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 광고 시장의 변화]
‘페이스북 어워드’ 한국 캠페인 첫 본상 받은 TBWA코리아
“모바일 광고의 생명력은 ‘3초의 감동’, 플랫폼·소비자 변화에 전략 맞춰야”
"모바일 광고, 플랫폼·소비자 변화에 전략 맞춰야"
[한경비즈니스=정채희 기자] “세상에 없던 신발, #34. 라이트슈즈.”

글로벌 광고업계에서 최근 주목 받는 광고제로 떠오른 ‘페이스북 어워드’에서 한 달 전 승전보가 울렸다.

국내 신발 업체의 30초짜리 광고 캠페인이 ‘2017 페이스북 어워드’에서 한국 캠페인 최초로 본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었다. 전 세계 70개국에서 출품된 1500여 개 작품들과 겨뤄 얻은 값진 결과였다.

‘페이스북 어워드’는 왜 이 캠페인에 주목했을까. 페이스북코리아와 해당 캠페인을 제작한 에이전시인 TBWA코리아의 주역을 만나 이번 수상의 의의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에는 콘텐츠를 제작한 유병욱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번 캠페인 기획을 주도한 이숙인 TBWA코리아 디지털 아트 네트워크 본부장 그리고 박현석 페이스북코리아 에이전시 글로벌 세일즈 총괄이사와 서흥교 페이스북코리아 크리에이티브 샵전략 담당이사가 참여했다.
"모바일 광고, 플랫폼·소비자 변화에 전략 맞춰야"
(사진) 유병욱(왼쪽부터)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흥교 페이스북코리아 이사, 이숙인 TBWA코리아 디지털 아트 네트워크 본부장(상무), 박현석 페이스북코리아 이사. /이승재 기자

Q. ‘페이스북 어워드’는 아직 생소합니다. 광고업계에서 영향력 있는 광고제인가요.

서흥교 “페이스북 어워드는 올해로 6회를 맞았어요. 1년간 페이스북에서 진행된 전 세계 광고·마케팅 캠페인 중 페이스북의 광고 플랫폼을 가장 창의적으로 활용한 작품을 선정하는 행사죠.

페이스북은 광고 시장에 발을 들인 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광고 시장의 가장 강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어요. 다른 유명 광고제에 비하면 아직 생소할 수 있지만 소비자 영향력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죠.”

Q. 한국 최초로 본상을 수상한 작품은 어떤 캠페인이었나요.

유병욱 “ABC마트의 ‘세상에 없던 신발’ 캠페인은 TBWA코리아가 지난해 11~12월에 걸쳐 진행한 아이디어 공모형 캠페인이었어요. ABC마트의 슬로건인 ‘세상의 모든 신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해 기획했죠.

소비자에게 아이디어를 받아 신발을 만들어 주는 단순한 구조이지만 이들에게 일종의 놀이판을 깔아줘 소비자와 기업 간 활발한 소통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Q. 평가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서흥교 “기존 광고제는 인쇄부문 대상, TV부문 대상, 사이버부문 대상처럼 작품의 성격으로 분류해 왔어요. 페이스북은 평가지표를 아예 바꿨어요. 해당 콘텐츠가 얼마나 웃겼는지 또는 슬펐는지 소비자의 시각으로 기준을 바꾼 거죠.

페이스북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주요 수단인 ‘좋아요’, ‘슬퍼요’ 등의 공감 기능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TBWA코리아가 기획한 이번 캠페인은 웃음부문을 수상했습니다.”

Q. 이번 수상이 어떤 의미를 가집니까.

유병욱 “광고 시장에 모바일이란 새로운 전쟁터가 열렸어요. 전통 매체에서는 TBWA코리아가 성과를 입증해 온 것 같은데 디지털·모바일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증명을 하지 못했죠.

이번 수상으로 TBWA코리아의 디지털·모바일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식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 것 같아 내부에서도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어요.”
"모바일 광고, 플랫폼·소비자 변화에 전략 맞춰야"
Q. 페이스북 어워드에서 한국 수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기존 광고와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이숙인 “이번 프로젝트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콘텐츠 제작자인 TBWA코리아와 플랫폼 제공자인 페이스북이 많은 것을 협의했어요.

작년 초 양 사 경영진 간 미팅이 진행된 이후 하반기 프로젝트가 열릴 때까지 전사 차원에서 페이스북이란 플랫폼의 성격을 알기 위해 공부했고 어떤 성격의 캠페인이 페이스북 플랫폼과 맞을지도 고민했죠.”

