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호텔 해외시장 진출
-사드 보복·공급과잉에 국내 위축…롯데·신라·한진·임피리얼팰리스 영토 확장
'사드 보복 돌파구 해외에서 찾아라' 해외로 보폭 넓히는 호텔
[한경비즈니스=김영은 기자] 국내 호텔업계가 해외시장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이 크게 줄고 국내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해외에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은 675만2005명으로 작년 상반기보다 16.7% 감소했다. 중국인 관광객은 작년보다 41% 급감했고 출국 내국인이 방한 외국인의 2배를 웃돌면서 관광수지 적자도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방한 단체 관광 상품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한 여파가 컸다.

이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이 전체 이용객의 70~80%를 차지하던 국내 호텔의 공실률도 크게 높아졌다.

◆국내와 달리 글로벌 호텔 시장은 청신호

국내 호텔 시장 둔화의 또 다른 요인은 공급과잉이다. 이용객이 감소하고 있는 반면 호텔은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6월 기준 서울시에서 영업 중인 호텔은 373개다.

올해 서울에 새로 문을 여는 특급(4~5성급) 호텔만 13개에 달한다. 한 해 서울 시내에 특급 호텔이 10곳 이상 생긴 것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2010년밖에 없다. 이들이 문을 열면 전국에 특급 호텔은 100곳을 넘어서게 된다.

호텔 경쟁은 2012년 정부가 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대비해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을 시행하면서 심화됐다. 규제 완화로 비즈니스호텔 등 신규 호텔이 급증해 2014년 이후 공급이 수요를 앞서는 구조로 전환되기 시작했다. 공급량 증가는 경쟁 과열로 이어져 전체적인 평균 객실 단가를 낮추는 원인이 됐다.

이처럼 국내 호텔 시장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지만 글로벌 호텔 시장은 수익성 지표가 상승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호텔 공급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미국과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중심으로 객실 이용률과 객실당 수익도 늘어나고 있다. 국내 토종 호텔들이 해외시장 진출로 눈을 돌려 새로운 성장의 디딤돌을 만들고 있는 이유다.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호텔롯데다. 호텔롯데는 10월 기준 국내 15개, 해외 8개 호텔을 보유하고 있다. 2019년까지 추가로 오픈 예정인 곳도 4곳이다.

진출 지역도 러시아·미얀마·베트남·미국 등 다양하다. 특히 호텔롯데가 2015년 인수한 롯데뉴욕팰리스호텔은 130년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년 연속 유엔 정기총회 때 투숙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호텔롯데, 2050년까지 1000개 운영이 목표
'사드 보복 돌파구 해외에서 찾아라' 해외로 보폭 넓히는 호텔
(사진) 호텔롯데가 2015년 인수한 롯데뉴욕팰리스호텔. /호텔롯데 제공

호텔롯데는 동시다발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만큼 각 브랜드와 지역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업 초기 단계여서 아직까지 해외 법인에서 수익이 좋지는 않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글로벌 운영 표준을 마련하고 브랜드 위상을 높여 위탁 운영 체인을 확장할 계획이다.

송용덕 호텔롯데 호텔&서비스 BU장은 9월 "위탁 운영 방식 등으로 롯데호텔을 최고의 글로벌 체인 호텔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위탁 운영은 호텔 브랜드 업체가 소유는 하지 않고 경영만 맡는 방식이다. 호텔 브랜드는 자신들의 브랜드를 공유하고 경영 노하우와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호텔을 운영해 주는 대신 수수료를 받거나 매출의 일부분을 가져간다.

호텔롯데는 현재 미얀마 양곤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호텔을 위탁 경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 ‘롯데시티호텔 타슈켄트 팰리스’는 이슬람 카리모프 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강력한 추천으로 롯데가 위탁 경영하게 됐다. 카리모프 전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했을 당시 롯데호텔 모스크바에 묵었는데 호텔의 서비스·시설·인테리어 등에 감명 받아 롯데호텔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롯데호텔 모스크바는 객단가가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객실 예약률이 80~90%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타슈켄트와 상트페테르부르크 호텔도 모스크바의 성공 사례 덕에 오픈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호텔롯데의 걱정거리는 역시 중국이다.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 사례처럼 호텔도 건립을 추진하던 중 계약이 파기됐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중국에서 오픈 예정이었던 호텔이 계획 단계에서 파기된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라스테이로 발 넓히는 신라호텔
'사드 보복 돌파구 해외에서 찾아라' 해외로 보폭 넓히는 호텔
(사진)2018년 개관 예정인 신라스테이 다낭 조감도. /신라스테이 제공

호텔신라는 비즈니스호텔 브랜드인 신라스테이를 앞세워 해외 진출에 나서고 있다. 신라스테이는 위탁 경영으로 2018년 베트남 다낭과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 진출할 예정이다.

