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132호 (2017년 08월 09일)

필라이트·피츠, 승부는 지금부터…맥주시장 판 바꾸나

[스페셜 리포트 : 맥주 전쟁]
‘신제품’ 피츠·필라이트 돌풍…‘선호도 1위’ 오비, 카스 디자인 교체로 수성 나서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수입 맥주 공세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국산 맥주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신제품이 기대 이상의 흥행에 성공하면서 시장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롯데주류의 신제품 ‘피츠 수퍼클리어’는 출시 한 달 만에 1500만 병이 팔려 나갔다. 하이트진로가 선보인 국내 최초 발포주 ‘필라이트’는 월등한 가성비로 두 달 만에 1000만 캔이 팔렸다.

국산 맥주 선호도 1위 브랜드인 오비맥주의 ‘카스’는 올 초 제품 출시 이후 처음으로 병 디자인 등을 완전히 바꾸며 왕좌 굳히기에 나섰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맥주 시장 규모는 수입 맥주를 포함해 4조원대다. 국산 맥주 시장은 오비맥주가 업계 추산 약 60%로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이어 하이트진로(약 30% 초중반)와 롯데주류(약 4~5%)가 시장을 나눠 갖고 있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수입 맥주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30%대에 그쳤다. 하지만 최근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의 유통 채널에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다양한 수입 맥주가 등장하면서 국산 맥주의 아성이 무너지는 추세다.

국산 맥주는 제품 원가에 판매관리비·영업비 등을 합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긴다. 반면 수입 맥주는 수입 원가와 관세를 합한 것이 과세표준이 된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춘 수입 맥주가 속속 등장하는 이유다.

특히 내년 1월에는 미국 맥주에 대한 관세가 사라진다. 7월부터는 유럽연합(EU)에서 수입하는 맥주에도 무관세가 적용된다. 올 들어 수입 맥주 판매량이 국산 맥주 점유율을 처음으로 넘어서면서 국산 맥주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56.6%였던 국산 맥주 판매 점유율은 올해 7월 누적 기준 49.7%로 수입 맥주에 뒤처진 상태다.


그래픽=윤석표 팀장

여기에 최근 정부가 소규모 양조장이나 브루펍(양조 시설을 갖춘 펍) 등 소규모 제조자가 만든 수제 맥주도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유통 채널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기존 브랜드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출시된 국산 맥주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맥주 성수기인 8월 점유율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필라이트, ‘가성비 갑’ 돌풍


(사진) 8월 2일 필라이트 출시 100일을 맞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설치된 코끼리 캐릭터 ‘필리’ 조형물. /하이트진로 제공

국산 맥주 전쟁은 하이트진로가 4월 25일 국내 첫 발포주인 필라이트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필라이트는 6월 말 기준 누적 판매량 48만 상자, 1267만 캔을 기록하며 출시 두 달 만에 1000만 캔 판매를 돌파했다.

필라이트는 출시 이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서 ‘가격 대비 훌륭’, ‘가성비 갑’ 등의 타이틀로 입소문을 타면서 꾸준한 관심을 받아왔다. 판매 첫 주말부터 주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초기 물량 6만 상자(1상자=355mL×24캔)가 20일 만에 완판됐다.

하이트진로는 제품 출시 초반 폭발적 인기를 계기로 기존 계획보다 생산량을 대폭 늘렸지만 일부 매장에서는 여전히 ‘품절대란’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필라이트는 초기 완판 이후 40여 일 만에 추가로 42만 상자가 판매됐고 현재 판매 속도는 초기 완판 속도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7월 말 누적 기준 판매량은 총 120만 상자에 달한다. 1초에 4캔씩 판매된 셈이다.

필라이트가 가정용 캔과 페트 제품만 출시된 점을 고려할 때 이례적인 속도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필라이트는 하이트진로의 주류 제조 노하우로 만든 제품으로, 알코올 도수는 4.5도다. 100% 아로마 호프를 사용하고 맥아와 국내산 보리를 사용해 깨끗하고 깔끔한 맛과 풍미를 살려낸 것이 특징이다.

출고 가격은 355mL 캔 기준 717원으로, 동일 용량의 기존 맥주 대비 40% 이상 저렴하다.

필라이트의 네이밍은 ‘가성비의 놀라움을 느껴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패키지 디자인은 모던함과 트렌드를 함께 표현했다. 간결한 서체는 제품이 가진 깔끔한 맛을 강조했다. 그린 컬러를 바탕으로 날아가는 코끼리 캐릭터를 통해 가격의 가벼움을 표현했다.

