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
‘2020년 세계 7위 목표’ 한국 비율 0.8%…우주 강국 진입할 ‘골든타임’
‘362조 우주경제’ 신산업 기회를 잡아라
(사진)한국의 달 탐사 착륙선과 달 탐사 로봇이 달에 착륙한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공공누리 제공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전 세계가 ‘362조원(2015년 기준)’ 규모의 우주산업을 정조준하고 있다.

미·소 냉전 시대 이후 얼어붙었던 우주개발 경쟁이 기술 발전과 함께 다시 달아오르면서 항공우주산업 분야 1위인 미국뿐만 아니라 중국·인도 등 세계 각국이 우주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우주 경제 시대’가 열린 가운데 한국은 2020년까지 항공우주산업 분야 세계 7위를 넘보고 있다. 우주 경제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한국 경제를 견인할 수 있을까.
‘362조 우주경제’ 신산업 기회를 잡아라
미국 우주재단인 스페이스파운데이션(Space Foundation)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우주 시장 규모는 3229억 달러(362조원)다. 10년 전인 2005년 1767억 달러(198조원)와 비교하면 82.7% 증가한 수준이다.

성장세가 증명하듯이 최근 각국의 우주개발 경쟁의 핵심은 ‘경제’에 있다. 1950년대 우주산업이 미국과 소련 간 군사·안보 경쟁이었다면 최근 주요국들은 국가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우주산업을 인식하며 우주 기술 개발과 우주산업 육성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기술(IT) 간 융합이 이뤄지면서 우주산업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렇다 보니 선진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우주산업에 뛰어드는 국가가 계속 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에 따르면 우주 활동 참여국은 2003년 37개국에서 2015년 59개국으로 1.6배 증가했다.

이들 국가 중 우주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미국·러시아·유럽은 우주탐사를 위한 연구·개발(R&D)과 우주 시장에 대한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 산업 경쟁력 강화에 치중하고 있다.

◆군사·안보에서 국가 경제 동력으로

특히 우주 강국 미국은 민간 기업을 필두로 우주와 관련된 수익 창출 모델을 만들며 ‘민간 우주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중 스페이스엑스(SpaceX)와 블루오리진이 유명하다.

스페이스엑스는 지난해 4월 미 공군 차세대 위성항법장치(GPS) 발사 경쟁 입찰을 따낸 민간 기업으로 미 발사 업체인 유나이티드론치얼라이언스(ULA) 외에 국방부 발사 서비스 계약을 수주한 최초 민간 기업이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인 엘론 머스크는 100년 안에 100만 명의 이주민을 화성에 정착시키겠다는 대담한 포부를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블루오리진은 우주 캡슐의 준궤도 시험비행과 착륙에 성공한 민간 기업이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우주 캡슐은 6명까지 승객을 태울 수 있고 100km 상공에서 발사체에서 분리돼 낙하산으로 유영 후 지표에 착륙하는 방식이다.

전통 강호 러시아 또한 최근 10개년(2016~2025년) 우주개발 계획을 수립하면서 과거 ‘구소련’의 영광을 되찾겠다는 포부다.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의 약진도 눈에 띈다. 중국은 ‘대국의 위상을 드높인다’는 목적 아래 국가 주도적으로 우주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지난 4월 첫 화물 우주선 발사에 이어 실험용 우주정거장과 도킹에 성공했고 2022년까지 우주정거장을 완성해 가동한다는 목표다.

중국은 2015년 한 해에만 발사체를 19회나 쏘면서 전 세계 총 65회의 상업 발사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일본 또한 우주탐사에 몰두하고 있다. 소행성 탐사선인 하야부사의 성공에 이어 2014년 화성과 달 탐사에 대한 계획을 공개했다.

세계 둘째로 화성에 탐사선을 보낸 인도는 이미 우주 강국 반열에 올랐다. 2013년 11월 발사해 2014년 9월 화성 궤도에 진입한 화성 탐사선 망갈리얀의 성공으로 중국과 함께 우주개발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 밖에 동남아·중남미·아프리카·중동 등 개발도상국에서 활발한 우주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2010년 이후에만 21개의 국가들이 ‘처음’으로 위성을 쏘아 올렸을 정도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13년 나로호(KSLV-1) 발사에 성공하면서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한 뒤 현재 ‘한국형 발사체(KSLV-2)’ 개발 사업과 달 탐사 사업을 통해 앞으로 다가오는 우주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시장 규모에 비하면 한국의 우주산업 분야는 미미한 수준이다. 아리랑 위성 개발, 나로호 개발 등을 통해 지구관측위성 기술을 보유하고 우주 발사체 기반 기술을 확보하는 등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연구소 중심의 우주개발과 소규모 시장 환경으로 성장 초기 단계에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걸음마 단계’란 혹평도 나온다.
‘362조 우주경제’ 신산업 기회를 잡아라
◆정부 예산·기업 투자 부족…‘걸음마’

