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라면 종주국 일본 입맛도 사로잡아…올 해외 매출 7억8000만 달러 목표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농심 버스 광고. /농심 제공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농심 버스 광고. /농심 제공
농심 신라면이 미국 월마트 전 매장에서 판매되는 최초의 한국 식품으로 기록됐다.

농심은 올해 6월을 기준으로 미국 내 4692개 월마트 전 매장에 신라면 입점을 완료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월마트가 미국 전역에서 판매하는 식품은 코카콜라·네슬레·펩시·켈로그 등 세계적 브랜드 제품뿐이다. 라면 종주국인 일본의 제품도 해외 대형마트 전 매장에서 판매된 사례는 없다.

신라면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농심은 지난해 해외시장에서 전년 대비 15% 늘어난 6억3500만 달러(약 713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심은 현재 미국·중국·일본·호주 법인을 통해 글로벌 식품 브랜드로 성장한 신라면을 세계 100여 개국에 판매하고 있다. 신라면은 세계시장에서 약 7000억원의 연매출을 기록하는 등 한국의 맛을 알리는 식품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수행 중이다.

◆해외 사업 비율 40%까지 늘린다

농심은 올해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잇는 아시안 벨트는 물론 미국·일본·유럽 등의 글로벌 영토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창립 60주년이 되는 2025년 매출 7조원, 해외 사업 비율 4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농심의 활약은 미국 시장에서 특히 돋보인다. 농심은 197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 처음 라면을 수출한 이후 2005년 LA공장을 가동하며 미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농심 미국 법인은 지난해 1억8000만 달러(약 202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유러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농심은 일본 동양수산과 일청식품에 이어 미국 라면 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농심은 월마트와 일대일 직거래를 통해 미국 시장에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월마트 판매 데이터를 분석, 매장 바이어와 협업해 신라면 진열 및 판촉 행사를 실시하는 등 맞춤 영업을 진행했다.

농심의 월마트 매출은 매년 약 30% 성장 중이며 전 점포 입점이 완료된 올해부터는 매출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농심은 월마트와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중소형 마트나 편의점·슈퍼마켓 등 다양한 유통 채널에 입점 확대를 추진 중이다.

농심은 신라면 외에도 너구리·안성탕면·짜파게티·육개장사발면 등을 현지 생산·판매하며 미국 내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키고 있다. 또 생생우동·메밀소바·멸치칼국수 등 별미 제품을 수출 중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 인기를 끈 보글보글부대찌개면이나 맛짬뽕·볶음너구리 등 수출 신제품이 교포 및 화교 시장에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신동엽 농심아메리카 법인장은 “농심은 월마트를 비롯해 코스트코·샘스클럽 등 현지 대형 유통사를 중심으로 농심 특설 매대(road show)를 운영하는 등 적극적 영업과 마케팅으로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수년 안에 일본 브랜드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면 “밖에서도 잘 나가네”… 미국 월마트 전점 입점
◆일본·동남아 넘어 아랍까지 공략 중

농심은 라면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통한다. 농심은 1981년 동경사무소를 설립하며 일본 시장에 처음 진출했다. 2002년엔 판매 법인인 ‘농심재팬’을 설립, 일본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농심은 일본 진출 초기 판매망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시식 판촉 활동을 통해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전략을 세웠다.

탄탄하게 갖춰진 전국적 판매망은 농심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됐다. 농심재팬은 신라면의 날 이벤트, 신라면 키친카(푸드 트럭) 운영 등 다양한 홍보·마케팅 활동을 바탕으로 지난해 전년 대비 약 30% 성장한 3980만 달러(약 44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농심 관계자는 “일본은 라면 종주국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결코 포기해선 안 되는 시장”이라며 “신라면을 중심으로 브랜드 파워를 키운 전략은 물론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최근 일본 매출 향상의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농심은 미국·일본 등 해외 법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각국으로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전략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농심은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점 공략 중이다.

동남아 시장은 라면 소비량 상위 국가가 모인 농심의 수출 1번지다. 농심은 다양한 유통 채널이 존재하는 각국의 특성에 맞게 제품을 수출한다.

한국처럼 현대식 유통시장이 발달한 대만·싱가포르 등에는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판매한다. 현대식 유통이 상대적으로 덜 발달한 베트남·필리핀 등에서는 전국에 퍼져 있는 지방 중소형 할인점, 개인 슈퍼, 전통시장 등을 공략하고 있다.

농심은 동남아 국가의 편의점 채널 공략에도 주력했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위주의 제품 판매에서 편의점으로 채널 다변화를 꾀했다.
신라면 “밖에서도 잘 나가네”… 미국 월마트 전점 입점
농심은 특히 ‘할랄신라면’을 앞세워 이슬람 국가 라면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2011년 4월 부산 공장에 할랄(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 전용 생산 라인을 구축한 이후 현재 사우디아라비아·말레이시아·아랍에미리트(UAE) 등 40여 개 주요 이슬람 국가에 제품을 수출 중이다.

지난해 농심 할랄라면 매출은 전년 대비 33% 성장했다. 농심은 할랄신라면의 인기를 바탕으로 관련 제품을 늘려 이슬람 시장 공략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농심은 지난해 신라면 외에 김치라면·순라면(용기면) 등에 대한 할랄 인증을 추가로 획득했다. 장기적으로는 할랄 전용 브랜드 개발도 진행할 예정이다.

농심 관계자는 “할랄신라면의 지속적 수출 증가는 한국의 매운맛이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 다양한 할랄 제품을 개발해 거대한 이슬람 식품 시장을 적극 공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