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커스:혁신 공기업 탐방① -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인터뷰]
3년 후부터 노후 시설 급증…시설 관리 제대로 돼야 경제성장도 가능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시설물 관리도 건축만큼 중요해”
(사진)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한국시설안전공단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한국은 최근 3~4년 전부터 시설물 노후화 문제가 본격 대두되기 시작했다. 시설물을 건축하는 것만큼 이제는 관리가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은 이번 공공기관 경영 평가에서 각고의 노력 끝에 A등급 성적표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시설안전공단을 최고의 공공기관 중 하나로 재탄생시키겠다는 하나의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이제 그는 시설물 관리의 중요성을 더욱 널리 알리겠다는 새로운 계획을 갖고 있다.

머지않아 ‘시설물 관리 시대’가 본격적으로 올 것이라며 시설안전공단의 중요성도 해를 거듭할수록 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시설물 관리의 중요성을 미국의 사례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미국은 1980년대부터 시설물 노후화에 대한 중요성이 제기돼 왔지만 적시에 대응하지 못해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상황이다.

강 이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시설물 재건에 1조 달러를 쓰겠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7조 달러 정도를 투입해야 재건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시설물 노후화가 결국 미국의 경제력을 갉아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만약 예전부터 시설물 관리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대응했다면 보다 효율적인 비용으로 시설물을 재건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설물 안전’을 모토로 출범한 공단의 역할이 최근 들어 계속 확대되고 있습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 후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만들어진 게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이른바 시특법입니다. 시특법에 따라 시설안전공단이 설립됐고 국가의 주요 1,2종 시설물 8만여 개를 관리해 왔습니다. 그런데 ‘시특법’이 전면 개정돼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입니다. 법명도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으로 바뀌었습니다.

법명을 바꿔 전면 개정한 취지는 시설 관리가 기존의 안전성 관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즉, 원래 만들어진 성능을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라는 방향으로 바뀐 것입니다. 이에 따라 기존 재난법상에서 규율을 받던 특정 시설물들이 ‘3종 시설물’로 내년 1월부터 시특법에 새로 편입됩니다. 약 20만 개 규모로 이 역시 시설안전공단에서 관리할 계획입니다.”

▶취임 이후 일관되게 시설물 정책은 이제 건설 중심에서 성능 관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한국은 1970년대부터 쉬지 않고 건설을 했습니다. 즉 시설물은 만들 만큼 만들어 놓은 상태라는 얘기입니다. 이제는 건설 우선에서 탈피해 이미 만들어 놓은 시설물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 설계하고 건설했을 당시의 성능을 유지하면서 오래 안전하게 사용하는 성능 관리에 주력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건설과 관리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쫓아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시대 변화에 맞게 국가 정책과 제도도 바뀌어야 합니다. 하지만 오래 유지돼 온 건설 위주 정책이 금방 바뀌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언론에 홍보도 하고 공무원을 비롯한 정책 당국자들을 만나 계속해 이를 설득하는 중입니다.”

▶시설물의 성능 유지·관리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도로나 교량은 낡았다고 해서 헐고 새로 짓기가 쉽지 않습니다. 효용 가치를 높여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1996년 철거된 당산철교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당시 철거 후 재건축에 들어간 비용보다 공사가 진행된 3년 동안 지하철 2호선이 순환선 역할을 못한 데 따른 사회적 손실이 훨씬 더 컸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시설물을 방치하면 사회적인 손실도 큽니다. 지난해 우리 공단이 관리하는 시설물 정보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1, 2종 시설물의 가치를 추산해 보니 약 66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여기에 기타시설·산업시설·복지시설·교육시설 등을 더하면 한국 전체 시설물의 경제적 가치는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회계상 노후화에 따른 감가상각 손실을 연 5% 정도로 볼 때 이를 유지·관리하지 않고 내버려 두면 매년 약 200조~300조원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시설물 관리는 가치 있는 투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의 시설물 노후화는 현재 어느 정도까지 진행된 상황인지요.

“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시설물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보면 시설물의 평균수명은 약 40년 정도입니다. 30년이 넘으면 노후 시설물로 분류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따라서 1970년대에 지은 시설물은 수명이 다해 철거나 재개발 대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1990년도부터 시설물 건설이 급증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앞으로 3년 후면 지은 지 30년이 되는 노후 시설물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시설물 노후화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앞으로 시설안전공단을 어떻게 이끌어 갈 계획입니까.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 14개 주요 기관중 13개가 건설을 전담하는 조직입니다. 시설을 관리하는 조직은 우리 공단 하나입니다. 비로소 시설안전공단이 주요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시설 관리를 더욱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공단 내부에 국가시설관리본부를 만들었습니다. 향후 예산과 인력 구조를 최적화할 계획입니다. 또한 내진 안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가내진센터를 설립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문을 열어 모든 시설물들이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시설안전공단의 늘어나는 업무에 비해 인력 충원이 적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경영 평가에서도 A등급을 받아 최우수 공공기관이 된 만큼 반드시 필요한 예산과 인력이 함께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약력 : 1960년생. 고려대 토목공학과 졸업. 미국 오번대 토목공학 박사. 1998년 고려대 토목환경공학과 학과장. 2005년 한국강구조학회 이사. 2009년 한국구조물진단유지관리공학회 부회장. 2016년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현).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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