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제 1132호 (2017년 08월 09일)

“PB는 마트에만 있는 게 아니야” 호텔 PB의 세계

[트렌드 -호텔 PB 상품]
브랜드 이미지 구축부터 수익 모델 다각화까지…효자 역할 하는 호텔 PB


(사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리뉴얼 스위트룸/ 웨스틴조선호텔 제공

[한경비즈니스= 김영은 기자] “여기가 우리 집이었으면 좋겠다.” 특급호텔에서 편안한 하루를 보내본 사람이라면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실제로 호텔의 라이프스타일을 집에서도 누리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호텔에서도 수요에 맞춘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내놓고 있다.

과거 호텔 PB 상품이 로고가 새겨진 인형 등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PB 상품이 다양해지는 추세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초점을 맞춘 대형 유통업체의 PB 상품과 달리 특급호텔은 브랜드 이미지를 담으면서도 상품화가 가능한 PB 상품을 개발하고 나섰다.

한 호텔 관계자는 “최근 ‘가치 소비’ 성향이 뚜렷해지면서 호텔의 라이프스타일을 집에서도 누리고자 하는 소비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호텔 PB 상품은 주로 최고 품질의 제품을 납품 받을 뿐만 아니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품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 직접 참여해 품질을 관리한다. 이 과정을 신뢰하는 소비자들이 호텔 PB 상품을 찾고 있는 것이다.

◆ 호텔 대표 상품 된 침구류

(사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헤븐리 베딩 컬렉션' 풀세트 구매 시 호텔 직원이 직접 집을 방문해 침구를 세팅해주는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제공

직장인 A 씨는 결혼을 앞두고 혼수로 호텔 침구를 구입했다. A 씨는 “호텔 침대에서는 왠지 숙면을 취하는 것 같고 호텔을 떠나고도 그 느낌이 기억에 남았다”며 “새하얀 호텔 침구로 내 집 침실을 꾸미면 집에서도 호텔 같은 느낌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구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텔 객실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침구는 대표적인 PB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침구 PB 상품으로 ‘헤븐리 베딩 컬렉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제품에는 호텔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타월, 목욕 가운, 거위털 이불, 거위털 베개, 헤드보드, 매트리스 등이 있다. ‘헤븐리 베드’는 웨스틴이 ‘천상의 수면’을 목표로 3000만 달러를 들여 개발한 것으로, 호텔업계 침대 전쟁에 불을 붙인 주인공이다. 매트리스 속 900개의 코일이 어떠한 자세에서도 신체 곳곳을 빠짐없이 받쳐주는 것이 헤븐리 베드의 특징이다.

조선호텔은 2013년부터 호텔에서 제공되던 ‘헤븐리 베딩 컬렉션’을 PB 상품으로 제작해 판매했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호텔 침구를 구매하고자 하는 고객의 요구에 따라 판매하기 시작했다”며 “고객의 집에서 호텔에서와 동일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호텔은 베딩 컬렉션의 인기가 높아지자 2016년부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조선호텔 베딩 팝업 스토어를 오픈했다.


(사진) 롯데호텔의 침구 PB 매트리스는 세계 3대 침대업체 중 하나인 시몬스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 롯데호텔 제공

롯데호텔도 2013년부터 침구 PB 상품인 ‘해온 베딩 패키지(he:on Beddi
ng Packag)’를 선보이고 있다.

해온 베딩 패키지는 크게 매트리스와 침구류로 구성되는데, 매트리스는 세계 3대 침대 업체 중 하나인 시몬스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해온 매트리스는 탄력과 복원력이 뛰어나 안락한 수면을 제공하는 코지 폼(Cozy foam)과 최고급 100% 순수 양모 및 원적외선이 스트레스와 피로를 풀어주는 첨단 섬유를 사용했다. 특수 공법을 도입해 매트리스가 전신의 각 부위를 골고루 지지해 주며 ‘더블 포켓 스프링’이 인체의 라인을 잘 받쳐준다.

침구 세트는 최상의 휴식과 숙면을 위해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뛰어난 기능성 소재로 구성됐다. 베개와 이불은 실내 공기의 변화에 따라 소재 자체의 온도와 습기를 조절하는 특성을 지닌 거위털만 사용해 만들었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양질의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침구류도 숙면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점에 착안해 상품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 브랜드 이미지 담은 상품으로 진화

(사진) 더플라자의 PB상품 'P컬렉션'은 시즌별로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였다. / 더플라자 제공

호텔이 추구하는 브랜드 정체성과 이미지를 담은 상품을 구성해 판매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먼저 한화호텔앤리조트의 부티크 호텔 더 플라자는 2016년부터 특급호텔 전문가들이 직접 만든 다양한 PB 상품을 선보여 왔다. 더 플라자호텔의 대표 상품인 ‘P 컬렉션’은 다른 곳에서 구매할 수 없는 차별화된 상품을 시리즈로 구성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16년 1월, 처음으로 선보인 P 컬렉션 시즌 1은 더 플라자의 시그니처 향기인 유칼립투스 향을 베이스로 한 디퓨저다. 시즌 2는 호텔에서 제공하는 최고급 목욕 가운을, 시즌 3는 일본 자작나무 장인이 제작한 젓가락으로 선보였다.

