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생활 가전]
시장점유율 1위 지키는 다이슨, 역습 시작한 삼성과 LG
무선청소기 시장 ‘활짝’…삼성·LG·다이슨 3사 격돌
(사진)=LG전자 '코드제로 A9'다. /LG전자 제공

[한경비즈니스=김서윤 기자] 집 안 전체를 깨끗이 청소하기 위해 필수였던 진공청소기에 코드와 선이 사라졌다. 국내에서 2000년대 처음 등장한 무선청소기는 흡입력이 약하고 2~3시간 배터리를 충전해 15~20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간단한 청소를 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2011년 영국 ‘가전제품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다이슨은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가장 센 최고의 무선청소기를 선보였다. 초창기 65AW(에어와트)에 불과하던 흡입력은 지난해 115AW까지 높아졌다.

다이슨 무선청소기는 강남 주부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며 국내 무선청소기 시장을 독점했다. 가격이 80만~120만원에 이르는 등 당시로서는 상당히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불티나게 팔렸다.

그동안 국내 가전 업체들이 비슷한 청소기를 선보였지만 디자인과 흡입력 측면에서 원조 격인 다이슨을 능가하진 못했다.
무선청소기 시장 ‘활짝’…삼성·LG·다이슨 3사 격돌
(사진)= 다이슨 'V8 카본 파이버'다. /다이슨 제공

올해 기준으로 글로벌 청소기 시장은 140억 달러 규모이며 그중 무선청소기 시장(로봇청소기 포함)은 30% 수준이다. 국내 청소기 시장은 약 200만 대(약 4500억원) 규모로 무선청소기(핸드스틱) 시장은 최근 급성장했다.

특히 고사양의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다이슨 무선청소기는 지난해 국내시장에서 10% 수준이더니 올해 상반기 25%까지 성장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LG전자는 6월 ‘코드제로 A9’을 선보였고 9월에는 삼성전자가 ‘파워건’을 출시해 경쟁이 뜨거워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충전과 사용 시간, 무게 등 다이슨의 기세를 꺾을 만한 스펙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두 제품은 모두 기존 자사에서 출시했던 무선청소기보다 흡입력을 높였고 배터리 교체가 가능하도록 했다.
무선청소기 시장 ‘활짝’…삼성·LG·다이슨 3사 격돌
(사진)= 삼정전자 '파워건'이다. /삼성전자 제공

◆ 흡입력 크게 높인 국산 무선청소기

LG전자의 코드제로 A9은 1세대 핸디스틱 무선청소기보다 크기를 80% 줄이고 회전력을 5배 늘린 모터를 사용해 강력한 성능을 자랑한다. 비행기의 제트엔진보다 16배 더 빠르게 회전(분당 최대 11만5000회)하는 ‘스마트 인버터 모터 P9’을 탑재해서다.

140W(와트)의 강력한 흡입력과 긴 배터리 시간도 내세울 만하다. LG화학의 자동차 배터리 기술이 적용된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했고 탈착식 배터리를 2개 적용해 최장 80분까지 사용할 수 있다. 여분 배터리를 챙겨 나가면 야외에서도 1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코드제로 A9은 출시 두 달 만에 4만 대 이상 팔렸다. 이는 LG 청소기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코드제로 A9은 뛰어난 성능만큼 설계와 디자인·조작 버튼 등 작은 부분까지 고객을 배려했다. 바닥 청소 때 나오는 배기구가 사용자의 반대편을 향하게 디자인해 불편을 없앴다.

또 고객의 키 높이에 따라 청소기 노즐을 4단계로 조절할 수 있게 했다. 청소 모드를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작동할 수 있고 벽에 못을 박지 않고 간편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자립형 충전대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9월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국제 가전 박람회 ‘IFA 2017’에서 무선청소기 ‘파워건’을 공개했다. ‘파워건’에 적용된 디지털 인버터 모터는 항공 날개 기술을 채용한 디자인과 자체 특허를 취득했다.

또한 토네이도보다 빠르게 회전하는 150W의 흡입력으로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브러시 자체에도 전용 모터를 장착해 양방향으로 분당 5000번 회전하는 ‘듀얼 액션 브러시’로 한 번만 밀어도 두 번 쓸어 담아 큰 먼지부터 미세먼지까지 꼼꼼하게 제거한다.

삼성 ‘파워건’에는 청소 도중 배터리 방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최대 40분 사용이 가능한 착탈식 32.4V 배터리가 탑재됐다. 사용하던 배터리가 방전되면 여분의 배터리로 교체해 최대 80분까지 사용할 수 있어 중간 충전 과정 없이 온 집 안 청소를 한 번에 할 수 있다.

또한 84일간 테스트를 거친 배터리팩은 5년 동안 초기 용량의 80%까지 유지돼 성능의 큰 변화 없이 쭉 이용할 수 있다.

‘파워건’은 최대 50도까지 꺾이는 ‘플렉스 핸들’을 개발해 일반적인 바닥 청소뿐만 아니라 소파 밑이나 침대 아래와 같은 낮은 곳을 손목이나 허리를 굽히지 않고 편리하게 청소할 수 있다.

이 밖에 5중 청정 헤파 시스템으로 초미세먼지까지 99.9% 배출 차단하기 때문에 걸러진 공기만 배출해 안심하고 청소할 수 있다.

이준호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부장은 “일상생활 환경에 밀접한 청소기 개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자 중심의 생각’이라고 여겨 본연의 강력한 청소력은 물론 편리성·사용성 등을 강화한 ‘파워건’을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 무선청소기가 대세가 될 것이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제품 개발 및 기술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무선청소기 시장에 진출한 가운데 다이슨 역시 올해 6월 ‘V8 카본 파이버’를 출시했다.

다이슨은 이번 신제품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했다. 또 9월 한 달 동안 무선청소기를 구매한 뒤 기존에 쓰던 청소기를 가져가면 최대 15만원을 할인해 주는 보상 판매를 진행했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국내 브랜드를 의식한 맞대응이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

이에 대해 케빈 그란트 다이슨 청소기사업부 수석엔지니어는 “다이슨은 시장 상황이나 경쟁 기업을 의식해 신제품 출시를 정해 본 적이 없다”며 “기술과 엔지니어링의 완성도를 보고 론칭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 다이슨의 원칙이자 철학”이라고 말했다.

s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