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한국의 방위산업]
한화, 다연장 로켓포 ‘천무’·K9자주포 개발…LIG ‘대포병레이더’ 내년 전력화
한화·LIG넥스원, 한국 방위산업 선도의 주역
(사진)LIG넥스원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 생산 현장. (/LIG넥스원 제공)

(편집자 주)올해 7월 인기리에 종영된 케이블방송 드라마 ‘비밀의 숲’에 대기업 회장이 외국 기업과의 비밀스러운 거래로 방위산업 비리를 주도하는 내용이 나왔다.

드라마 속에서는 정의로운 검사의 활약으로 비리가 척결되는 결말을 맞았다. 아마도 ‘비리’라는 내용은 방위산업에 대한 지금의 여론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일 것이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방위산업과 관련한 새로운 비리가 집중 보도됐다. 그래서 방위산업은 국민들에게 ‘비리로 얼룩져 있다’는 표현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방위산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단순히 국방력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을 뛰어넘는다. 방위산업은 미래에 한국 경제의 새로운 수출 동력으로 부상할 수 있는 중요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한경비즈니스=이명지 기자] 방위산업은 접근성이 까다로워 다른 산업군에 비해 기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고 자주국방을 위한 막중한 책임감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국내 방산 기업들은 이러한 책임감을 갖고 선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달리고 있다. 국내 방산을 대표하는 한화와 LIG넥스원의 최첨단 무기들을 조망해 봤다.

◆한화 계열사 5곳, 국내 방산 이끈다

한화는 화약 산업을 모태로 출발해 탄약·유도무기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전문성을 쌓아 왔다. 최근에는 항공우주 및 방산 전자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그룹 내에서 방산 분야를 맡고 있는 계열사만 해도 지주사인 (주)한화 방산 부문과 한화테크윈·한화시스템·한화지상방산·한화디펜스 등 다섯 곳에 이른다.

(주)한화는 유도무기에서부터 탄약·무인체계·우주사업에 이르기까지 선제적 투자와 정부 사업 참여를 통해 국산 무기 첨단화를 주도하고 있다.

2015년부터 전력화된 230mm급 다연장 로켓포 ‘천무’ 개발에 성공했다. ‘천무’는 기존 군에서 운용되던 지상화력 무기보다 월등한 사거리와 정밀도를 갖고 있어 개전 초기 북한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테크윈은 한국의 각종 전투기 및 헬기 엔진 제작을 맡아 온 국내 유일의 가스터빈 엔진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2016년 기준 8000대 이상 엔진을 누적 생산했다. 한화테크윈은 최근 한국 최초의 우주 발사체인 나로호에 이어 2020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위성 발사제 ‘KSLV-Ⅱ’ 사업에 참여했다. 항공 엔진 부품 사업에도 진출해 제너럴일렉트릭(GE)·프랫앤드휘트니(P&W)·롤스로이스 등 세계적 항공기 엔진 메이커와 엔진 부품 및 모듈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2015년 한화그룹에 편입된 한화지상방산은 올해 7월 한화테크윈 방산사업본부에서 한화지상방산으로 물적 분할해 독립성을 갖추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화지상방산은 우수성을 검증 받은 K9 자주포를 터키·폴란드·핀란드·인도 등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1973년 방산 업체로 지정된 후 40년간 기동무기·대공유도무기·발사 체계 분야에서 고도의 기술 역량을 축적해 왔다. 2016년 한화그룹이 인수한 후 글로벌 종합 방산 업체로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무기 체계는 K200이다. 한화디펜스는 1993년 K200을 말레이시아에 수출하며 국내 방위산업에서는 최초로 대규모 해외 수출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대공유도무기 비호복합, 차륜형 장갑차 블랙폭스 등을 개발 완료하며 중동·동남아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정보기술(IT) 기반의 첨단 방산 전자 솔루션을 제공하는 국내 대표 방산 기업이다. 2015년 한화그룹의 일원으로 합류했다. 주로 군 무기 체계의 두뇌와 감각기관 또는 신경계에 해당하는 레이더, 전자광학 장비, 전술 통신 시스템, 전투 지휘 체계, 사격 통제 장비 등의 분야에서 기술력을 기반으로 육해공 한국 군의 전력 증강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LIG넥스원, 정밀유도무기로 세계 공략

