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MCN 산업

크리에이터 관리부터 법률 지원·세일즈까지
영토 확장 나선 MCN

1인방송 산업, 한계는 없다
1인 방송이 달라졌다. 1020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손안의 작은 방송은 이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 방위로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는 3세부터 70세까지 연령층이 확대됐고 게임과 뷰티 위주였던 콘텐츠는 교육·캠핑·반려동물 등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크리에이터의 외연 확장에 따라 이들을 뒷받침하는 멀티 채널 네트워크(MCN) 산업도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른바 ‘크리에이터의 소속사’ 수준에서 정의된 MCN 산업은 최근 모바일로 유통되는 영상 모두를 집어삼키며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무한대의 성장, ‘MCN 2.0’의 시대를 조명했다.
1인방송 산업, 한계는 없다
#. “오매 어째 쓰까. X병, 말하면서 (화장)하다 보니 실수했어. 왜 손이 글로가 (아이섀도를) 발랐대.” 고교생 정채리(17) 양은 1947년생 박막례 할머니와 등하굣길을 함께한다.

유튜브 최고령 1인 방송 창작자(이하 크리에이터) 박 할머니의 뷰티·여행 이야기를 보면서 웃고 즐기다보면 30분 등하굣길이 모자랄 지경이다.

이날은 박 할머니의 계모임 맞춤 화장법 영상을 봤다. 정양과 박 할머니의 나이 차는 53세다. 정양은 자신에게 필요한 영상은 아니지만 할머니의 구성진 욕설과 입담이 재밌어 열성 시청자가 됐다.

◆3세부터 70세까지…1인 방송의 확장

정양뿐일까. 박 할머니의 유튜브 구독자는 27만 명에 육박한다. MCN업계에서 전업 1인 창작자 또는 인지도가 높은 크리에이터로 평가받는 기준은 구독자 10만 명 이상이다.

박 할머니의 시청자는 10대부터 중장년·고령층까지 그야말로 남녀노소다. 이들은 박 할머니의 ‘욜로(You Only Live Once의 영문 앞 글자를 딴 용어로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라이프’를 보기 위해 유튜브를 시청한다.

할머니의 콘텐츠는 다양하다. 파스타를 먹기도 하고 네일아트를 받기도 하고 아이돌 화장을 따라 하기도 한다. 다양한 콘텐츠 속 주제는 ‘생전 처음 하는 일’이다.

박 할머니는 손녀가 찍어 올린 호주 여행기가 소위 ‘대박’을 치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지금은 유명 홈쇼핑의 쇼 호스트에도 서고 기업으로부터 협찬이 쇄도하는 스타 크리에이터로 성장했다. 평범한 70대 할머니의 인생 역전이다.
1인방송 산업, 한계는 없다
또 다른 유튜브 채널에선 3세 신서은 양의 ‘서은이야기’가 한창이다. 키즈카페나 수영장에 간 이야기, 심부름 간 이야기, 장난감을 갖고 노는 일 등 아이의 놀이를 다룬 4분여짜리 영상이 주요 콘텐츠다.

신 양의 부모는 지난해 부부의 맞벌이로 인한 애정 결핍을 육아일기로 채우기 위해 1인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시작 1년째 또래 아이들이나 부모들이 영상을 보면서 ‘최연소 유명 크리에이터’로 입소문을 탔다.

현재 구독자는 16만 명에 달한다. 자연스레 일정 수입을 확보하며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도 늘었다. 4분짜리 영상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크리에이터 연령층의 확대는 콘텐츠의 확장도 가져왔다. 특히 ‘서은이야기’와 같은 키즈 콘텐츠, 엄마 등 중·장년층을 소재로 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 소셜 미디어 분석 업체인 소셜블레이드에 따르면 6월 15일 기준으로 유튜브 국내 구독자 수 톱100위 안에 키즈 채널을 전문으로 하는 1인 미디어는 총 3개다.

이는 만화영화 채널과 지상파 방송 채널 등을 제외한 것으로 장난감 관련 영상을 제공하는 캐리앤토이즈(33위)와 토이마트TV(55위), 서은이야기처럼 아이가 1인 방송을 진행하는 ‘어썸하은(88위)’ 등이다.

이들의 경쟁자가 대형 기획사와 한류 연예인, 지상파·종편 채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문 콘텐츠의 약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콘텐츠의 다양화, 플랫폼도 최적화

실제 유튜브에 따르면 이 플랫폼 내 교육·학습 콘텐츠는 매일 5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 가고 있다.

학습 관련 콘텐츠의 절반 이상은 미국 이외의 국가에서 올라오고 있고 국내에서는 2016년 한 해 유튜브 키즈·교육 콘텐츠 시청 시간이 전년도 대비 95% 이상 증가하는 등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키즈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플랫폼에서도 해당 분야의 크리에이터를 이끌기 위한 최적화가 진행 중이다. 유튜브는 5월 어린이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인 ‘유튜브 키즈’를 국내에 별도 출시했다.

