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문화공간 ]
기업 도서관·체험관 등 ‘공간 마케팅’에서 ‘사회공헌 활동’으로 진화
도심 속 '이색' 문화공간, 숨은 주인공은 누구?
(사진)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개장한 ‘별마당 도서관’./신세계그룹 제공

[한경비즈니스= 김민지 인턴기자] 최근 기업들이 앞다퉈 도심 속 열린 문화 공간을 조성하고 이를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장해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고객 체험형 문화 공간을 구성하는 것은 소비자의 방문을 유도하는 ‘공간 마케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휴식·재미·비주얼 등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일 요소들을 한 공간에 녹여 소비자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한다.

기업은 공간을 활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한다. 특히 기업의 정체성을 담은 공간을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해 소비자와 기업 간 친숙도를 높인다.

기업들이 사회공헌 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신진 예술가들과 사회 취약 계층 지원에 중점을 두는 사례도 늘고 있다.


◆ SNS 인기 장소로 꼽힌 ‘별마당 도서관’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5월 개관한 ‘별마당 도서관’은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대형 도서관이다. 별마당 도서관은 13m 높이의 대형 서가 3개와 5만여 권의 장서, 총 400여 종의 잡지를 갖췄다. 최근 하루 평균 700여 권의 책이 도서관에 기부되고 있을 만큼 고객들의 관심도 뜨겁다.

별마당 도서관은 단순히 독서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월별·요일별 테마를 정해 다채로운 문화 나눔 행사를 전개하는 문화 체험 공간이다.

한국 문학계의 거장 고은 시인과 혜민 스님 등 여러 명사가 별마당 도서관을 찾아 강연을 진행했다. 첼리스트 송영훈,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을 초청해 음악회를 열어 방문객들이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휴대전화를 끄고 정숙해야 할 여타 도서관과 달리 별마당 도서관은 코엑스몰의 모든 통로가 만나는 중심지에 위치해 끊임없이 북적인다.

신세계그룹 홍보 담당자는 “문화와 휴식을 갖춘 열린 도서관을 찾는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면서 “지역 명소를 넘어 지역 상권 발전까지 이끌 수 있는 시설이자 만남의 장소로 열린 도서관이 최적이라고 판단해 별마당 도서관을 설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심 속 '이색' 문화공간, 숨은 주인공은 누구?
(사진) 분당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에 들어선 ‘네이버 라이브러리’./네이버 라이브러리 제공

‘네이버 라이브러리’도 지역의 명소로 발돋움했다. 분당구 정자동에 자리한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의 1·2층은 시민들에게 개방된 열린 도서관이다.

네이버 라이브러리 담당자는 “온라인을 통한 정보 접근 기회를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고 오프라인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네이버 사옥 그린팩토리에 도서관을 설립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개방했다”고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네이버 라이브러리는 도서관·서점·북카페를 결합했다. 도서관 이용객들은 책이 있는 공간의 장점을 모두 경험하고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다.

정보기술(IT)과 디자인 분야의 전문 도서 중심으로 약 2만5000권의 장서를 보유한 네이버 라이브러리는 매월 4300여 명이 이용하고 있다. 특히 카페와 함께 3800여 권의 매거진을 볼 수 있는 1층 매거진룸은 월평균 5만여 명이 방문한다.

네이버 라이브러리는 노인과 장애인 등 다양한 사회 취약 계층을 고용해 사회공헌 활동도 펼치고 있다.

네이버는 2010년부터 성남 시니어클럽과 연계해 노인 인력을 고용해 왔다. 특히 네이버 라이브러리의 ‘카페&스토어’는 발달장애인 고용 기업 ‘베어베터’와 함께 연계해 운영된다. 발달장애 청년들이 바리스타와 매거진 사서 등으로 근무하며 이곳에서 발생한 수익금은 모두 발달 장애인을 위해 기부된다.


