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 인사이트]
건설업 주택 사업 타격 불가피…청약 과열로 ‘내 집 마련’ 더 어려울 수도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또 다른 규제책으로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제는 규제라는 측면과 부양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면 가장 많이 타격을 입는 곳은 아무래도 건설사다. 시멘트·철근 등의 자재비와 인건비가 계속 인상되는 상황에서 분양가를 올릴 수 없으니 분양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 사업도 타격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의 사업 구조는 자기 땅, 즉 대지 지분의 일부를 팔아 건축비의 일부를 충당하는 것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소유주가 가지고 있는 자산은 땅뿐이다. 낡은 건물도 있지만 이는 철거 대상이므로 자산이라기보다 오히려 비용 부담만 키우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아파트를 지을 때 공사비는 개발 대상 지역 집주인들이 현금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 돈을 추가 부담금이라고 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이런 공사비를 현금으로 부담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현금 대신 자신의 땅을 일부 팔아 공사비를 충당하는 것이다. 물론 이때 조합원 개인이 직접 땅을 파는 일은 없다. 이 땅에 아파트를 지어 일반 분양하는 것이다.

그런데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한다는 의미는 자신의 땅을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값에 팔아야 한다는 뜻이 되고 이는 추가 부담금이 늘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손실을 보게 된다. LH는 분양가 상한제와 전혀 상관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재건축·재개발 조합원과 같은 처지다. 분양가 상한제는 아파트 분양가에 대한 규제의 형식을 띠지만 핵심은 땅값에 대한 규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도 타격을 입는 것은 도급제로 하는 시공사가 아니다. 그들은 공사비만 챙기면 되기 때문에 정작 손해를 보는 것은 일반 분양을 통해 땅을 팔아야 하는 조합원이다.

LH도 마찬가지다. 자체 사업의 손실도 있지만 다른 건설사에 팔아야 하는 택지의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 없다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시장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물론 실수요자로서는 과거보다 아파트를 싸게 분양 받을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양면성 지닌 ‘분양가 상한제’ 실효성 있을까
◆ 줄어드는 공급에 청약 시장 과열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공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업장마다 수익이 다르기 때문이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의 도급제와 같이 확실히 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이 있는가 하면 분양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사업도 있다.

분양가 상한선이 적정 수준에서 균형을 이룬다면 수익을 줄여서라도 사업을 지속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건설사들은 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건설사는 도급제를 하는 한 손실이 없다고 하지만 정작 공사 발주를 해야 할 조합 측에서는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 또한 지지부진하게 된다.

‘월평균 아파트 공급 현황’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분양가 상한제가 실행됐던 2008년부터 2014년까지는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급감한 것을 알 수 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7년간 연평균 인허가 물량이 31만 채에 그쳤는데, 이는 분양가 상한제가 없던 직전 7년간의 연평균 인허가 물량 40만 채에 비해 연 9만 채 정도 줄어든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행됐던 기간 내에서는 어떤 해도 40만 채 이상의 인허가를 받은 적이 없다. 그만큼 분양가 상한제는 주택 공급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시장에서 공급이 줄어든다는 것은 시장경제의 주요 원리인 수요 공급의 법칙에 따라 시장가격을 밀어올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부터 아파트 값이 급등한 이유는 분양가 상한제가 풀렸기 때문이 아니라 이전 7년간의 공급 부족이 누적돼 시장가격으로 나타난 것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올해 4분기부터 일부 지역의 주택 시장이 공급과잉 조짐이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돼 앞으로 물량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청약 시장에서는 투자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다. 분양 물량이 줄어들면서 희소성이 보장되지만 반대로 분양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분양된 신반포 센트럴자이 아파트에서는 청약 경쟁률이 평형에 따라 200~500 대 1을 보였다. 10억원이 넘은 고가 아파트이지만 주변 시세에 비해 조금 낮은 가격이 시중의 유동자금을 몰려들게 만들었다.

이런 상태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면 청약에 당첨된 사람에게 상당한 시세 차익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에 청약 경쟁률이 지금보다 훨씬 올라갈 것은 분명하다.

다시 말해 투자 수익을 노리는 가수요까지 몰려들면서 진짜 내 집 마련이 필요한 사람들은 오히려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 분양 시장 이원화 현상 불가피

재건축 시장은 어떨까. 일반 분양을 통한 수익이 줄어들어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일반 분양을 하지 않고 전량 일대일 재건축을 하는 것이다. 이러면 일반 분양분이 없으므로 분양가 상한제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물론 일반 분양분이 없으므로 추가 부담금은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만큼 손해는 아니고 더 큰 평형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분양가 상한제가 지속되면 주택 시장은 고급 주택 시장과 일반 주택 시장으로 이원화된다.

분양가 상한제에서는 잘 지어도 싸게 분양해야 하고 대충 지어도 어차피 청약 경쟁률이 높을 것이기 때문에 건설사는 좋은 자재를 써서 고급으로 짓기보다 싸게 짓는 원가절감 경쟁에 들어서게 된다.

반대로 분양가 상한제의 규제를 받지 않는 일대일 재건축은 디자인이나 자재에서 차별화를 보일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장은 명품 단지를 지향하는 재건축 아파트와 보급형 아파트 위주의 일반 분양 시장으로 이원화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