기 소프트웨어 개선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적의 파라미터 값을 도출하기 위해 73회의 테스트, 야간 필드 테스트 35회 등 총 3240 시간을 들여 전 LTE 단말기의 품질 이슈도 완전히 해소했다”며 “이러한 사전 테스트를 거치지 않으면 단말기 재시작이나 핸드오버 실패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KT 고객들은 별도의 단말기 업그레이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적용 받아 배터리 사용 시간 증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배터리가 절감되는 정도는 스마트폰 모델, 배터리 열화 수준, 무선 환경, 설치된 애플리케이션 수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조건에서는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S8 모델로 배터리 절감 기술 적용 전후 배터리 절감 효과를 테스트한 결과 이용 시간이 최대 4시간 27분(4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 서비스로 유튜브 동영상 스트리밍을 지속적으로 이용하며 테스트한 결과 C-DRX를 적용하지 않은 갤럭시 S8은 최소 9시간 57분, 최대 10시간 36분 지속된 반면 C-DRX를 적용한 갤럭시 S8은 최대 14시간 24분간 지속된 것으로 나타났다.

KT가 4월 1일 C-DRX 기술을 국내 최초로 전국망에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발표하자 곧이어 SK텔레콤도 ‘CDRX 솔루션’을 이미 지난해 5월 전국망으로 구축해 놓았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은 “그동안 해당 기술을 수도권 및 충청도 일부 지역에서만 적용해 왔다”며 “올해부터 점차적으로 기지국 업그레이드를 통해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2011년 10월 이후 출시된 스마트폰 121종(갤럭시 S8, S7 시리즈, LG G6·G5, 아이폰 7 등) 사용자들은 별도 설정 없이 기술이 적용된다.

s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