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약품, 일반·전문의약품 균형 성장…지난해 매출 신기록 달성
'120주년' 최고(最古)의 기업이 최대 실적 내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국내 최초 제약 회사인 동화약품이 올해로 창립 120주년을 맞았다. 동화약품의 역사는 곧 국내 제약 산업의 역사다.

‘부채표 활명수’는 1897년 궁중선전관 민병호 선생이 궁중 비방에 서양 양약 비법을 더해 개발한 것으로, 국내 최초 신약이자 최고(最古) 의약품이다.

동화약품은 한국기네스협회로부터 국내 최고(最古) 제조회사, 최고(最古) 제약회사, 최초 등록 상표(부채표), 최초 등록 상품(활명수) 등 4개 부문에서 인증을 받았다. 동화약품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의 고른 성장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독립운동 도우며 민족 기업으로 자리매김

동화약품은 1897년 ‘민족이 합심하면 잘살 수 있다’는 이념 아래 설립됐다.

설립 당시부터 민족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동화약품은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 자금 조달과 비밀 연락망을 운영하는 등 민족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초대 민강 사장, 윤창식 사장, 윤광열 명예회장 등 3명의 최고경영자(CEO)는 독립운동가로 활동하며 나라를 위해 헌신했다.
동화약품의 모태인 동화약방. /동화약품 제공
동화약품의 모태인 동화약방. /동화약품 제공
초대 동화약방(현 동화약품) 사장인 민강 선생은 일제강점기 국내와 상하이임시정부 간 연락을 담당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활명수 판매 금액을 독립운동 자금으로 조달한 일화는 유명하다.

5대 사장 보당 윤창식 선생은 경제 자립으로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조선산직장려계’를 결성하고 총무로 활동했다. 빈민 계층을 도운 ‘보린회’ 사업을 40년간 전폭 지원했고 민족운동 단체인 ‘신간회’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까스활명수의 아버지’로 불리는 윤광열 명예회장은 보성전문학교(현 고려대) 재학 시절 일제에 강제 징집됐다가 탈출해 주호지대 광복군 5중대 중대장직을 맡기도 했다.

동화약품은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입지를 더욱 탄탄히 하고 있다.

현재까지 85억 병 이상 판매된 활명수는 소화제 시장점유율 70%를 유지 중이다. 상처 치료제 부채표 후시딘은 지난해 연매출 200억원을 달성했다. 잇몸 치료제 잇치도 연 매출 100억원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일반의약품 강자로서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5개 일반의약품을 공동 판매 중인 동화약품은 올해 10월부터 5개 항목을 추가 판매함으로써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외형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동화약품은 전문의약품 시장에서의 입지도 강화하고 있다. 2016년 국내에 출시한 국산 신약 23호 퀴놀론계 항균제 ‘자보란테’는 입증된 효능을 통해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중동 및 북아프리카 12개국, 중국 등에 수출되고 있다. 자보란테는 보건복지부가 인정하는 ‘보건신기술’로도 선정됐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신약 개발을 위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확장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한편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동화약품은 전문의약품과 의료 기기 공동 판매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올해 2월 젠자임코리아와 유착 방지제 ‘세프라필름’의 국내 유통 및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세프라필름은 복부·골반·흉부 수술 시 장기의 유착을 감소시키는 의료 기기다.

4월에는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항혈전제 ‘플라빅스’ 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플라빅스는 출시 이후 세계적으로 약 1억2000만 명 이상이 처방 받은 제품이다. 최근 10년간 동일 성분의 항혈전제 처방량 1위를 기록했고 지난해 기준 전체 처방 의약품 시장에서도 6위에 오른 베스트셀러 제품이다.

동화약품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의 균형 잡힌 성장세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인 237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 또한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1276억원, 영업이익은 3.2% 상승한 8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동화약품의 올해 상반기 제품 매출(자체 개발 의약품을 직접 생산해 발생하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6% 증가한 848억원을, 상품 매출(다른 제약사에서 도입한 의약품으로 발생하는 매출)은 전년 대비 7.3% 증가하는 등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의 매출 밸런스를 꾸준히 개선해 가고 있다.


◆‘일업백년 제약사’로서 사회적 책임 다해

(그래픽) 송영 기자
(그래픽) 송영 기자
창업 당시부터 민족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노력해 온 동화약품은 국내 유일 ‘일업백년(一業百年) 제약사’로서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물’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동화약품은 활명수(생명을 살리는 물)의 의미를 되살려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세계 어린이를 위해 식수 정화와 우물 설치를 지원 중이다. 2013년과 2014년에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2015년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활명수 기념판’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고 있다.

부채표 후시딘은 어린이들의 생활 안전 의식 제고와 건강한 성장에 앞장서는 중이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인형극을 활용한 생활 안전 수칙 교육인 ‘후시딘과 함께하는 유치원 생활 안전 캠페인’, 넥센히어로즈와 함께 어린이에게 안전 헬멧을 무료 대여해 주는 ‘부채표 후시딘과 함께하는 어린이 안전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며 “유소년 스포츠를 활성화하기 위한 홍명보 유소년 축구 교실 후원도 꾸준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