◆ 브랜드를 체험하는 신개념 문화 공간
도심 속 '이색' 문화공간, 숨은 주인공은 누구?
(사진) 기아자동차의 첫 브랜드 체험 공간 ‘비트(BEAT) 360’./연합뉴스

청담동 명품거리 초입에 자리 잡은 ‘비트(BEAT) 360’은 기아자동차가 6월 말 새롭게 선보인 복합 브랜드 체험 공간이다. 7월 18일 방문 고객 1만 명 돌파 기념 이벤트를 진행한 비트 360에선 기아자동차의 미래 모빌리티 기술과 브랜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비트 360은 카페·가든·살롱 등 3가지 공간 테마로 구성됐다. 원형 트랙으로 각 공간을 연결해 고객들은 트랙의 동선을 따라 걸으면서 비트 360을 관람할 수 있다.

방문객들은 비트 360에서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고 소통해 즐거움과 영감을 얻어간다. 비트 360에는 전문 스토리텔러 ‘도슨트’가 대기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도슨트로부터 브랜드와 상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한 ‘홀로 렌즈’ 혼합현실(MR) 기술을 활용해 차량별 핵심 특장점을 소개하는 ‘디지털 도슨트 투어’ 프로그램에도 참가할 수 있다.

기아자동차는 고객들이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행사도 마련했다. 비트 360 카페 공간에 있는 커뮤니티 라운지에선 ‘심야 책방’, ‘스토닉 트래블 클래스’ 등 다양한 고객 참여형 문화 프로그램을 월 1~2회 운영한다.

카페 한쪽에 마련된 아틀리에에선 신인 아티스트를 정기적으로 소개하고 그들의 예술 작품을 전시한다. 특히 기아자동차와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한 예술 작품들을 전시해 관람객들에게 영감을 주는 데 힘쓰고 있다.

◆ 컨테이너박스가 만들어 낸 문화 공간
도심 속 '이색' 문화공간, 숨은 주인공은 누구?
(사진) 창조적 공익 문화 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언더스탠드에비뉴 제공

서울시 성수동 서울숲으로 향하는 길목에 알록달록하게 쌓아 올려진 116개의 컨테이너가 보행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컨테이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방문객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이곳은 롯데면세점이 성동구·문화예술사회공헌네트워크(ARCON)와 상생해 설립한 창조적 공익 문화 공간 ‘언더스탠드에비뉴(UNDER STAND AVENUE)’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청소년들의 성장과 자립을 돕는 ‘유스스탠드’, 초기 인프라가 부족한 창업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오픈스탠드’, 누구나 예술을 즐길 수 있는 문턱 낮은 문화 공간 ‘아트스탠드’ 등 각기 다른 가치를 담은 7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언더스탠드에비뉴 조성은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에 대한 필요성으로 시작됐다. 이해와 노력을 통해 취약 계층이 자립하는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되겠다는 의미를 담아 다양한 사회 이슈의 대안을 꾸준히 모색한다.

언더스탠드에비뉴의 목표는 취약 계층의 잠재 능력 발굴과 성장, 자립을 돕는 공간인 동시에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심 속 문화 쉼터가 되는 것이다. 특히 놀이를 통해 더 많은 시민과 즐겁게 소통하는 쉼터가 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았다.

언더스탠드에비뉴는 또 사회적으로 자립이 필요한 학교 밖 청소년, 이주 결혼 여성 등에게 직업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와 함께 그림책 전시, 미디어 아트, 시 낭독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진행해 시민들이 함께 즐기고 문화 예술을 공유하는 장으로서의 역할도 한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지역 주민 김명진 씨는 “서울숲역에서 내리면 집에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게 되는 유휴지로 연못과 풀숲이 우거진 곳이었는데 어느 날 색색의 컨테이너가 하나둘 놓이기 시작하더니 그다음에는 재미있는 제품을 구경하는 재미를 느끼게 됐다”며 “각 공간이 특별한 의미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지역 주민으로서 이런 열린 문화 공간이 생긴 것이 반갑다”고 말했다.


evelyn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