더 플라자는 앞선 P 컬렉션 제작 노하우를 바탕으로 호텔 객실에 비치된 베개와 이불 등의 침구류를 P 컬렉션 시즌 4로 판매할 예정이다.

호텔 내부 연구진을 통해 자체 개발부터 최종 제작까지 진행될 침구류는 거위털 100%와 순면, 최고급 패브릭 등을 사용해 편안한 잠자리를 선사하는 상품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더 플라자 내 PB 상품 제작 및 판매를 담당하는 호텔 관계자는 “최근 호텔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호텔의 가치를 집에서도 느끼고 싶어하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며 “호텔 내에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 포진해 있는 만큼 앞으로도 한 단계 고급스러운 상품을 기획 판매, 고객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 경원재 앰배서더는 호텔 가구 제작을 담당한 임충휴 칠기명장의 작품을 판매하고 있다. / 경원재 앰배서더 제공

5성급 한옥 호텔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에서는 오색영롱한 자개 빛이 아름다운 임충휴 칠기명장의 소품과 가구를 선보이고 있다.

한옥 호텔의 특성을 살려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이 담긴 옻칠 및 나전칠기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경원재 앰배서더는 건축 단계에서부터 국내 전통 명장들이 다수 참여해 한옥 건축의 완성도를 높였다.

그중 임충휴 명장은 호텔 스위트 객실에 비치된 가구의 옻칠과 호텔 곳곳에 비치돼 있는 나전칠기 작품 제작을 담당했다. 이곳에서는 옻칠 수저 세트에서부터 자개 작품인 연필꽂이·경대·보석함·이층장 등을 구매할 수 있다.

호텔 관계자는 “천연 옻칠을 한 수저 세트는 은은한 광택과 향이 좋고 자연 살균력과 방수·방습성이 뛰어나 30~40대 여성 고객에게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사진) 웨스틴조선호텔 비벤떼 커피 개발에 참여한 왕은아 바리스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제공

호텔에서 맛보던 식문화를 집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한 식품 PB 상품들도 인기다. 최근 들어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것은 바로 커피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마시던 커피를 집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됐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호텔 창립 100주년을 맞이해 ‘비벤떼’ 커피를 출시하고 호텔 베이커리인 ‘조선델리’에서 커피콩을 판매하고 있다.

비벤떼 커피는 판매 목적보다 호텔 레스토랑에서 좋은 커피를 서비스하자는 게 목적이었다. 커피가 부드럽고 향이 좋아 고객들로부터 구입 문의가 쇄도하면서 커피콩을 소량으로 판매하고 있다. 2016년 전체 비벤떼 사용량은 전년 대비 33% 늘어났다.

자체 식품 개발을 위해 연구·개발(R&D)센터까지 운영하는 호텔도 있다. 워커힐호텔은 1989년 호텔 최초로 호텔 내 김치연구실을 개설해 지금까지 김치의 맛과 영양을 연구해 왔다. 더욱 전문적인 생산을 위해 생산 시설을 자동화하고 위생 관리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수펙스 명품 김치’다. 워커힐은 김치뿐만 아니라 수제 초콜릿도 개발했다. 워커힐 R&D센터와 서울대 기술지주 자회사 BOBSNU가 협업해 ‘워커힐 수제 초콜릿’을 선보였다.
 
워커힐호텔의 R&D센터는 유통 구조의 변화와 주방 시스템의 선진화에 따른 인력의 최적 활용, 효과적인 구매 시스템의 도입 및 조리의 전산화를 연구할 계획이다.

◆ 수익모델 다각화, 신규고객 확보에 도움



호텔 PB 상품은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브랜드 이미지 포지셔닝을 통한 신규 고객 확보에 도움이 되고 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리테일 상품을 총괄하는 허정대 파트장은 “호텔 PB 상품을 통해 조선호텔이라는 브랜드를 대중에게 알리고 매출도 증대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의 해온 베딩 패키지도 2013년 출시된 지 6개월 만에 1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지난해 매출이 2015년 대비 20% 이상 상승하는 등 매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인기로 호텔 PB 상품의 유통 구조도 다양해지고 있다. 호텔뿐만 아니라 백화점·마트에서도 호텔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고 온라인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호텔 명품 김치로 유명한 ‘조선호텔 김치’는 호텔 외에도 신세계백화점·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SSG푸드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은 호텔업계 최초로 2016년 9월 호텔 공식 홈페이지에 쇼핑몰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홈페이지 내 이숍(E-shop)에서 다양한 시그니처 상품을 온라인으로도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선보이고 있다. 이숍 오픈 후 총매출은 2배 이상 늘었다.

워커힐호텔도 청정원과 업무 협약을 맺고 출시한 장향소스를 롯데·신세계·현대·갤러리아백화점 등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한 호텔 관계자는 “호텔 PB 상품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등 국제 환경적 이유로 줄어든 외국인 관광객과 과도한 공급 경쟁에 따른 수익 악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고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시작된 호텔 PB 상품이 어느새 호텔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자리 잡은 것이다.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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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일시 : 2017-08-0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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