호텔신라는 2006년 중국 쑤저우의 ‘진지레이크 신라호텔’과 20년 위탁 운영 계약을 체결하며 처음 해외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베트남 신라스테이는 4성급 비즈니스호텔이지만 리조트호텔로 국내보다 더 다양한 부대시설을 준비 중이다.

호텔신라는 신라스테이가 지난해 국내 주요 비즈니스호텔 중 유일하게 첫 흑자를 기록하면서 해외 진출에도 자신감에 차 있다. 국내에서의 위탁 경영 노하우를 동남아 시장에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베트남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이번 진출을 통해 주요 아시아 지역 진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사드 보복 돌파구 해외에서 찾아라' 해외로 보폭 넓히는 호텔
(사진)2019년 준공 예정인 임피리얼팰리스 풀빌라 핫스파 워터파크 리조트 팔라완 조감도. /임피리얼팰리스 제공

신라나 롯데 외 다른 국내 토종 체인도 해외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순수 국내 자본 호텔인 임피리얼팰리스호텔은 국내 토종 호텔 최초로 필리핀 팔라완에 진출할 예정이다.

팔라완 지역의 호텔·리조트 중 최대 규모로 6월 착공해 2019년 하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팔라완 섬은 인천공항공사의 해외 신공항 사업이었던 푸에르토 프린세사 국제공항이 5월 완공돼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이다.

임피리얼팰리스는 이미 2007년에 IP 시티 호텔 후쿠오까를 오픈한 경험이 있다. 호텔 관계자는 “후쿠오카는 2010년 이후 매년 평균 8~10% 이상의 매출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도 6월 숙원 사업이었던 로스앤젤레스(LA) 윌셔 그랜드호텔을 개관했다. LA 윌셔 그랜드호텔은 한진에 큰 의미가 있다. 여객 사업과 함께 호텔 사업을 핵심 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10억 달러(약 1조1330억원)의 자금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호텔 개관으로 대한항공·진에어·한진관광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특히 한진관광은 이 호텔이 미국 서부 지역의 주요 상품으로 연계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고 있다.

LA 윌셔 그랜드호텔은 73층으로, LA 호텔 중 가장 높다. 상층부는 900객실의 럭셔리 호텔, 저층부는 7층 규모의 상업 공간, 컨벤션 시설, 오피스 공간으로 나눠진다.

◆위탁경영·베트남이 핵심 키워드

국내 호텔의 영토 확장 핵심 키워드는 ‘위탁 경영’이다. 메리어트·스타우드 등 세계적인 호텔 체인도 오래전부터 직영이 아닌 위탁 경영을 통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에 들어온 외국계 호텔 브랜드는 같은 호텔 체인이라고 할지라도 건물마다 오너가 다른 곳이 대부분이다. 호텔 롯데와 호텔신라도 추후 해외 진출에서 위탁 경영을 통한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한진수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전통적인 호텔업은 부동산 가격, 높은 인건비 등 고정비용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위탁 경영 시스템은 예상하지 못한 위험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롯데나 신라는 자체적인 경영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위탁 경영을 하면 브랜드 가치는 확산시키면서 그 지역색이나 국가 문화에 맞게 호텔 특성을 세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호텔이 앞으로 수익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해외시장 진출밖에 없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키워드는 ‘베트남’이다. 호텔롯데는 사이공과 하노이에 진출해 있고 호텔신라는 다낭과 하노이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들이 베트남에 주목하는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방문 외국인 관광객은 2016년 약 100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전년 대비 26% 성장한 규모로 관광 시장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또한 한국과 반대로 호텔 시장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2020년 베트남 여행객은 155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하루 약 2만 개에서 4만 개의 객실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호텔업이 베트남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다.

kye0218@hankyung.com