발포주는 20여 년 전 일본 주류 시장에 새롭게 등장했다. 기존 맥주 제조 공법에 맥아 등 원료 비율을 달리해 원가를 낮추면서도 품질을 맥주와 동일하게 유지한 제품이다.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 소비자의 부담을 줄이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발포주는 맥아·보리 이외의 것을 원료로 하는 제3맥주와 함께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6년 기준 일본 주류 시장에서 발포주의 비율은 약 45%에 달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혼술·홈술·캠핑 등의 트렌드와 가성비에 주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필라이트의 인기가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며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으로 소비하는 고객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츠, ‘수퍼 이스트’로 끝까지 깔끔한 맛


(사진) 출시 한 달 만에 1500만 병 판매를 돌파한 피츠 수퍼클리어. /롯데주류 제공

롯데주류가 6월 1일 출시한 피츠 수퍼클리어도 특유의 청량감과 깔끔한 끝맛을 인정받으며 국산 맥주 시장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피츠 수퍼클리어는 출시 한 달 만에 1500만 병(330mL 기준) 판매를 돌파했다. 속도로 환산하면 1초에 약 6병, 하루에 약 50만 병씩 팔린 셈이다. 판매된 피츠 수퍼클리어 1500만 병을 일렬로 세운 길이는 약 3400km로, 한국에서 가장 긴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를 약 4번 왕복하고도 남는 수치다.

롯데주류는 우수한 제품력과 다방면으로 노력한 영업, 마케팅, 홍보 활동을 출시 초반 인기의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올해 롯데주류의 맥주 매출 목표량은 ‘클라우드’ 900억원, 피츠 700억원이다. 프리미엄과 스탠더드 시장을 모두 가져가며 향후 시장점유율 15%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피츠 수퍼클리어는 알코올 도수 4.5도의 유러피언 스타일 라거 맥주다. 공법과 원료 선택에 심혈을 기울여 제대로 만든 맥주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피츠 수퍼클리어가 추구하는 맛은 ‘끝까지 깔끔한 맛’이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맥주 발효 시 온도 관리를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하거나 좋은 원료를 사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이미(異味)’, 이른바 잔미를 없애는 데 중점을 뒀다.

롯데주류는 이를 위해 자체 개발한 고발효 효모인 ‘수퍼 이스트’를 사용, 발효도를 90%(일반 맥주 발효도 80~85%)까지 끌어올려 잔당을 최소화해 특유의 깔끔한 맛을 구현했다.

또한 유럽에서 주로 사용하는 공법이자 기존 클라우드에 사용한 공법인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피츠 수퍼클리어에도 적용해 롯데 맥주의 정체성을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은 발효 후 맥주 원액(맥즙)에 추가로 물을 타지 않은 공법이다. 발효 원액 그대로를 제품화하는 맥주 제조 공법을 뜻한다.

제품명 피츠는 ‘꼭 맞다’, ‘적합하다’ 등의 뜻을 지닌 ‘피트(Fit)’를 활용해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 함께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는 최고의 맥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라벨 디자인은 맥주 특유의 시원함을 강조하기 위해 실버와 블루를 사용했다.

또한 알파벳 ‘F’를 역동적 형태로 디자인해 부드럽게 넘어가는 맥주의 속성을 강조했다. 제품명의 컬러는 한국 맥주의 편견을 깨는 진취적인 레드 컬러를 선택했다. 여기에 도약하는 한국 대표 맥주의 자부심을 상징하는 호랑이를 모티브로 적용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피츠 수퍼클리어는 수차례의 조사를 거쳐 한국 소비자의 입맛에 꼭 맞게 만든 제대로 된 맥주”라며 “한국을 대표하는 맥주 브랜드로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스, 패키지 리뉴얼로 정체성 강화


(사진) 카스의 이동형 체험공간인 ‘프레시 스테이션’. /오비맥주 제공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 브랜드 선호도 1위인 카스의 제품 디자인 등을 더욱 역동적으로 바꾸며 경쟁 제품을 압도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올해 1월 말 소비 트렌드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1994년 제품 출시 이후 처음으로 카스 병 자체를 완전히 교체했다.

새로운 카스 프레시 병은 첨단 기술을 적용해 입체적이고 실용성을 강화한 형태로 재탄생했다. 병의 어깨 자리에 ‘CASS’ 로고를 양각으로 새기고 병의 몸통 부분을 안으로 살짝 굴곡진 V자 형태로 제작해 입체적으로 재탄생시켰다.