이 앱은 큰 이미지와 눈에 띄는 아이콘을 사용해 아이들이 작은 손가락으로도 빠르고 간편하게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부모 또한 자녀의 동영상 시청 환경을 직접 설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아 자녀의 나이에 맞는 콘텐츠를 설정할 수 있다. 시청 시간을 제한할 수 있는 ‘타이머’ 기능도 활용가능하다.

이 밖에 기존 게임과 뷰티·먹방(음식을 먹는 방송) 등에 편중됐던 1인 방송 콘텐츠의 다양화도 이뤄졌다. 기존 콘텐츠들이 웃고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이었다면 최근 콘텐츠들은 시사상식 등 지식 탐구와 취미 등의 자기 계발 영역으로 범주를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케이팝 댄스를 가르쳐 주는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는 584만8724명이 구독하며 유튜브 국내 구독자 수 5위에 자리했다. 1위부터 4위는 대형 연예기획사(SM엔터테인먼트, 로엔엔터테인먼트 자회사)와 한류가수(싸이·빅뱅)다.

◆동영상 광고 시장 연평균 17% 성장

크리에이터가 한류 연예인 이상의 주목을 받으면서 광고 시장도 이들 ‘모시기’에 열심이다. 크리에이터 수입은 크게 영상 스트리밍 광고 수익과 기업의 협찬 광고 수익으로 구성되는데 크리에이터의 구독자 수가 많고 영상 조회수가 높을수록 기업의 협찬 광고도 늘어나게 된다.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영상을 찍어주는 조건으로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유명 크리에이터에게 대가를 많이 주는 것이다.

일례로 자신의 수입을 공개한 유명 크리에이터 김이브는 협찬 광고 단가만 최소 2000만원이다. 여기에 구독자와 조회수에 따른 스트리밍 광고 수익까지 포함하면 유명 크리에이터의 연 수입은 억대를 넘어선다.

최근에는 자신의 스타성과 팬덤을 기반으로 장르를 융합한 새로운 형태의 수익 모델도 개발 중이다. 방송·영화·게임 등 타 미디어와 협업하거나 브랜드를 공동 출시하고 오프라인 강연 및 행사에 참여해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앞으로 이들의 수입은 보다 더 늘어날 전망이다. 독일 시장조사 기관인 스타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동영상 광고 시장은 2015년 160억 달러(약 19조원)에서 2021년까지 연평균 17% 증가해 2021년에는 450억 달러(약 5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인방송 산업, 한계는 없다
디지털 동영상 시장의 확대는 MCN 산업의 확대도 가져올 전망이다. MCN은 1인 미디어(동영상) 채널을 묶어 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크리에이터를 채널 개념으로 묶어 유튜브 등 사용자 제작 콘텐츠(UCC) 플랫폼에 콘텐츠를 유통하고 광고를 유치해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등 매니지먼트와 마케팅을 대행하는 네트워크 사업이다. 쉽게 말하면 크리에이터들의 기획사 개념이다. 콘텐츠에서 나온 수익은 크리에이터와 플랫폼 사업자, MCN 사업자에게 분배된다.

소셜블레이드닷컴에 따르면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는 MCN 사업자 중 월 가입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브로드밴드TV다. 6월 15일 기준으로 채널만 23만6665개를 보유했다. 이 회사의 월 가입자는 7123만4504명이며 월 조회수는 189억1099만 건에 달한다.

국내 업체 중에선 연예기획사와 음악 유통업체를 제외하면 CJ E&M과 트레져헌터가 전 세계 MCN 월 가입자 수 기준 톱200위 안에 들었다. CJ E&M은 80위(105만4312명), 트레져헌터는 188위(45만6371명)다.

◆MCN 사업자 성장, 시장 규모는 예측만

이 중에서 CJ E&M의 성장이 돋보인다. 2013년 7월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크리에이터 지원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다이아TV란 브랜드를 통해 MCN 사업을 공고히 하고 있다. 5월 말 기준 다이아TV의 크리에이터 수는 1200팀이며 구독자는 1억 명, 월간 조회수는 14억 회를 넘어섰다.

구독자 100만 이상을 보유한 유명 크리에이터로는 대도서관(게임)·밴쯔(푸드)·씬님(뷰티)·원밀리언(뮤직)·허팝(키즈) 등 7팀이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말까지 크리에이터를 2000팀으로 늘리고 글로벌 시청자를 대상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의 비율도 현재 25%대에서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2015년 1월 설립된 스타트업 트레져헌터는 양띵(게임)·악어(게임)·김이브(토크) 등 유명 크리에이터를 통해 빠르게 기반을 구축했다.

현재 크리에이터 수는 150팀에 달하며 네시삼십삼분·SK텔레콤 등의 투자 유치에 이어 최근 말레이시아 투자사로부터 15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자금을 유치했다. 앞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1인 방송의 산실 아프리카TV도 플랫폼뿐만 아니라 MCN 사업자 역할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파트너BJ’란 제도로 크리에이터를 육성·관리하고 있는데 현재 남순(토크)·엠브로(먹방) 등 유명 크리에이터를 포함해 총 70팀이 있다.