항우연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우주산업에 참여한 기업체의 매출액, 연구 기관의 예산액, 대학 연구비를 모두 합산한 우주 분야 활동 금액은 약 3조1231억원이다. 전년보다 2720억원(9.5%) 늘었다. 이를 세계 우주 시장 규모인 362조원과 비교하면 한국이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8%에 불과하다.

더구나 우주 선진국에선 민간 기업체의 투자가 늘고 있는 반면 한국은 줄고 있다. 2014년 기업체의 우주 분야 활동 금액(매출액)은 전체의 86.9%에 달했지만 1년 새 79.7%로 7.2%포인트 줄었다. 나머지 연구 기관은 12%에서 19.2%로 늘었고 대학은 1.1%로 동일한 비율을 나타냈다.

국가 예산도 우주 강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은 2015년 전년보다 21.4% 늘린 5억9600만 달러를 우주 예산에 집행하며 세계 아홉째로 많은 국가 예산을 투자했지만 점유율은 0.7%에 그친다.

반면 미국은 전년보다 3.2% 증가한 445억67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세계 점유율만 58.2%로 전 세계 국가 중 1위다. 이어 독일을 주축으로 한 유럽우주청(ESA)이 49억4400만 달러로 2위(6.5%), 중국이 42억1000만 달러로 3위(5.5%)다.
‘362조 우주경제’ 신산업 기회를 잡아라
‘362조 우주경제’ 신산업 기회를 잡아라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봐도 우주 강국 수준에는 미달한다. 한국의 GDP 대비 우주개발 예산은 2014년 기준 0.034% 수준이다. 미국은 0.2%, 일본 0.06%, 인도 0.05%, 중국 0.04% 등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5년 보고서에서 “우주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한국의 우주산업은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한국의 우주산업 경쟁력은 주요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

학계와 관련 산업계에선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제조업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고 주력 산업이었던 조선·자동차·전자 등도 중국 등 해외 기업의 약진으로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우주산업은 국가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우주산업이 고도의 첨단 복합 기술이 요구되는 데다 최소 5~10년의 개발 기간과 투자금 회수에 소요되는 기간만 평균 40년, 이 기간 막대한 개발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방안에서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 우주 행성 탐사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의 신휴성 극한건설연구단 단장은 “미국과 러시아 2강 체제에서 벗어나 신흥 아시아 강국이 급부상하고 있다”며 “지금이 한국이 장차 우주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신 단장은 “현재 위성과 발사체에 집중된 우주개발 로드맵을 다각화하고 국제 협력을 통해 우주탐사 기술을 보다 융·복합적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융·복합 사업을 기획할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주 경제 시대를 맞아 신사업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세주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우주 경제성장에 따른 사업 참여 기회를 탐색해야 한다”며 우주산업 관련 융·복합 신소재 개발과 소행성 우주 자원 개발에 따른 금속 소재 시장, 위성 정보를 활용한 산업 서비스 분야 등을 주목했다.
‘362조 우주경제’ 신산업 기회를 잡아라
(사진) 한국 최초 우주 발사체 '나로호' 발사 장면. /공공누리 제공

◆우주 강국 부상 골든타임, 신사업 모색

정부 역시 우주 강국 도약에 절치부심하며 2040년까지 중·장기에 걸친 우주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이전까지 ‘미션 달성’ 중심으로 사업이 추진됐다면 앞으로는 위성·발사체·우주관측탐사 등 200대 중점 기술 개발에 방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2020년까지 항공우주산업 분야를 세계 7위까지 도약시킨다는 비전도 세웠다. 현재 한국의 항공우주산업 분야 세계 순위는 15위다. 이 역시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8%로 상위국과의 격차가 상당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내년부터 2022년까지 시행할 ‘제3차 우주개발 진흥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우주 수송, 위성 개발, 위성 활용, 우주탐사, 산업화, 우주 기반 등 6개 분야에서 추진 계획을 도출하는 것이 목표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기본 계획안이 마련되면 새로운 우주개발 정책 비전에 맞는 미래 지향적 장기 전략을 확정할 것”이라며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된 우주개발에서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인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