또한 몸통 부분의 굴곡과 정확히 일치되게 V모양의 라벨을 붙여 참신하면서도 역동적인 브랜드 고유의 이미지를 극대화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오비맥주는 특히 500mL들이 카스 병을 기존 병에 비해 약 30g 정도 가볍게 바꿨다. 기존 대부분의 맥주병이 일직선 형태의 평면이었던 반면 새로운 병은 음용 또는 운반 시 가장 접촉이 많은 몸통 부분이 안으로 파여 있어 소비자가 손으로 잡기 한결 수월하고 보관과 운송도 용이하다.

오비맥주는 카스의 병 제품뿐만 아니라 캔에도 혁신 기술을 도입했다.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업계 최초로 캔맥주를 훨씬 더 편리하게 따를 수 있는 ‘프레시 탭’ 기술을 카스 캔 제품에 적용했다.

오비맥주의 글로벌 본사인 AB인베브가 보유한 특허 기술인 프레시 탭은 일반 캔과 달리 캔 상단에 별도의 작은 숨구멍(벤트 홀)을 특수 설계해 음용 시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장치다.

캔을 개봉한 후 뒤쪽에 있는 작은 탭을 한 번 더 눌러주면 공기 순환을 도와주는 작은 환기구가 열리고 이를 통해 맥주의 흐름이 원활해져 일반 캔맥주와 다른 음용감을 선사한다는 설명이다.

오비맥주는 또한 젊음과 신선함을 상징하는 카스 고유의 푸른색을 프레시 탭에 입혀 카스만의 브랜드 정체성도 극대화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프레시 탭은 소비자 편의와 재미 요소를 더한 것뿐만 아니라 기존의 캔 뚜껑보다 7.4% 가벼운 친환경 포장재”라며 “새로운 제품 디자인 등은 수입 맥주의 공세가 거세지는 국내 맥주 시장에서 카스만의 독보적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주 3사 수장은 누구

◆김도훈 오비맥주 사장


김도훈(본명 프레데리코 프레이레) 오비맥주 대표이사 사장은 1971년생으로, 브라질 페르남부코 연방대 전자공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브라질 현지 MBA 과정을 거쳐 프랑스 인시아드, 미국 와튼&켈로그에서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했다.

김 대표는 1996년 세계 1위 맥주회사인 AB인베브에 입사해 브라질 북동 지역에서 시장 변화를 이끈 지역 영업 임원을 거쳐 약 18년 동안 생산·구매·물류·영업 등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김 대표는 2010년 중국으로 옮겨 현지 유기 농산물 확대 전략 수립 및 7개의 ‘그린필드’ 사업을 주도했다. AB인베브 중국법인 통합 및 확장 부문 부사장으로 재직하다가 2014년 11월 오비맥주의 신임 대표이사 사장에 임명됐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은 1962년생으로, 배재고와 연세대 수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경영대학원에서 MBA 석사학위도 땄다.

김 대표는 1989년 하이트맥주(현 하이트진로)에 입사했고 2011년 하이트진로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품질관리’와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퀸즈에일·자몽에이슬·망고링고·이슬톡톡 등 시장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을 선보이며 주류 시장의 성장을 이끌었다. 올해 4월에는 엑스트라콜드 공법을 적용한 ‘하이트 엑스트라콜드’를 새롭게 출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하이트진로 창립 100주년인 2024년 글로벌 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소주 세계화’를 선언하기도 했다. 2024년 소주의 해외 매출을 현재보다 4배 정도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종훈 롯데주류 대표이사


이종훈 롯데주류 대표이사 전무는 1962년생으로, 경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 대표는 1987년 오비맥주에 입사해 2009년 두산주류가 롯데에 인수되면서 롯데주류 영업전략팀장, 롯데주류 경인영업부문장(상무), 롯데주류 영업총괄본부장(전무) 등을 역임했다.

이 대표는 두산주류 때부터 영업에서 잔뼈가 굵은 영업 전문가다. 주류업계 영업 현장에서 쌓아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롯데주류의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을 비롯해 2014년 출시한 ‘클라우드’를 시장에 안착시키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대표는 피츠 수퍼클리어 출시에 앞서 “올해 안에 클라우드 900억원, 피츠 수퍼클리어 700억원의 판매 실적 달성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맥주 전쟁’ 스페셜 리포트 기사 인덱스]
-필라이트·피츠, 승부는 지금부터…맥주시장 판 바꾸나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장 “필라이트, 맥주계의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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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8-0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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