크리에이터 60팀을 보유한 비디오빌리지도 주목할 만한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2015년 7월 6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뒤 올 2월까지 회사 누적 매출이 30억원에 달할 만큼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구독자 수는 1800만 명, 월간 조회수는 1억3000만 건이다.

안재억(안재억의 재밌는 인생) 외 허민진(허만두의 야무진 하루), 조섭(섭이는 못말려), 변승주(남고딩의 흔한 일상) 등이 소속돼 있다. 최근엔 여성을 위한, 남성을 위한 각각의 채널을 개설하며 콘텐츠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 밖에 샌드박스·캐리소프트 등 수많은 MCN 스타트업이 있다. 사단법인 MCN협회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는 현재 53개다.여기엔 단순 MCN 사업자 외에도 플랫폼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를 보유하지 않은 유관 사업자들이 포함돼 있다. 광고 기획 및 세일즈 기업 또는 MCN 관련 법률이나 미디어 등 자문 역할,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 등 그 종류도 광범위하다.
1인방송 산업, 한계는 없다
하지만 국내 시장 규모는 깜깜이다. 앞서 한국전파진흥협회가 2016년 2월 발표한 ‘국내외 MCN 산업 동향 및 기업 실태 조사’ 보고서는 국내 MCN 사업자의 총수익을 약 314억원으로 집계한 바 있다.

이는 동영상 플랫폼 중에서도 유튜브에 올라온 국내 1000개 콘텐츠 중 MCN 기반의 1인 크리에이터 콘텐츠 413개를 분류해 이들의 조회수와 수익률(유튜브 당시 수익료 산정 기준은 조회수 1회당 1.2원)을 산정한 것이다.

업계에선 이 자료 역시 MCN 시장을 충분히 반영한 결과가 아니라고 밝혔다. 1인 크리에이터를 기반으로 한 MCN 산업의 특성상 1인 기업과 스타트업이 다수를 구성하고 있고 또 이들 업체가 인수·합병(M&A)되거나 폐업하는 곳도 상당수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 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MCN 사업자도 많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개인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까지 전부 포함한 국내 크리에이터는 1만 명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고 이들의 콘텐츠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합산하면 현재 시장 규모가 2000억~3000억원 수준에 형성돼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진희 MCN협회 사무국장은 “1인 기업과 스타트업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구조다 보니 조사 기관마다 결과치가 다르다”며 “현재 협회 차원에서 산업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협회사의 자료를 취합하고 있지만 정확한 시장 현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교육·법률·금융 등 MCN의 생태계 확장

다만 MCN 산업 생태계의 확장에는 크게 이견이 없다. 단순 ‘크리에이터들의 기획사’로 정의하기엔 MCN 사업자의 범주가 넓어졌다는 얘기다.

실제 전문가 및 업계에서도 MCN의 뜻을 보다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이전 MCN이 멀티 채널 네트워크로 ‘채널’을 강조했다면 현재의 MCN은 멀티 ‘콘텐츠’ 네트워크, 멀티 ‘크리에이터’ 네트워크 등으로 ‘콘텐츠’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MCN 2.0 시대다.

유 사무국장은 “MCN이 크리에이터에서 시작된 산업이지만 그렇다고 지금의 MCN은 크리에이터가 전부는 아니다”며 “이를 육성 발굴하는 매니지먼트팀, 콘텐츠를 만드는 프로듀서와 작가, 광고에 특화한 마케터, 해외 커뮤니케이션을 전담하는 전문 인력까지 관련 종사자가 늘어나 크리에이터를 관리·육성해 수익을 내는 초장기 모델만으로 사업을 규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MCN 산업이 유관 사업으로도 가지를 뻗어나가면서 음악과 영상 등에 대한 지식재산권 문제에 따른 법률 수요도 많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1인방송 산업, 한계는 없다
MCN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고용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예컨대 대학에선 크리에이터 양성 과정이 정규 교육 과목으로 편성되고 고용노동부에서도 크리에이터 양성을 일자리 확대의 한 축으로 삼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6월 14일 스마트미디어산업진흥협회와 MCN 등 스마트 미디어 산업 전문가 양성을 위한 상호 협력 업무 협약을 체결한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학부장 최윤정 교수는 “MCN, 스포츠 소셜 캐스팅, 소셜 미디어 커머스 등 새로운 스마트 미디어 산업에서 성과 사례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양성으로 스마트 미디어 산업을 위한 인재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전에 없던 사업 모델도 더러 탄생했다. 영상을 넘어 오디오에 특화된 크리에이터들이 주목받는 오디오 MCN 사업자가 등장했고 유튜브 모회사인 구글이 지난해 크리에이터와 업체 간 스폰서 계약을 돕는 플랫폼 업체인 페임비트(Famebit)를 인수하면서 향후 동영상 콘텐츠 제작자를 브랜드와 연결해 주는 디지털 마케팅 업체도 늘어날 전망이다.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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