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폴리틱스-법인세 논쟁]
추경호 의원 법인세법 개정안 발의…“중소·중견기업 법인세 2~3%p 내리자”

[한경비즈니스=김정우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가 9월 1일 개회된 가운데 세법 개정안 통과 여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세법 개정안 중에서도 법인세 인상에서 양측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부 계획대로 법인세율이 내년부터 인상되려면 세법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돼야 하지만 야당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급기야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법인세 인상에 맞대응해 최근 중소·중견기업 법인세 인하 개정안까지 발의한 상태다.

◆정부 “한국의 법인세율 낮은 편”

정부가 8월 발표한 세법 개정안의 골자는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이다. 우선 법인세 인상 내용을 살펴보면 과세표준(과표)에 매출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해당하는 기업에 대해 법인세 최고 세율을 기존 22%에서 25%로 3%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현재 과표 5억원 초과에 40%를 적용했던 소득세는 과표 3억~5억원 구간을 신설해 세율 40%를 적용했다. 5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서는 세율을 42%로 인상하기로 했다. 소득세 인상과 관련해서는 여야 간의 이견을 좁히는 것이 어렵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법인세다. 정부와 여당은 이명박 정부가 법인세를 인하하면서 주장한 ‘낙수효과’는 없었다고 강조한다. 또한 법인세를 지금보다 인상하더라도 한국의 법인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은 22.5%, 한국과 경제 규모가 유사한 주요 선진국 평균세율은 25%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법인세를 다시 정상화해 복지와 일자리 정책의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반면 야당은 법인세율이 인상되면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정부 여당의 법인세 인상에 맞대응하는 중소·중견기업 법인세 인하 개정안을 발의하며 본격적으로 맞불을 놓기 시작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위원장인 추경호 의원(자유한국당, 대구 달성군)이 9월 12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낮추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추 의원의 이번 법인세법 개정안에는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 자유한국당의 주요 당직자들을 포함한 39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해 사실상 당론이나 다름없다.
추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과표 2억원 이하 법인에 대한 법인세율을 현행 10%에서 7%로 3%포인트 인하하자고 제안했다. 과표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 법인에 대한 법인세율은 현행 20%에서 18%로 2%포인트 내린다. 다만 과표 200억원 초과 법인에 대한 법인세율은 현행 22% 그대로 유지하자고 주장했다.

◆한국당, 법인세법 인하 사실상 당론

추 의원은 “법인세가 증가되면 경제를 위축시키고 국민들의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법인세율 인상을 통해 기업의 투자 의욕과 활력을 저해하기보다 오히려 법인세 부담을 줄여 기업의 창의적인 활동을 유도해 경제의 활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추 의원실에 따르면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전체 64만5000개 법인(2016년 신고 기준) 중 99.8%에 해당하는 64만4000개 법인이 세율 인하에 따른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될 전망이다. 이들 중소·중견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연간 2조70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인상’이 아니라 ‘인하’해야”
추 의원은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와 해외 우수 기업 유치를 위해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 최고 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3%포인트나 인상하려는 것은 국제적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법인세 부담 여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중견기업들이 활발한 투자를 통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법인세율을 현재보다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추 의원은 법인세법 개정안 의결을 전제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같은 날 대표 발의했다. 법인세와 최저한세율을 함께 인하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최저한세율은 법인이 소득공제 등 감면에도 불구하고 최소 납부해야 할 세액 비율을 의미한다.

그가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과표 100억원 이하 기업의 최저한세율은 10%에서 7%로, 중소기업은 7%에서 4%로 낮추자는 내용을 담았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도 최저한세율을 8~9%에서 5~6%로 인하하자고 제안했다.
“법인세,‘인상’이 아니라 ‘인하’해야”
또 다른 야당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역시 법인세 인상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국민의당은 법인세 인상이 기업을 압박해 경제를 악순환에 빠뜨린다고 주장하고 있고 바른정당은 인상 방향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성급한 증세는 옳지 않다는 시각이다.

이러한 반반들에 따라 정부가 추진하는 법인세 인상이 세법 개정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