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포커스]
“‘정통 저도 위스키’는 잘못된 표현” vs “한국 주세법상 위스키 맞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수년째 내리막길인 국내 위스키 시장에 ‘저도주’ 돌풍이 거세다.

한국주류산업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2008년 이후 8년 연속 내리 감소하면서 지난해 166만9039상자(1상자는 20병)에 그쳤다. 2008년보다 41.2%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도 76만7243상자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80만1349상자)보다 4.2% 감소했다.

반면 전체 위스키 판매량 가운데 40도 이하 저도 위스키 비율은 2013년 6.7%에서 2014년 11.2%, 2015년 21.6%에 이어 지난해 32.9%로 처음 30%대를 돌파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저도 위스키 비율은 40%를 넘어설 것으로 주류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주류업계는 40도 미만의 알코올 도수를 가진 저도주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잘 알려진 정통 위스키와 달리 저도 위스키는 기준이 모호한 것이 현실이다. 업체 간 비방전도 날로 격화하고 있다.

◆위스키 원액은 전량 수입
‘저도 위스키’가 뭐길래…샅바 싸움 격화
국내 주류업계는 위스키 원액 전량을 스코틀랜드 등 해외에서 수입한다. 국내 주세법과 원액을 생산하는 생산국법 및 규정의 차이로 같은 제품이더라도 다른 주종으로 분류되는 등 소비자가 쉽게 구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주세법은 40도 미만의 위스키 원액을 사용한 제품을 ‘위스키’와 ‘기타주류’로 구분한다. 알코올 도수와는 관계가 없다. 주세법 시행령 제2조 2항에 따르면 위스키는 제조 과정에 5가지 첨가물인 당분·산분(구연산)·조미료·향료·색소 등을 사용할 수 있다. 위스키에도 첨가물을 허용하는 것이다.

다만 99% 이상의 위스키 원액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제조 과정에서 주세법이 규정한 5가지 이외의 첨가물을 포함했다면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주종은 다르지만 주세법상 위스키와 기타주류에 대한 주세는 72%로 같다.

위스키업계 전문가는 “기존의 정통 스카치위스키는 물론 저도주 또한 원료와 원액을 증류하는 증류소, 최종 제품을 완성하는 마스터 블렌더 등이 위스키의 가치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며 “저도 위스키의 국내 주종 구분은 세법상 기준으로 품질을 구별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위스키 생산국 스코틀랜드에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카치위스키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엄격한 법규로 관리하고 있다.

스코틀랜드 법에 따르면 스카치위스키로 불리기 위해서는 최소 3년 이상 스코틀랜드에서 숙성 과정을 거쳐야 한다. 정해진 원료를 사용해야 하며 최종 제품은 알코올 도수 40도 이상이어야 한다.

40도 미만으로 도수를 낮추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40도 미만으로 알코올 도수를 낮추려면 반드시 향을 첨가해야 하며 해당 제품은 ‘스피릿 드링크’로 분류된다.

스코틀랜드에 자체 증류소를 보유한 디아지오의 더블유 아이스는 35도의 알코올 도수를 지닌 제품이다. 99.85%의 스코틀랜드산 위스키 원액으로 블렌딩하고 향을 가미해 한국 시장에만 판매되지만 스코틀랜드 법에 따라 ‘스피릿 드링크’로 구분된다.

더블유 아이스는 국내 주세법 기준으로는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해당 제품은 섭씨 영하 8도 저온 숙성 공법을 통해 도수를 낮추고 향을 첨가한 제품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스코틀랜드 증류소에서 생산되는 ‘35 바이 임페리얼(페르노리카)’도 마찬가지로 위스키 원액이 99.997% 사용됐지만 국내에서는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원산지법에 따르면 ‘스피릿 드링크’다.
‘저도 위스키’가 뭐길래…샅바 싸움 격화
◆“병 라벨만 확인하면 선택 쉽다”
‘저도 위스키’가 뭐길래…샅바 싸움 격화
(그래픽) 송영 기자

국내 토종 위스키를 내세우며 저도주 열풍을 일으킨 골든블루는 스코틀랜드의 특정 증류소 원액을 수입, 호주의 주류 전문 회사를 통해 보틀링(병입)해 국내에 수입하는 절차를 거쳐 제품을 유통한다.

골든블루 사피루스는 100% 위스키 원액을 사용, 36.5도의 도수를 가진 제품이다. 골든블루는 제품에 ‘국내 유일 정통 저도 위스키’라는 표현을 강조한다. 이를 두고 업계의 시각은 팽팽하게 갈린다.

디아지오 측은 “국내 주세법은 물론 해외 관련 규정을 살펴보더라도 정통 저도 위스키라는 구분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반면 골든블루 관계자는 “골든블루는 국내 주세법상 위스키로 분류되며 위스키의 지위를 지키기 위해 호주 회사를 통해 보틀링하고 있다”며 “‘국내 유일 정통 저도 위스키’라는 표현이 잘못됐다면 기타주류로 분류된 제품을 ‘저도 위스키’로 홍보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위스키 제품은 주종 구분이나 원산지 표기가 다소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제품 뒷면의 라벨에 표시된 원산지와 원액, 함량 등 제품 정보만 확인해 보면 해당 제품의 특성과 정통성을 쉽게 알 수 있다”며 “고가의 주류인 만큼 어느 증류소의 원액을 갖고 어떤 마스터 블렌더가 블렌딩한 제품인지가 위스키의 진정한 가치를 판단하는 올바른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