Q. 기존에도 협업 방식으로 일이 진행됐나요.

서흥교 “과거 미디어 플랫폼은 광고시장에서 ‘유통채널’로만 쓰였어요. 지금은 콘텐츠가 워낙 많고 경쟁이 심화되다 보니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면 소비자의 관심을 끌어낼 수 없어요.

기준은 3초. 소비자가 3초 이상 콘텐츠를 봤다면 성공한 것이지만, 3초를 못 넘겼다면 불필요하다고 느낀 거예요. 소비자 성향이 피동적인 모습에서 능동적인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거죠.

소비자가 변했으니 광고 시장도 바뀌어야 하지 않겠어요. 페이스북은 다른 콘텐츠처럼 광고를 넘길 수 있어요. 소비자에게 우선권을 준 거예요.

미디어 플랫폼은 이제 단순히 광고를 얹히는 장소 역할만 하지 않아요. 소비자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기획부터 완성 단계까지 모든 과정을 협업하면 더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죠. 페이스북코리아와 TBWA코리아의 이번 협업이 좋은 본보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Q. 협업이 왜 필요할까요.

박현석 “사용자들은 페이스북에 하루 평균 14번 정도 접속해요. 회사 직원이 재미있는 조사를 했는데 한 사람이 손으로 페이지를 이동하는 높이를 누적해 보면 하루에 ‘자유의 여신상(46m)’ 하나를 올린다고 하더라고요. 매일 엄청난 콘텐츠를 소비하는 셈이죠.

이 중에서 선택받기가 얼마나 어려울까요. 3초 안에 소비자를 사로잡으려면 콘텐츠와 기술의 결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숙인 “모바일 광고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가장 많이 범하는 오류가 하나의 광고를 만들어 이것을 모든 플랫폼에 앉히는 거예요. 15초짜리 TV 광고를 5초로 줄여 모바일 플랫폼에 옮기거나 TV 광고에 쓴 가로형 콘텐츠를 세로로 자르는 식이죠.

이제는 소비자가 그 광고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파악해야 해요. 아직 소비자가 움직이는 속도만큼 시스템이 쫓아가지 못하고 있어요. 이 차이를 얼마만큼 줄이느냐가 성공의 지표가 될 거예요.”

Q. 이종 산업 간 협업, 갈등은 없었나요.

유병욱 “발상은 제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아이디어를 플랫폼에 최적화해 운영하는 것은 제 베스트 영역이 아니죠. 더 잘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힘을 빌리는 게 옳다고 생각했어요.

페이스북에서 모바일 환경에 따른 몇 가지 조언을 해줬는데 굉장히 유용했어요. 한 번은 사람들이 캠페인을 보고 놀 수 있게끔 판을 깔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죠. 보통은 부정적인 의견이 달리면 캠페인 취지에 맞지 않으니 보수적으로 접근하거든요.

그런데 페이스북은 ‘다 열어두라’고 조언했어요. 영상 사이즈도 1 대 1 비율(기존 16 대 9)로 가는 게 좋다는 의견을 들었죠. 내부에서는 ‘그림이 예쁘지 않다’며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페이스북이 가진 모바일 환경에 대한 이해도와 기술력을 배우는 게 옳다고 봤어요. 결과적으로 성공했죠.”
"모바일 광고, 플랫폼·소비자 변화에 전략 맞춰야"
Q. 이종 산업은 에이전시와 플랫폼만을 의미합니까.

박현석 “단순 전통 매체와 신규 모바일 플랫폼만의 경쟁 구도를 생각하기 쉬운데 모바일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요.

이제는 에이전시 외에도 컨설팅 업체들이 광고업에 뛰어들어 영역을 다투는 상황이죠. 경쟁이 심화되면서 앞으로는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파트너들 간 협업이 굉장히 중요해진 상황이에요.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죠. 기술을 가진 회사와 협업해야 하고요, 콘텐츠를 가진 회사와도 손을 잡아야 합니다.”

서흥교 “전통 매체와 신규 플랫폼 사이도 예외는 아니에요. 비즈니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다르지만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요. 전통 매체는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좋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강점이 있어요.

신규 플랫폼이 제안하는 모바일에서의 노하우를 조금만 받아들이면 윈-윈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이런 협업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나요.

이숙인 “우리는 소비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대신 신규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낮아요. 소비자 이해도가 높은 사람과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들 간 지식이 만나지 않으면 상투적인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우리가 플랫폼과 협업한 것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예요. 앞으로도 TBWA코리아답게 계속 접근하려고 합니다.”

박현석 “페이스북도 계속해 비즈니스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할 거예요. 이종 산업 간 협업이 광고 산업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