LIG넥스원은 정밀유도무기(PGM)를 중심으로 방산 전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점하고 있다. 전장의 개념이 기존 소모전 및 전격전에서 장거리 정밀 교전 형태로 변화하고 한국형 미사일 방어 체계(KAMD)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LIG넥스원은 최근 대포병탐지레이더-Ⅱ,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 전술함대지유도탄 등 첨단 국산 무기 개발로 기술 경영의 성과를 맞이했다.

2018년 전력화 예정인 대포병탐지레이더-Ⅱ는 성공적인 국산 무기 개발 사례다. 화력 도발 시 날아오는 포탄을 탐지 및 역추적해 적 화포의 위치를 아군 포병부대에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기존 운용 장비에 비해 탐지 범위 및 작전 지속 능력이 30~40% 증대됐고 표적에 대한 동시 추적 능력도 두 배 향상됐다. 또 국산화율은 95%에 달한다.

지난해 개발 완료한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의 독자 개발 또한 LIG넥스원의 연구·개발 노력의 결실이다. ‘신궁’은 한국형 탐색기로 국방기술품질원·방위사업청·국방과학연구소와 군의 협조 아래 완성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다섯째로 독자 기술로 개발한 탐색기를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에 적용하는 국가가 됐다.

신궁 수출 사업도 본격화된다. 세계 휴대용 대공 유도무기 시장은 약 22억 달러로 추산된다. 신궁은 세계 유도무기 체계 중 성능과 가격 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 ‘현궁’과 적 연안 표적 및 지상의 전술 표적을 타격하는 ‘전술함대지’ 등 LIG넥스원이 개발에 참여한 다수 첨단 무기 체계도 본격적 양산을 앞두고 있다.

이 밖에 적 함정과 잠수함·전투기·대함유도탄 등과의 전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3차원 탐색 레이더·대함유도미사일·어뢰·수중탐지체계 등 주요 무기 체계들이 국방과학연구소와 LIG넥스원의 손에서 탄생했다.

특히 LIG넥스원의 주력 사업 부문인 정밀유도무기는 국내 선도 기업을 넘어 수출에 나서고 있을 만큼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 받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방산
제5의 전장 ‘사이버전’ 대비하려면

방위산업에도 어김없이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각광받을 대표적 무기는 ‘무인기’다. 산업연구원이 올해 1월 발간한 ‘주요 방산 제품의 핵심 기술 경쟁력 분석과 향후 과제’에 따르면 군용 무인기 시장은 2015년 58억 달러에서 2025년 150억 달러까지 성장해 연평균 10%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무인기 관련 기술은 제품에 따라 들쑥날쑥하다. 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군용 무인기 기술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100) 대비 52.8~80으로 편차가 큰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추진, 자이로스코프, 피아 식별 장치 관련 기술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도 최근 군단·사단급 무인기 양산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대급 이하 소형 무인기 분야에서도 국내 전력화 및 해외 수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들어서부터 육상이나 해상전 이외에 ‘사이버전’도 발생한다. 이제 사이버는 지상·해양·공중·우주에 이어 제5의 전장으로 불린다.

이 때문에 사이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어 기술의 필요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LIG넥스원은 2014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시뮬레이션, 기반 기술, 방어 등 주요 연구·개발 사업을 진행해 왔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고려대와 사이버전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사이버전기술공동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사이버 방위’에도 대비해야 한다. 최근 북한이 보안이 취약한 국내 방산 업체를 해킹해 지난 한 해 동안 4만여 건에 이르는 자료를 빼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자주국방을 위해서 방산 업체들의 인터넷망에도 높은 수준의 보안이 요구된다.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