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주택 보유 여부별로 전략 달리 세워야…“풍선효과 노린 투자는 위험”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8·2 부동산 대책
(사진) 우리은행 본점 영업부에서 한 직원이 8월 2일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대책 관련 기사를 보며 상담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됐다. 참여정부 때의 규제 이후 가장 강력한 대책이라고 평가 받는 만큼 시장에 미칠 영향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역을 구분해 지정했고 양도세 중과 조치를 적용했다는 점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전부와 경기 7개 지역(과천·성남·하남·고양·광명·남양주·동탄2)과 부산 7개 자치구(해운대·연제·동래·수영·남·기장·부산진) 그리고 세종시가 포함됐다.

이들 지역의 다주택자는 법이 개정되는 내년 4월 이후 집을 팔면 기본 양도세율에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 2주택자 이상은 10%포인트만큼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된다. 여기에 3년 이상 보유 시 주어지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없어진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8·2 부동산 대책
◆ 강력한 규제에 풍선효과도 없을 듯

3주택자가 조정 지역에서 10년 동안 가지고 있으면서 양도 차익이 1억원이 난 매물을 판다고 가정해 보자.

기존 법에 따라 내년 3월 말까지 처분하면 의 왼쪽과 같이 1208만원 정도의 세금만 내면 된다. 하지만 내년 4월 이후 처분하면 세금은 4260만원 정도 나오게 된다. 법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세금이 3000만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차익이 많이 난 다주택자는 내년 3월이 되기 전에 처분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그런데 이를 받아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처분하기가 쉽지 않다. 다른 다주택자들도 같은 처지이기 때문에 매물을 사주기가 쉽지 않다.

그러면 무주택자나 갈아타기를 할 1가구 1주택자가 사줘야 하는데, 이번 조치로 이들의 손발도 묶어 놓았다.

양도세 비과세 거주 요건 부활이 바로 그것이다. 과거 참여정부 때는 서울 25개 자치구와 과천 그리고 1기 신도시 5곳 등 31개 지역만 거주 요건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40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그러면 이번 조치를 운 좋게 피해 간 다른 지역으로 매수세가 몰려드는 풍선효과가 나타날까. 그럴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 다른 지역이 풍선효과로 가격이 오르기 시작한다면 그 지역도 조정 지역으로 새로 지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정 지역으로 지정되면 실익이 적어진다. ‘조정 지역으로 지정되기 전에 빠져나오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정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시세 상승이 미미하다는 의미다.

◆ 올해와 내년 1분기에 나눠 처분해야

결국 다주택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내년 3월 이전에 ‘기존 주택을 처분할 것인가’, 아니면 ‘정권 이후까지 긴 호흡을 가지고 갈 것인가’다.

주택 수가 적다면 전자가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양도세는 당해 연도에 처분한 물건의 양도 차액을 합산해 과세하기 때문에 한 해에 흑자가 난 물건 두 채 이상을 파는 것은 손해다.

그러므로 올해 한 채, 내년 1분기 내에 한 채를 처분하는 것이 좋다. 만약 3주택자라면 이 방법이 가장 좋다. 나머지 1주택은 양도세 비과세가 되기 때문이다.

여러 채를 가진 사람도 상대적으로 적게 남았거나 적자를 낸 물건을 여러 채 끼워 파는 방법이 있다. 문제는 차익이 많은 물건을 많이 가지고 있을 때다.

이때는 대책이 없다. 다행히 이번 조치로 전셋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실수요자들에게도 거주 요건 신설이나 대출 한도 축소로 집 사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주택자 중 상당수가 집값 상승에 회의감을 가지고 있어 이번 조치를 기회로 생각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때문에 매매 수요가 줄어들고 임대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물론 이는 전 지역에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올해 4분기부터 공급이 늘어나는 지역은 오히려 역전세난을 걱정해야 한다. 하지만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인기 지역은 전세난이 벌어지면서 전세 시장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 갭 투자자가 최대 피해자

결론적으로 주택 수요가 적은 지역에 갭 투자를 한 사람들은 이번 조치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택 수요가 많은 지역에 투자한 갭 투자자들은 빠져 나오지 못하더라도 매매 대신 전세를 올려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그 집에 들어가 살 실수요자나 장기 임대 사업자가 아니면 집을 사지 말라는 것이다. 세금을 다 내야 하는 제도권 투자자가 될 것이 아니면 어설프게 투자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번 조치는 긍정적인 면도 많다. 지난 몇 주간 시장이 투자를 넘어 투기적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일부 인기 지역은 물건 하나만 나오면 여러 팀이 동시에 달라붙고 집주인이 호가를 올려 버리거나 매물을 거둬 버리는 곳이 비일비재했다.

시장이라는 것이 계속 우상향으로 갈 수도 없지만 가서도 안 된다. 중간 중간에 브레이크를 걸어 줘야 팔 사람도 팔고 살 사람도 사게 되는 것이다. 이번 조치가 그런 면에서 시장의 기능을 되살릴 수 있는 긍정적인 작용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앞으로 투자할 사람은 어떤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좋을까. 실수요자는 문제가 적다. 하지만 투자자는 쉽지 않을 것이다. 조정 지역에 투자를 하자니 실익이 적어지고 그렇다고 그렇지 않은 지역에 투자하자니 차익 실현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정부의 의도대로 장기 임대 사업자, 즉 준공공임대사업자가 되는 것이다. 다만 준공공임대사업자는 모든 사람이 맞는 투자 방법은 아니다.

자본이 어느 정도 있고 미래에 대한 확신과 안목이 있는 사람에게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미래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고통의 나날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가 누구에게는 심각한 위기가 되겠지만 새로 투자하려는 사람에게는 절호의 찬스가 될 수도 있다. 어느 포지션에 설지는 본인의 선택이다.

[용어 설명: 갭 투자]
매매가와 전셋값의 차이가 크지 않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매입해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