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대박 기업의 비밀 - 셀트리온]
렘시마, 유럽시장 안착 이어 미국 판매 본격화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의 새 역사 썼다
(사진) 셀트리온의 바이오리액터. /셀트리온 제공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셀트리온은 발빠른 투자와 제품 개발을 통해 100년 역사를 가진 회사들도 불가능하다고 말해 왔던 항체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 버전을 개발해 냈다.

셀트리온은 특허가 만료된 항체 의약품을 개발해 상용화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부작용이 적고 효능이 뛰어난 바이오시밀러를 생산, 보다 많은 국가에서 많은 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창출했다.

◆비결 1
‘핵폭탄급’ 파괴력 갖춘 항체 바이오시밀러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의 새 역사 썼다
그래픽=권민정 기자

항체 의약품이 갖는 시장에서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1개 제품의 시장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정도다. 제대로 된 제품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할 수 있다. 하지만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항체 의약품은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의 전유물이었다.

항체 의약품은 최근 10년 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 10위 목록 중 7개를 차지할 만큼 전세계 제약 기업의 판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항체 의약품 선두 기업 로슈의 2014년 제약 부문 매출은 전체 400억 달러(47조9000억원) 중 절반가량이 3개의 블록버스터 항체 의약품 리툭산(75억 달러), 아바스틴(70억 달러), 허셉틴(68억 달러)으로부터 발생했다.

존슨앤드존슨은 블록버스터 항체 의약품 레미케이드로 제약 부문 매출의 약 20%를 올리고 있다. 램시마의 오리지널 제품인 레미케이드는 2014년 세계시장에서 98억8500만 달러(약 12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세계 판매액 기준 3위에 오른 블록버스터 항체 의약품이기도 하다.

항체 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세계 최초로 성공한 셀트리온이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거대 다국적 제약사의 강력한 경쟁자로 일컬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 제약 시장에서는 항체 의약품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을 보유한 기업은 핵무기를 보유한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셀트리온은 10여 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바이오 기업이다. 한국 제약 바이오산업의 미래를 연 것은 물론 바이오산업이 전자·정보기술(IT) 산업의 뒤를 잇는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비결2
인적자원·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의 새 역사 썼다
셀트리온은 인천 송도의 허허벌판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최첨단 항체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건설했다.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1조5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했다. 대부분의 자금은 해외에서 조달해 국내에 전량 투자했고 우수 인력을 고용, 일자리를 창출했다.

2000년 창업 초기 2명으로 시작한 셀트리온은 현재 1100여 명의 고급 인력이 일하는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젊은 대학생이 가장 입사하고 싶어 하는 회사 상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임직원에게 국내 최고의 처우와 복지를 유지하고 있다. 우수한 생명공학 연구·개발 인프라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그 결과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들도 도전하지 못했던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신시장을 만들어 냈고 시장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셀트리온이 개발한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2012년 7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품 허가를 획득했다. 2013년 8월에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제품 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은 유럽에서의 대성공으로 대한민국 의약품 수출의 첨병이 됐다. 셀트리온은 2015년 의약품 수출로 ‘3억 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이는 한국 제약 바이오산업 역사상 최초의 일이었다.

유럽에서 램시마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셀트리온의 파이프라인에 대해 세계 제약업계와 의료인의 관심이 집중됐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 대한 램시마 치료 결과가 유럽 크론병 및 대장염학회(ECCO)에서 발표된 데 이어 미국 소화기학회(DDW)에서 램시마의 처방 사례가 발표되는 등 각종 학회 발표가 이어졌다.

세계적 학술지 GUT는 램시마 비교 연구를 다뤘고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는 셀트리온의 인플루엔자 항체 신약 연구 결과를 게재하기도 했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NICE)를 비롯한 세계 각국의 의료기관도 램시마 우선 사용을 장려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학계와 의료기관의 긍정적 평가 및 의약품 사용 권고 발표에 따라 램시마의 유럽 시장점유율 확대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의 새 역사 썼다
(사진) 셀트리온이 개발한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셀트리온 제공

◆비결3
뛰어난 가격 경쟁력 및 세계가 인정한 효능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의 새 역사 썼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세계 최대의 바이오 의약품 시장인 미국 진출에 성공하면서 고속 성장기에 진입했다.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램시마의 미국 판매 허가를 받고 11월부터 북미권 파트너사인 화이자와 협력해 본격 판매를 개시한 것이다.

램시마는 올해 1분기 미국에서 1700만 달러(약 192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둘째 제품인 유방암 치료제 ‘허쥬마’는 2014년 1월 한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글로벌 허가 절차에 들어갔다.

셋째 제품인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는 2016년 10월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은데 이어 올해 2월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트룩시마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미국 FDA로부터도 제품 허가를 받게 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미국 FDA에 제출한 트룩시마의 바이오 의약품 품목 허가 신청이 받아들여졌다고 6월 29일 발표했다. 승인을 받게 된다면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분야뿐만 아니라 항암 분야에서도 입지를 굳히게 된다.

트룩시마의 미국 유통을 담당할 테바의 폴 리트먼 항암제 부문 부사장은 “셀트리온의 트룩시마 미국 허가 신청으로 미국의 환자들에게 항암제 바이오시밀러 치료 기회가 한 걸음 가까워졌다는 것을 알리게 돼 무척 기쁘다”며 “트룩시마는 암·류마티스관절염 등 중대 질환 분야에서 바이오 의약품과 화학 의약품을 아우르는 테바의 독특한 의약품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우성 셀트리온 대표는 “램시마에 이어 트룩시마가 FDA의 승인을 받게 되면 보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고품질의 의료 혜택을 미국의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허가 승인 및 출시까지 여러 절차가 남아 있지만 유럽에서와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트룩시마가 조기에 허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다시 한 번 대규모 생산 설비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3공장 신설과 1공장 증설을 위해 약 325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램시마 판매량 증가와 트룩시마·허쥬마 등의 생산량 증가, 향후 계획한 신제품 개발에 따른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조치였다.

트룩시마는 현재 영국·한국·독일·네덜란드·스페인·아일랜드 등을 필두로 글로벌 론칭을 본격화하고 있다. 허쥬마는 2016년 10월 글로벌 판매를 위해 EMA에 승인을 신청했다.

셀트리온은 또한 램시마(정맥주사 제형)의 피하주사 제형인 램시마SC 임상에 돌입했다. 또한 블록버스터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 바이오 의약품인 ‘휴미라’와 대장암 치료 바이오 의약품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의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뿐만 아니라 자체 바이오 신약 연구 및 개발 역량 확대에도 힘쓰고 있다.

셀트리온은 현재 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개발 중인 종합 독감 항체 치료제 신약에 대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간염 및 광견병과 같은 각종 감염성 질환 치료제와 독감 백신 등 다양한 바이오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의 새 역사 썼다
▶용어 설명
항체 의약품 : 바이오 의약품은 크게 항체 의약품, 단백질 의약품, 천연물 의약품, 세포 치료제 등으로 나뉜다. 항체 의약품은 유전자공학 기술을 활용해 만든 항체를 활용해 질병의 원인 물질만 표적 치료하는 의약품이다. 질병 원인 물질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효과가 우수하면서 부작용은 적다.

항체 바이오시밀러 : 항체 의약품의 복제약으로 오리지널에 비해 효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큰 의약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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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